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추가상승 부담, 외국인 매수세 둔화, 기관투자가의 액티브(Active) 전략 선회

코스닥을 중심으로 중소형주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일을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최근 저점(1984p, 2019/01/04) 대비 10.4% 상승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저점(648p, 2018/10.30) 대비 21.2% 상승했다. 2월 한 달만을 놓고 볼때도 코스피는 0.6% 하락한 반면 코스닥은 4.4%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은 몇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가 추가 상승에 한계를 느낀다는 점이다. 미중무역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는 등 대형 이벤트가 추가 동력을 제공하기 힘든 상황이다. 반도체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올들어 강세를 나타냈던 조선, 철강, 화학 등 경기관련주들도 경기침체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제한된 시장의 에너지는 좀 더 몸집이 가벼운 중소형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주춤해진 것도 중소형주 강세의 이유 중 하나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올들어 1월 한달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4조5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2월에는 순매수 규모가 1408억원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2월 27일부터 3월 4일까지 사흘간은 연속매도세를 나타내 4424억원 오히려 순매도하고 있다. 올들어 나타난 외국인들의 강한 매수가 이른바 시장을 사는 '패시브 매수'였기 때문에 대형주가 상승했지만 지난해 말 급격히 덜어낸 부분을 다시 채우는 매수세를 일단락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세먼지 관련주 등 새로운 테마가 부상하고 있는 것도 중소형주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경협주는 약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미세먼지관련주, 휴대폰부품주, 국내상장 중국기업 등이 상승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주는 그동안 상승에 동참하지 못했던데다 정부의 바이오산업 활성화대책과 이달 예정된 여러 국제학술대회 등을 재료로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내수진작 등 소비활성화 대책의 영향으로 카지노, 화장품, 여행업종 등도 기대를 모이고 있다.

우리시장뿐 아니라 글로벌증시에서 기술주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도 중소형주에 우호적이다. 지난 연말 미국증시에서 주가가 하락할 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주식은 PANG으로 대표되는 기술주였다. 그러나 미중무역전쟁이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산업영향력이 가장 큰 IT관련주들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올들어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중국증시 역시 전통주가 포진해 있는 상해지수보다 기술주 중심의 심천지수가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마지막으로 주목해 볼 부분은 기관투자가들의 매매전략 변화다. 이전 정권에서 국민연금은 자금을 맡기는 운용사들에게 이른바 패시브(passive) 전략을 주문했다.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고팔는 전략보다 대형주 위주로 시장을 사는 전략이 좋으니 이를 따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의 자금을 받은 운용사들은 중소형주를 팔고 대형주를 사야만했다. 주가는 하락하고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코스닥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변화가 생겼다. 국민연금 주식운용본부장이 바뀌면서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액티브(active)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코스닥과 중소형주 상승의 여러가지 배경을 설명했지만 이러한 기관투자가들의 전략변화가 주가상승의 가장 큰 촉매가 될 것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메이져 수급과 정부정책의 합작으로 만들어 낸 2017년 만큼의 강한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당분간 코스닥 중소형주, 성장주에 대한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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