헌재 "언론·사학의 사익 침해보다 김영란법의 공익이 더 크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 김영란법이 합헌 판결이 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원이 판결을 반대하며 법이 적용된 5만원 한우세트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출처=포커스뉴스>

위헌 논란으로 말 많았던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따라 예정대로 오는 9월 28일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헌재는 28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결정했다.

이날 헌법소원의 쟁점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등까지 해당 법률을 적용하는 게 정당한가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가 ▲부정청탁의 개념 등 법 조항이 모호한가 ▲3만원(식사비용 한도)·5만원(선물비용 한도)·10만원(경조사비용 한도) 규정이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되는가 등이었다.

헌재는 4가지 쟁점 모두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언론과 사학이 갖는 공공성을 고려햘 때 제재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들 분야의 부패는 그 파급효과가 커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반면 원상회복은 불가능하거나 매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에게 공직자와 맞먹는 청렴성이 요청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자가 금품 등을 받는 등 부적절한 청탁을 시도한 사람을 고지할 의무만 부과하는 것"이라며 "이 조항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의 양심을 제한한다고 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헌재 재판관 가운데 언론인과 사학분야를 김영란법에서 정하는 '공직자'라는 정의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언론이나 사학 분야의 신뢰 저하를 방지하겠다는 푸상적 이익을 위해 민간영역까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결코 적정한 수단이라 불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 헌재 결정에 한우업계 '직격탄'

헌재의 합헌 결과에 농·축산업업에 비상이 걸렸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상한제가 예정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연간 농축수산물의 선물 수요는 초대 2조3000억원, 음식점 수요는 최대 4조2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정책지도홍보국장은 "과일 같은 경우 포장 박스 크기를 10kg에서 5kg으로 줄이면 되지만 한우 같은 경우 5만원짜리 선물세트로 구성하면 박스비, 택배비 등을 제외하면 딱 300g 들어가게 되는데 현실적으로 이게 선물세트로 팔리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연간 농축수산물의 선물 수요는 초대 2조3000억원, 음식점 수요는 최대 4조2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한우의 경우 시중에 나온 한우고기 선물 상품의 93%가 10만원대 이상이고, 식사 역시 1인분에 3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아 성물 수요만 2400억원, 음식점 매출은 5300억원 감소하는 등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한편 한우협회는 법 개정은 물론 개정 전까지 시행 자체도 유보할 것을 국회에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법이 시행되는 9월말까지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국회에 보완재 역할을 할 입법 요구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게 '비상'

한우업계와 함께 유통업계도 공무원, 교원 등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의 가격을 5만원으로 제한한 김영란법 시행령 부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명절 선물세트 매출에서 5만원 미만 세트 비중이 5% 미만일 정도로 고가 선물 수요가 많은 백화점은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다.

백화점 관계자는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비중이 워낙 작아 매출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며 "당장 이번 추석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미 시장에는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어 선물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상황도 마찮가지다. 백화점에 비해 5만원 미만 명절 선물세트의 비중이 높지만, 정육·수산·과일 같은 신선식품 선물세트는 5만원 이상 제품이 절반을 차지해 비해가 예상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백화점보다는 대형마트가 받는 영향이 덜하겠지만 명절에는 신선식품 부문에 타격이 있을 것이고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되는 부분은 확실히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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