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에 사용되는 '마이크로비즈', 해양생태계 파괴 주범

<출처=pixabay>

화장품에 주로 사용되는 미세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Microbeads)'가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사용 금지토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미세플라스틱을 사용금지 원료에 포함시키고, 원료로 사용된 제품을 제조·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화장품법 개정안 ▲약사법 개정안 등 '미세플라스틱 금지 3법'을 대표발의했다. 

강 의원은 지난달 7일 그린피스,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체 유해성과 해양생태계 파괴 위험이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전면 사용금지를 담은 발의를 추진하겠다"며 화장품 및 생활용품 속 미세플라스틱의 법적 규제를 촉구한 바 있다.

◆ 인체에 유해한 미세플라스틱…사용 규제, 세계적 추세

미세플라스틱은 화장품과 각종 세안제, 스크럽제, 치약 등에 사용되는 크기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로 해양 환경오염 및 인체 유해 가능성 때문에 세계적으로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화장품 등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은 한 번 사용할 때 수만 개씩 배출되는데 하수처리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하천과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문제는 플랑크톤 등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바다로 흘러들어 간 미세플라스틱에는 DDT(살충제 성분), PCBs(폴리클로니네이티드비페닐·난연제) 등 해양 생태계에 잔류하는 각종 유해물질이 들러붙어 물고기 등 해양생물이 섭취할 경우 먹이사슬에 따라 결국 사람에게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유엔환경계획이 해양 플라스틱을 '독성 시한폭탄(toxic time bomb)'이라 명명하고 각국에 마이크로비즈 규제를 권고한 것도 그 이유다.

프랑스, 미국, 영국 등은 이미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토록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8월 프랑스 정부는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화장품을 2018년부터 팔지 못하는 내용의 '생물다양성, 자연 및 경관 회복을 위한 법'을 공표했다. 화장품에 포함된 마이크로비즈가 강이나 바다 또는 지하수 등에 흘러들어가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2017년 말까지 마이크로비즈가 포함된 화장품이나 세척제를 금지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고, 캐나다는 마이크로비즈를 '독성물질(Toxic substances)'에 포함시켜 마이크로비즈 성분의 세안제 등이 유통될 수 없도록 이미 규제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도 지난해 상·하원 만장일치로 마이크로비즈 규제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내년 7월부터 미세플라스틱 사용이 전면 금지될 예정이다. 대만과 호주 정부도 규제 정책 도입 계획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여성환경연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화장품, 생활용품 속미세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규제 촉구 기자 간담회를 지난 9월 7일 개최했다. <제공=그린피스>

◆ 미세플라스틱 규제, 한국은 지지부진

2012~2014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실시한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연안환경오염 연구'에 따르면 경남 거제 일대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은 세계 평균보다 12배, 진해만은 3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최초로 인지한 것은 2014년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보고서를 통해서다.

보고서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파괴하고 사람을 포함한 상위포식자에게 피해를 끼친다"며 "동물실험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유해물질을 흡착한 후 생물축적을 통해 생식질환, 호르몬 이상과 같은 질병위험을 증가시키고 심하면 사망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IOST도 2020년까지 90억원을 들여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환경위해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채취·식별 기술을 확보하고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유입량, 생물에 미치는 영향 등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까지 1단계 저감대책을 마련해 2018년부터 실시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이르면 내후년부터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오염을 막는 대책이 실시될 것으로 KIOST는 전망했다.

이처럼 정부도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규제는 아직 미비한 상태다.

강 의원은 "지난 2014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낸 '미세플라스틱 관리방안'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지난해 말 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마련한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에서도 이 문제가 포함됐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도 주무부서와 담당자를 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여성환경연대가 지난해부터 '화장품 때문에 아픈 플라스틱 바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미세플라스틱 사용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도 지난 7월부터 생활용품 속 미세플라스틱 규제를 요구하는 '마이 리틀 플라스틱'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강희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화장품 전성분표시제에 따라 정보를 공개한 제품만 조사했음에도 약 350개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의심되는 성분을 발견했다"며 "생활용품 전성분 표시제를 시행하고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미세플라스틱 관리 및 규제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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