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투기에서 부터 비트코인까지 투기의 역사는 반복된다.
금융투기의 역사,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한 차례 광풍이 지나간 후 하락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올 들어 4백만 원까지 하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1,100만원을 넘어섰다(11,080,000 원/9,335 달러, 6월 20일 현재 기준)

비트코인 가격이 더 상승해도 지난 해 만큼 혼을 빼놓지는 않겠지만 사람들은 다시 열광할 것이다. 왜냐하면 투기는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기는 열광했던 사람들을 파멸로 이끌고 사회적으로도 큰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어두운 얼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치 태풍이 지나가면 바닷물이 정화되는 것처럼 뒤이어 기술과 경제발전이 뒤따르기도 한다.

비트코인 역시 다시 거품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라는 기술발전을 이미 이루어 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투자자들은 과거 투기의 역사와 전개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인류의 역사는 투기의 역사

역사의 시간 속에서 투기는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태초에 투기가 있었다.”라고 말하면 좀 과장이겠지만 인간이 문명을 이루고 경제생활을 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투기가 존재했다. 고대 로마시대부터 튤립과 인터넷버블을 거쳐 최근 비트코인 열풍에 이르기 까지.

투기의 역사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본다.

첫째, ‘투기’란 행위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 투기는 더 가지려는 인간의 탐욕에서 출발한다. 나 보다 더 비싸게 사줄 수 있는 바보를 만나 넘기고 나올 수 있다는 자만심도 또 다른 원인이다. 좀 더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새로운 것’ 특히 ‘새로운 기술’이 출현할 때 투기적 광기(speculative mania)가 발생한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동양에서 건너 온 희귀한 작물이었다. 증기기관과 기차, 라디오, 자동차, 인터넷 등은 시대적 변화의 상징이었으며 변혁의 시기에 투기는 예외 없이 나타났다.

두 번째 질문, 투기라 하면 과연 자산(혹은 주식) 가격이 얼마나 오르게 될까?

역사적 투기의 사건마다 다양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투기에 따른 자산가격의 상승률은 1,000~5,000%에 달했다. 상승기간은 통상 18~36개월, 하락기간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24개월 이상 진행됐다. 대체로 하락할 때의 기울기와 추락시간이 상승할 때보다 짧았다. 어느 순간 가격이 하락하면 심리적 공포감을 몰고 오기 때문에 앞 다투어 내다 팔려는 심리가 발생하는 이유이다. 힘차게 부풀어 올랐던 자산 가격은 순식간에 거품이 빠지면서 평균적으로 고점에서 90% 가량 추락한다.

세 번째 궁금증은 투기의 결과이다.

투기를 통해 누군가는 짧은 기간에 엄청난 부자가 된다. 사회적으로 선망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들의 숫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들 투기꾼 역시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 내리거나 감옥에 가거나 혹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결말이 다수다. 뒤늦게 뛰어 들어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입는 일반 대중의 피해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 그러나 투기가 휩쓸고 간 자리에 경제적으로 유익한 결과물이 남기도 한다. 철도주식 투기 이후 영국의 철도산업이 발전했고, 자동차주식 투기는 결과적으로 자동차 산업을 발전시켰다. 인터넷 버블은 많은 후유증을 남겼지만 이를 기반으로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은 지속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역사 속 유명한 버블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금융투기의 역사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강남규 옮김, 국일증권경제연구소


로마

인류 역사상 최초의 투기는 기원전 2세기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리대금업이 성행했고 외환거래가 등장하였으며 은행의 환어음을 통해 국경 밖 거래가 이루어졌다. 주식과 채권을 사고팔았다는 일부 기록이 있으며 해외 식민지의 땅과 농장, 노예, 가축 등이 거래되면서 투기의 초기 형태가 나타났다.

근대 초기의 금융투기

13세기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채권을 발행해 유통하기 시작했고, 북유럽에 초기 금융시장이 형성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이다. 이 무렵 영국 동인도회사(1600), 네덜란드 동인도회사(1602), 프랑스 동인도회사(1604)가 설립되고 일반상품과 함께 주식거래가 시작된다. 옵션거래도 이때 이미 시작되었고 일반인들도 주식투자 혹은 투기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튤립투기(1634~1637)

경제적 번영으로 풍요와 오만에 젖은 네덜란드인들은 과시욕을 드러냈고 더 큰 부를 안겨줄 대상으로 튤립에 주목했다. 황제튤립은 당시 암스테르담 시내의 집 한 채 값과 맞먹는 1,200플로린까지 치솟았다. 튤립 한 뿌리(구근)를 위해 지불된 2,500길더로 27톤의 밀과 50톤의 호밀, 살찐 황소 4마리, 돼지 8마리, 양 12마리, 포도주 2드럼, 맥주 2큰통, 버터 10톤, 치즈 3톤, 린넨 2필, 장롱 하나 가득 분량의 옷가지, 은컵 1개 등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거품이 붕괴되자 튤립 가격은 고점에서 93% 하락했다.

남해회사(South Sea)(1719~1720)

1690년대 영국에서는 주식회사 설립 붐과 이에 따른 과열이 발생했다. 1711년 1,000만 파운드의 정부부채를 떠안기 위해 사우스 시(남해회사)가 설립된다. 정부의 채권을 이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하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채권자들이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가상승이라는 미끼가 필요했다. 그러나 1720년 여름 주가는 하락하기 시작해 9월 스웨드 블레이드 은행이 도산하고 한 투기꾼의 투매에 놀라 다른 투기꾼들도 덩달아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남해회사 주가는 85% 폭락했다.

이머징마켓 투기(1820년대)

남해회사 파동이후 영국에서는 브리티시 콘솔(british consols, 영구채)가 주식 대신 투기의 대상으로 부각되었다. 외국정부 채권에 대한 투기열풍이 뒤를 이어 러시아 채권과 남미채권 붐이 일어났다. 남미 지역을 대상으로 한 광산 붐도 이 때 일어난다. 금광개발과 함께 면화, 실크 등 일반상품에 대한 투기의 불꽃도 동시에 타오르게 된다. 증기 기관차가 등장하면서 신사업을 둘러싼 벤처투기 열풍이 함께 일어났다.

철도버블(1845년)

1767년 영국 맨체스터 지역에 45km 거리의 '듀크 브리지타워 운하'가 건설되면서 영국은 운하투기의 시대로 진행한다. 운하투기는 철도투기의 서막을 장식했다. 1820년대 증기기관차가 등장하면서 영국 전역에 철도가 깔리고 엄청난 사회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 때 ‘철도왕’으로 불리는 조지 허드슨(George Hudson)이 등장하고 허드슨은 정치권, 언론과 결탁해 철도시장을 장악한다. 1845년 투자에 실패한 어느 투자자의 권총자살 소식과 뒤따른 정부의 금리인상 등으로 버블은 꺼지기 시작한다.

미국 금권정치 시대의 투기(1790~1874)

1790년대 미국에 증권거래소가 설립되자 땅투기 열풍이 주식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설립순간부터 미국 증시는 작전세력에 의해 지배당하기 시작했고 버블이 크기를 키워간다. 1830년대 마진론(margin loan)에 이어 1840년대에는 선물과 옵션이 도입되었다. 1861년 남북전쟁은 미국 투기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금 가격이 폭등했고 전쟁수행을 위해 정부가 불환지폐인 그린백을 남발하면서 투기를 부추겼다. 이어 광산회사와 원유에 대한 투기가 있었고 주가조작을 위한 작전이 성행했다.

대공황(1929년)

1920년대 미국 사회는 번영의 새 시대에 들어섰다는 생각에 도취했다. 연방준비제도가 설립되면서 정부정책으로 호황과 불황의 경기순환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확산했다. 정부는 법인세를 65%에서 32%로 낮추었고 할부구매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미래를 저당 잡히고 소비에 열중했다. 연준은 이자율을 낮춰 증시호황을 촉발시켰다. 하지만 운명의 순간이 다가 왔다. 1929년 9월 3일 다우지수는 고점을 기록한 이후 10월24일 ‘검은 목요일’ 이라 불리는 대폭락을 경험한다. 1932년 7월 9일 다우지수는 1929년 고점에 비해 90% 이상 폭락한다.

닷컴버블(1998~2000)

자유주의 시장 경제이념의 부활로 정부는 각종규제를 철폐하고 개인과 기업들은 투자자금을 빌리기가 훨씬 쉬어졌다. 투기의 기본 연료와 같은 신기술도 여지없이 등장한다. 휴대용 컴퓨터가 등장하고 인터넷이 확산하면서 전 세계가 하나로 더 빠르게 동조화 된다. 기술주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르면서 IT주식은 급등하기 시작한다. 회사이름 뒤에 닷컴 이라는 이름만 붙으면 주가는 상승했다. 닷컴버블 기간 동안 미국주가는 7,300% 상승했다. 그러나 버블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고 주가는 고점 대비 80% 가량 추락했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