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 투자의 아버지' 필립 피셔의 진솔한 투자철학
위대한 주식을 매수해 영원히 보유하라

투자의 세계에 입문 한 사람이라면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에 이어 동시대를 살았던 또 한 명의 위대한 투자자 필립 피셔(Phillip A. Fisher)를 만나야 한다. 그레이엄과 피셔는 자본주의의 주 무대인 미국에서 같은 시대를 살았으며,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자 워렌 버핏이 꼽은 진정한 두 명의 스승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투자스타일과 철학은 사뭇 다르다. 그레이엄이 기업의 본질가치에 근거한 가치투자의 기틀을 마련한 반면 피셔는 뛰어난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성장주 투자의 아버지라 불린다.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필립 피셔 지음, 박정태 옮김, 굿모닝북스

위대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해 ‘영원히’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장기간 보유하라.

이것이 피셔투자의 핵심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원제 ‘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를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로 번역한 것은 꽤나 잘 어울려 보인다(참고로 원제의 common stock은 ‘평범한 주식’이 아니라 일반적 의미의 ‘주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주식이라고 애기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를 보통주(common stock)라고 부른다.)

피셔의 투자철학을 대변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사실수집’이다. 이는 위대한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회사의 관계자와 CEO, 경쟁업체 관계자, 유통업자, 고객 등을 직접 만나 회사의 상황을 파악하는 개념이다. 지금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투자분석의 금과옥조로 여기는 ‘기업탐방’이 필립 피셔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자 이제 필립 피셔의 생각을 들어보도록 하자.

사실수집

기업에 대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경쟁업체의 관계자다. 이들은 상대방 회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좋은 이야기와 비방의 이야기 등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다음으로 유통업체와 고객 그리고 대학교와 연구소의 연구원 등을 만나서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해당기업의 임원이나 CEO는 마지막 단계에서 만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회사에 대해 충분한 내용을 숙지한 후에 만나야 좋은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투자자들(특히 개인투자자)이 뉴스 혹은 루머 등을 통해 정보수집활동을 하는 반면에 거의 100년 전에 필립 피셔는 직접 현장과 기업을 돌며 회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피셔는 1928년 금융업계에 진출했다).

어떤 주식을 살 것인가?

1차적으로 투자대상 기업을 선별하고 그들 기업에 대한 사실수집을 어느 정도 마친 후 다음단계로 피셔는 자신이 정한 다음의 15가지 기준을 대입해 실제 투자할 기업을 골라냈다.

1)향후 몇 년간 매출액이 상당히 늘어날 수 있는 충분한 시장잠재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있는가?

2)최고경영진은 매출을 추가로 늘릴 수 있는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

3)기업의 연구개발(R&D) 노력은 회사규모를 감안할 때 얼마나 생산적인가?

4)평균수준 이상의 영업조직을 가기고 있는가?

5)영업이익률은 충분히 거두고 있는가?

6)영업이익률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7)돋보이는 노사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8)임원들 간에 훌륭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가?

9)두터운 기업경영진을 가지고 있는가?

10)원가분석과 회계관리 능력은 얼마나 우수한가?

11)해당 업종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별도의 사업부문을 갖고 있으며, 이는 경쟁업체에 비해 얼마나 뛰어난 기업인가를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가?

12)이익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기적인가 아니면 장기적인가?

13)성장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위해 증자를 할 계획이 있는지, 이로 인해 주주의 이익이 상당부분 희석될 가능성은 없는가?

14)경영진은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는 투자자들과 자유롭게 대화하지만 문제가 발생하거나 실망스러운 일이 벌어졌을 때는 입을 다물어 버리지는 않는가?

15)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진실한 최고경영진을 가지고 있는가?

언제 살 것인가

엄청난 경제지표를 나열 한 후 경기를 예측해 주식을 매수하는 일반적 분석방법은 마치 연금술사들이 활동했던 중세시대의 화학연구와 유사하다고 피셔는 이야기 한다. 피셔는 어차피 알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하는 대신 훌륭한 기업을 찾았다면 현재 가격에 상관없이 즉각 매수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한 번에 투자금액 전부를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할 수 있는 자금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부분은 몇 년 뒤에 투자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매수하라는 것이다.

단기간에 조금 비싸게 사거나 조금 싸게 사는 것이 앞으로 가져다 줄 엄청나게 큰 수익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논리다. 좋은 주식을 조금 싸게 사려고 기다리다가 큰 수익을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재의 주가수준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라 매수타이밍을 집으라는 말도 기억해 둘 만 하다. 어느 기업이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면 상업적인 대규모 생산이 처음으로 본격화하는 순간이 좋은 매수타이밍이다. 요약하면 주식의 매수타이밍은 전통적 방식에 의한 단기적 경제전망이 아니라 성장주 자체의 본질적인 성격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팔 것인가, 그리고 언제 팔지 말 것인가

피셔는 주식을 팔아야 할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처음에 주식을 매수할 때 실수를 저질러 잘 못 매수한 경우. 이 경우는 단기 손실에 연연하지 말고 과감하고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답이다. 두 번째는 주식을 매수할 때 적용했던 기준(15가지 포인트)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으로 기업 내용이 변했을 때이다. 세 번째는 투자자 스스로 자신의 판단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다. 처음에 주식을 매수할 때 올바른 투자원칙을 따랐다면 주식을 팔아야 할 세 번째 이유는 오지 않을 것이다.

주식시장 전체가 하락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혹은 해당 기업의 주가가 많이 올라서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는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이 경우 장기적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일시적으로 고평가 된 것처럼 보인다고해서 뛰어난 주식을 절대 팔아서는 안 된다. 주식을 매수할 때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했다면 그 주식을 팔아야 할 시점은 거의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마음이 편하다

이 책은 1957년에 미국에서 출판됐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책과 마찬가지고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찾고 있는 책이다(당신은 이 책을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을 수 있다).

투자의 많은 기법 가운데 최근에는 전체(거시경제)에서 부분(기업)을 찾아들어가는 탑다운(top-down) 방식보다 아래(기업)에서 위(산업/경제동향)로 올라가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 보다 일반화되고 있다. 이 같은 기업의 질적 분석을 통한 전략을 처음으로 만들어 낸 인물이 바로 필립 피셔다.

그의 아들이자 현재 월가에서 유명한 투자자인 켄 피셔가 책 말미에 써 놓은 내용을 보면 그의 아버지 필립 피셔는 세상과 잘 소통하지 않는 외로운 사람이다. 또한 피셔가 즐겼던 세 가지 일이 있는데 그것은 걷기, 걱정하기, 일하기다. 어찌 보면 피셔의 소심함과 꼼꼼함 그리고 보수적인 투자법칙이야 말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전략이 아닐까 생각된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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