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시대의 필수 선택, 고배당주
일본·미국, 저성장-저금리 시대 고배당주 높은 성과

중간에 내다 팔지 않을 경우 투자자가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배당이 유일하다. 유상감자가 있긴 하지만 흔한 경우가 아니어서 일반화하기 힘들다.

주가를 표현하는 단순한 방법 중 하나가 고든의 배당할인모형이다. 이 모형에서 주가(P)는 배당(D), 요구수익률(K), 그리고 성장률(G)의 함수로 표현된다. 향후 수년간 주가에 대한 요구수익률(K)이 낮아지는 대신 성장률(G)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와 저성장이 계속되기 때문인데 그만큼 배당(D)의 중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저성장으로 성장률(G) 하락

G의 하락 가능성은 저성장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분기별 성장률 5년 평균치를 보면 ‘89년 11%를 기록한 이후 계속 낮아져 최근에 2%대로 떨어졌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성장국에서 중간 단계를 거쳐 저성장국 대열에 진입한 것이다.

저성장 구도가 정착된 건 구조적 요인과 순환적 요인이 겹쳐 수요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생산 연령 인구를 늘리거나 아니면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인데 이를 등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ΔGDP = Δ인구 + Δ생산성

여기서 인구는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인구를 말하는데, 인구 노령화로 생산 인력의 감소는 물론 소비 인력의 축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술과 생산성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획기적인 기술의 발전이 없어 catch-up을 통해 성장했던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답답한 상황이 됐다. 90년대 선진국 경제 성장을 이끌어 왔던 생산성 증가도 2000년 IT버블 붕괴를 계기로 약해졌다가 미국 금융위기로 존재감이 사라졌다.

최근에 나스닥지수 상승으로 IT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이는 주가의 문제이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기술의 답보가 국내외 모두에서 자본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저금리로 요구수익률(K) 하락

금리가 정상적인 경제 상황에서 나오기 힘든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준이 낮긴 하지만 이미 국내외 경제 구조가 저금리화 됐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방향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 걸로 보인다.

현재 저금리는 저성장과 정책이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다. 이중 성장 부진은 구조적인 문제여서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다. 그나마 금리에 변동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정책인데 3월에 선진국이 다시 금융완화정책을 펴기로 해 이 또한 기대하기 힘들어 졌다.

원래 정책 변경은 저금리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 후에야 이루어질 수 있는데 2000년 이후 이머징 국가들이 세계 경제에 본격 편입되는 과정에서 디플레이션 환경이 형성됐기 때문에 당분간 인플레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여기에 경기부양이란 현실적 필요가 더해지면서 팽창적인 통화정책까지 가세해 금융완화 기조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힘들다.

과거 경험도 저금리 장기화의 가능성을 암시해 준다. 지난 100년 동안 미국 금리는 3번의 전환점을 지나왔다. 1920년, 1945년, 1980년이 그 때다. 이중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려 시중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1980년을 제외하고 두 경우 모두 금리가 전환점을 지난 후 새로운 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최소 3년, 길면 8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금리가 저점을 만들었지만 후속 그림은 급등이 아니라 연간 1%P가 안 되는 좁은 폭 내 등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금리가 저점을 다지는 상황은 주식시장의 요구수익률(K) 하락을 초래해 주가에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저금리 상황이 너무 오래 계속돼 그 효과가 계속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1950년대에 미국에서 배당투자가 성행했다. 대공황 때 주가 폭락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했고, 그 여파가 1940년대 전체를 지배했다. 1950년대 들어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투자는 여전히 보수적이었다. 아직 성장이 높지 않았고, 금리는 45년 저점 이후 5년 넘게 2%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환경이 배당에 대한 집착을 낳게 만들었다.

반면 1990년대 중반 이후는 배당투자 위축기다. 1990년대 10년간 주가 상승률이 15%를 넘을 정도로 강세였기 때문이다. 배당에 대한 무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3년부터 다시 배당이 투자자들의 관심권 내에 들어와 이제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비슷한 상황이 일본에서도 나타났다. 1990년 이후 일본의 저성장과 저금리는 유명하다. 이런 경제 환경에서 주식시장에 나타난 특징은 고배당주의 상대 성과가 우수했다는 사실이다.

자료 입수가 가능한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일본 高배당주의 성과를 추적한 결과가 그림과 같다. 이를 통해 일본 高배당주 상대주가(=일본 高배당주 지수/Topix 비율)의 기울기가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경기의 순환적 상승 시기(Topix 상승 시기로 추정) 혹은 하락 시기(Topix 하락 시기로 추정) 공히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일본의 경우 배당이 PER이나 PBR보다 우위에 서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TOPIX 500에 속하는 종목을 다섯 단계로 나눠 배당률, PER, PBR 각 항목에서 상위 20%에 속하는 기업과 하위 20%에 속하는 기업의 수익률 격차를 추적해 보면

(1)PER의 경우 두 그룹 사이의 수익률 차가 ‘93년 이후 10.8%에서 2009년이후는 4.6%로 줄어들었다.

(2)PBR 역시 ‘93년이후 12.2%에서 2003년이후 10.3%, 2009년이후 5.6%로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3)배당은 2003년이후 10.5%에서 2009년 이후는 12.1%로 오히려 증가했다.

결국 저성장-저금리가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일본 시장에서는 전통적 투자지표보다 배당의 영향력이 강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종우 주식평론가(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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