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1·2위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인 미국 퀄컴과 엔비디아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를 연이어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를 목표로 내건 삼성전자의 행보에 탄력을 받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최근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865'를 삼성전자에 위탁 생산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래픽 처리장치(GPU) 분야 1위인 엔비디아 역시 삼성전자에 차세대 GPU '암페어'를 위탁 생산한다.

최근 IBM도 자사 서버에 탑재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긴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주요 팹리스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 3일 AMD의 그래픽 설계 자산 도입을 발표, AMD의 물량 역시 위탁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비모메리 분야 중 하나인 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힘을 받게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48.1%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9.1%로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공세에 격차는 점점 더 좁혀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제치고 잇따른 대형 수주를 따내자 기술력을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삼성전자이지만, 최근 공정 기술력만큼 뒤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EUV 기술을 적용한 7나노 공정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가 공정 개발을 포기할 정도로 기술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EUV 기술을 기반으로 '5나노 공정' 개발에도 성공했고, 올해 내에 양산을 목표로 6나노 제품 설계를 완료하는 등 초미세 공정에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퀄컴과 엔비디아 수주 배경이 다양한 고려 속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가 애플, AMD 등 기존 고객사의 제품에 7나노 생산 라인을 대부분 사용해 추가적인 수요를 감당키 어렵다는 설명이다. 안정적인 공급을 원하는 신규 고객사들이 삼성전자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또한, 미중 무역갈등의 수혜를 입었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시작된 가운데, 아직 화웨이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TSMC와 미국 팹리스 업체가 거래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화웨이와 거래관계가 없기 때문에 미중 무역 분쟁에서 자유롭다"며 "단기적으로는 일부 미주 고객들이 파운드리 업체로 TSMC보다 삼성전자를 선호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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