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10대 그룹사의 시가총액이 최근 6개월여 동안 16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특히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보다 더 크게 떨어짐에 따라 향후 주력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상위 10개 집단(공기업 제외) 소속 상장사의 시총은 지난 3일 774조330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말의 933조3738억원에 비해 159조429억원(17.0%) 감소했다. 이는 동일 기간 코스피지수(2326.13→1993.70) 하락률 14.3%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해당 기간 시총 감소액이 가장 큰 그룹은 삼성으로 98조4429억원 줄었다. 이어 ▲SK(-23조2755억원) ▲LG(-9조6677억원) ▲CJ(-8조2385억원) ▲포스코(-7조9137억원) ▲현대차(-5조8863억원) ▲롯데(-5조403억원) ▲KT&G(-1조4276억원) ▲GS(-1조1419억원) 등 순으로 많이 줄었다. ▲현대중공업(1조9915억원)은 10곳 중 유일하게 시총이 늘었다.

[제공=한국거래소]
[제공=한국거래소]

이는 우선 국내 수출과 증시 성장세를 견인해온 시총 1, 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반도체 업황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두 종목은 이날도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실제 10대 그룹 시총 감소분에서 삼성이 61.9%로 다수를 차지했다. 2위 그룹사인 SK까지 포함하면 양대 그룹사 시총 감소액 비중은 76.5%로,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포함해 반도체, IT, 화학 등 한국의 주요 산업에 대한 전망이 나빠지면서 주요 그룹사의 시총이 더 크게 빠진 것"이라며 "현대중공업 그룹이 시총이 늘어난 것은 조선업 업황이나 경쟁력이 개선된 것이라기보다 그전에 너무 빠진 데 따른 기저효과다"라고 말했다. 

또 이들 10대 그룹사들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실적 노출도가 높은 만큼 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영호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간의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길리자동차, 미국의 애플 등 G2 국가의 주요 기업 주가가 최근 급락하며 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수출 기업이 많이 소속돼 있는 국내 주요 그룹사들의 향후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며 주가가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에 비해 10대 그룹 시총 감소폭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용욱 센터장은 "주요 기관 성장률 전망을 보면 올해 성장률이 작년 2.6%보다 약 0.2%포인트 더 낮을 것으로 관측되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 이들 그룹을 포함한 국내 증시 전반은 더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며 "올해는 그렇다하더라도 주력 산업이 쇠락하고 신산업 육성이 부진하다는 지적에 따라 2020년 이후의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진단했다.

결국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가져가라는 주문이다. 서영호 센터장은 "통상 증권사들은 저평가된 종목을 매수해 장기 보유하라고 하는데 올해 상황에는 적절하지 않다"며 "변동성이 클 것임에 따라 더욱 신중하게 투자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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