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변화를 이기는 투자, 버튼 G.맬킬, 국일증권경제연구소
시장을 이길 수 없다면 '시장 전체를 사라'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뉴스도 보고 실적도 체크하고 주식차트도 확인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전문가들 특히 학자들은 주가의 방향을 예측하는 길이 부질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가의 예측불가능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단어가 ‘랜덤워크(Random Walk)’다.

‘랜덤워크(Random Walk)’은 마치 술에 취한 행인이 어느 방향으로 걸어갈지 모르는 것처럼 주가의 움직임도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말로는 ‘무작위 보행’ 혹은 ‘난보(亂步)’ ‘취보(醉步)‘라고 옮긴다. 이 책의 원제목이 바로 「Random Walk down Wall Street」이다. 저자는 부제를 붙인다면 「천천히 부자가 되는 법」이라고 붙이고 싶다고 했다.

대략 제목만 봐도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어차피 시장을 이길 수 없으니 시장(인덱스펀드)을 사서 시장과 동행하며 평균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방법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특히 투자의 기준이 되는 방법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시장변화를 이기는 투자

-버튼 G. 맬킬 지음, 이건·김홍식 옮김, 국일증권경제연구소, 2009.

(원제: RANDOM WORK DOWN WALL STREET)


견고한 토대이론 vs. 공중누각이론

저자인 버튼 맬킬은 월스트리트의 분석가에서 대학 교수(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부)로 자리를 옮긴 사람이다. 맬킬은 자산(주식가격)을 평가하는 두 가지 방법을 ‘견고한 토대이론’과 ‘공중누각이론’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견고한 토대이론'이란 자산의 내재가치에 근거해 투자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모든 투자대상에는 내재가치라는 견고한 토대가 존재한다. 따라서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떨어지면 매수하고 내재가치를 넘어서 주가가 높게 형성되면 매도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기본적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공중누각이론'은 사람들의 심리적 요인에 근거한 투자방법이다. 여기서 성공적인 투자자들은 일반 대중이 공중누각을 짓기 쉬운 상황을 예측해 대중보다 한 발 앞서가서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주식을 사려고 사람들이 달려들면 이들에게 주식을 팔고 이익을 챙기는 방법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모멘텀 투자’나 ‘기술적 분석’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 분석 vs.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은 공중누각이론을 믿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매수매도 시점 예측방법이다. 이들은 추세를 중요하게 여긴다. 주가는 추세를 따라 움직이고 추세는 균형을 깨뜨리는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믿는다. 이에 따라 추세를 탄 종목은 매수하고 추세가 깨진 종목은 매도한다.

하지만 기술적 분석은 효과가 없다. 그 이유는 첫째, 추세를 정확히 읽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 분석에 따르면 추세가 형성될 때 매수하고 추세가 무너질 때 매도해야 하는데 무자비한 시장의 급등락은 그러한 기회를 충분히 허락하지 않는다. 둘째, 어떤 기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 기법의 가치는 떨어진다. 따라서 이런 기법은 결국 자멸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기본적 분석은 어떨까? 주식의 내재가치를 근거로 하는 '보다 과학적으로 보이는' 기본적 분석도 다음의 이유로 인해 효과가 없다. 첫째, 정보와 분석이 부정확할 수 있다. 둘째, 증권분석가가 내리는 가치에 대한 평가가 틀릴 수 있다. 셋째, 시장이 가치와 가격의 괴리를 바로 잡아 주지 않아서 주가가 내재가치에 수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효율적 시장이론

기술적 분석(과거정보)과 기본적 분석(현재정보) 두 가지 모두 효용성이 없다는 주장이 바로 효율적 시장이론이다. ‘좁은(약형)’ 효율적 이론에 따르면 과거 주가흐름에 의한 기술적 분석은 주가예측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넓은(준강형과 강형)’ 효율적 시장이론에 의하면 기본적 분석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업의 이익과 배당, 성장률 등 알려진 모든 정보는 이미 주가에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투자의 기술들

‣위험을 감소시켜 주는 ‘현대포트폴리오이론(MPT)’

각기 위험성을 내포한 주식들을 일정한 방법으로 구성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분산투자) 개별 주식의 위험을 합한 것보다 전체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해리 마코위츠).

‣위험을 높여서 보상을 거둔다. ‘자본자산가격 결정모형(CAPM)'

투자의 위험은 체계적 위험(시장 위험)과 비체계적 위험(개별기업 위험)으로 구별된다. 분산투자를 통해 비체계적 위험(개별기업의 위험)은 줄일 수 있지만 체계적 위험(시장 위험)은 제거할 수 없다. 따라서 체계적 위험이 증가할수록 더 높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 다시 말해 더 높은 수익을 원하면 더 많은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 체계적 위험은 베타(β)로 표시된다(유진 파마, 케네스 프렌치).

‣더 나은 위험 척도를 찾아라. ‘재정가격결정이론(APT)'

자본자산가격 결정이론(CAPM)이 기대수익률을 베타(β)라는 하나의 변수에 의해 설명하는 것과 달리 재정가격결정이론은 다수의 요인으로 기대수익률을 설명하는 일반화된 균형모형이다. 예를 들어 국민소득이나 이자율, 인플레이션율 등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들 요소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더 좋은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스티븐 로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 ‘행태재무론’

위험과 수익에 관한 효율적 시장이론, 현대 포트폴리오이론, 다양한 자산가격이론은 모두 주식투자자들이 합리적 이라는 전제 위에 세워진 이론이다. 그러나 투자자들 중에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대부분이다(대니얼 카너먼, 아모스 트베르스키).

인간의 비합리적 시장 행동을 유발하는 요소는 기본적으로 1)과신 2)편향된 판단 3)군중행동 4)손실혐오 4가지다. “투자를 할 때 우리는 계속 적을 만나고 있다. 그 적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전문가들의 투자실적

효율적 시장가설이 효용성이 있는지 없는지 테스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들이 시장을 이기는 능력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 펀드매니저들이 시장 포트폴리오를 단순하게 장기 보유하는 인덱스펀드를 이기지 못한다는 증거는 엄청나게 많다. 책에는 이를 설명하는 자료들이 여러 군데 제시되어 있다.

월스트리트를 내딛는 세 가지 보행법

랜덤워크처럼 미래의 주가를 예측할 수 없는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맬킬이 보내는 결론은 다음의 3가지 방법이다.

첫째,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덱스 펀드를 사는 것이다. 시장의 지혜에 항복하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통째로 인덱스 펀드에 맡겨라. 인덱스 펀드는 최소비용으로 시장수익률을 달성한다. 인덱스펀드는 운용보수가 낮고 거래비용이 낮아 적극적 운용펀드보다 1.5%포인트 이상 앞서는 수익률을 규칙적으로 달성하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직접 투자방식이다. 하지만 핵심적인 비중은 여전히 인덱스펀드에 두고 투자를 재미있는 게임으로 여기는 사람들만 직접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이들을 위한 종목 선정 원칙은 다음과 같다. 1)적어도 향후 5년간 평균 이상의 이익 성장률을 꾸준히 이어갈 만한 회사들로 매수 종목을 국한하라. 2)합리적으로 산출한 견고한 토대 가치(내재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지 마라. 3)투자자들이 공중누각을 지을 만큼 성장스토리가 그럴듯한 주식들을 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몰려들기 전에 서 너 달 먼저 들어가야 한다. 4)가능한 한 매매 빈도를 줄여라.

세 번째는 대타 기용방식이다. 승자가 될 선수(개별주)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코치(펀드매니저)를 고르는 방법이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이전의 좋은 성적은 다음 번 성적과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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