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국면 진입, 급격한 회복은 어려워
경기위험 잦아들 때 까지는 보수적 전략 필요

하반기 세계경제 흐름은?

경기와 주가의 전통적 관계가 유효하다면, 2019년 하반기 이후 다가올 세계경기 그림은 어떨까? 예측기관에 따라 조금씩 의견 차이는 있으나 세계경제는 대체로 지난 해를 고점으로 둔화추이를 보이고 있고 또 앞으로 적어도 1~2년 간은 그런 밋밋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게 공통된 의견이다.

세계경제가 당장 어떤 놀라운 변화를 보이기 어려운 까닭은 최근까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미국경제가 추가 경기확장에 버거운 상황이고 신흥국의 대표 주자인 중국이 무역분쟁을 떠나 경기탄력이 계속 둔화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최근 IMF(국제통화기금)는 정기 보고서(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 2019. 4)를 통해 미국과 유로존 등 선진국의 경기사이클이 10년래 최고치를 뒤로 하고 막바지 국면(late cycle) 내지 하강초입에 와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경기사이클과 더불어 신용사이클 또한 추가확장의 한계에 이르러 자칫 경기와 금융환경이 함께 둔화될 경우 자산시장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여기서 신용사이클이라 함은 금융시장에서 얼마나 돈이 잘 돌고 있으며 투자활동에 필요한 유동성이 얼마나 원활하게 공급되고 있는지, 또한 투자자들이 얼마나 공격적인 자세로 위험자산투자에 임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아무튼 세계경기와 금융환경이 개선되려면 상당히 획기적인 방법으로 유동성이 추가 공급되거나 경기확장에 힘입어 금융시장에서 돈이 계속 더 잘 돌아야만 한다.

‘경기상승 막바지 국면’ 급격한 회복은 어려워

물론 이러한 경기사이클이나 신용사이클에 의존한 접근 방식은 엄밀히 말하면 사실상 추세 분석에 가깝다. 과거추이로 볼 때 현재 처한 경기나 금융컨디션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부담스러운지를 비교 판단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제부터 전개될 거시환경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즉 ‘이번만은 다르다’는 논리가 통한다면 이러한 순환론적인 접근은 설득력을 잃고 구조변화, 즉 세상을 큰 틀의 변화 관점에서 보다 창의적으로 다시 조망해야 한다.

지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와 통화공급, 혁신성장기업 중심의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 놀라울 지경의 마법 같은 물가안정, 최근 현대화폐이론(MMT)에서 주장하고 있는 재정의 새로운 역할 등이 이러한 구조적인 환경변화의 주된 메뉴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론에 입각해 세계경제를 바라본다 해도 당장 세계경제가 크게 돌아선다고 보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경제를 구성하는 생산이나 투자, 고용, 수출입 등 모든 지표가 2018년 이후 예상치를 계속 밑돌고 있고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신흥국은 신흥국대로 경기확장에 어려움을 이미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전혀 다른 경기국면을 가정한다 해도 지금은 세계경제가 국면전환을 위해 뭔가를 재충전하고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의미다.

경기둔화국면 금리인하 영향은 제한적

그 재정렬 과정에서 세계경제는 잘해야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른바 골디락스를 보이는 게 최선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라면 자산시장의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기가 어렵다. 우리는 세계경제가 제자리에서 주춤하고 뚜렷한 확장을 미룰 경우, 비록 그것이 본격 경기둔화를 뜻하지는 않는다 해도 자산시장이 부담을 보일 것으로 판단한다.

왜냐하면 가장 잘 나가는 미국경제를 기준으로 2009년 이후로 10년 넘게 경기가 뻗어 온 상태인 만큼, 약간의 경기불안만으로도 자산시장이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익이 서프라이즈를 연출하지 않는 한 주식시장에서 이익의 증가속도보다 더 빠른 주가상승(리레이팅)을 보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잘 표출하고 있는 곳이 바로 국채중심의 채권시장이다. 만약 미 연방준비위원회(Fed, 이하 연준)가 기준금리를 계속 낮출 정도로 실물경기가 시원치 않다면 금리인하만으로 경기에 대한 우려가 완전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즉 경기에 대한 뚜렷한 자신감 없이 연준의 금리인하만으로 시중의 풍성한 유동성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사기 위해 무한정 몰려들 것이란 보장은 없다는 뜻이다.

투자비중 늘릴까? 줄일까?

이러한 배경에서 2019년 하반기에서 내년 초에 걸쳐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야 합니까, 줄여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필자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아직은 조심스럽게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보수적인 잣대로 투자하십시오’라고. 보수적인 투자자는 안전마진이 높은 주식(주가의 하방 위험이 낮거나 설혹 투자자의 판단이 빗나가도 주가상승 잠재력이 있는 주식)에 보다 신중하게 투자하는 사람을 칭한다.

보수적인 투자자는 공격할 때와 방어할 때를 분별해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투자자이다. 반면에 공격적인 투자자는 늘 낙관적인 가정으로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또한 그 위험을 즐기는 편이다. 방어적인 투자자들은 돌 다리도 두들겨 가는 전략으로 잠을 좀 편하게 자는 대신 어떤 특정 국면에서는 공격적인 투자자에 비해 수익률이 뒤쳐지기 마련이다. 이는 투자자 개인의 성향의 문제이기도 하다. 두 그룹 모두 서로가 못 갖고 있는 일장일단을 나눠 갖고 있다. 다만 금융투자란 장기간 누적 수익률을 쌓아가는 마라톤 게임이란 점에서 때로는 적절한 위험관리를 요한다.

글로벌 투자환경이 경기사이클 면에서 아직 안개 속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모든 이벤트(가령 금리인하나 무역분쟁 타결)에 대해 일일이 적극 대응하다 보면 가랑비에 옷 졌듯이 누적 손실이 커질 수 있다. 물론 밸류에이션이 저렴한 코스피의 경우 상승여력도 있으나 동시에 하락 여력도 있기에 아직은 배트를 짧게 쥐고 타격하자는 뜻이다. 무엇보다 경기라는 맞바람이 좀 더 잦아들 때까지는 보수적인 잣대의 투자를 권하고 싶다.

세계경제가 완벽하게 돌아서는 시점에 비로서 공격적으로 주식을 접근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경기와 관련된 현재의 묵직한 위험이 살짝 줄어들 때까지만 인내하고 기다리자는 뜻임을 사족으로 달고 싶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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