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홈페이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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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최근 유통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새벽배송’이다.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내세운 스타트업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개척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마켓컬리가 비상장이다보니 새벽배송업체인 오아시스마켓의 모회사인 지어소프트(IT 소프트웨어업체)의 주가가 올 들어 급등했다.

기존 유통업체들도 속속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한 때 마켓컬리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쿠팡은 ‘로켓 프레시’라는 이름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백화점 등 기존 유통업체들이 가세했고, 이 분야의 강자인 신세계와 이마트도 ‘쓱(SSG) 굿모닝’ 이라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바야흐로 새벽배송의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이 전쟁에 참여한 기업들이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두주자인 마켓컬리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받은 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림이다. 온라인 쇼핑의 신세계를 연 쿠팡은 한 해 수 천 억원씩 적자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 뒤에는 계속해서 실탄(현재까지 3조원)을 지원하고 있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 쇼핑분야의 치킨게임에서 과연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이 리포트는 위의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또한 관심가지고 지켜볼 기업으로 이마트를 꼽고 있다. 하염없이 하락하고 있는 이마트의 주가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대목이다. 그에 대한 대답도 자료 속에 있다.


◇로켓배송은 어디로 날아가고 있을까

-박종대, 서현정, 하나금융투자, 2019.6(43p).


쿠팡은 어디로 가는가?

한국에서 온라인 유통업체들 사이의 경쟁이 유독 심한 이유는 시장이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절대적 MS를 가진 기업이 없다는 말이다. 쿠팡은 2018년 거래액 7.8조원으로 시장점유율 7%를 달성했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시장점유율은 10%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약 40%)을 갖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행동이 필요하다.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이 합병카드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를 합칠 경우 20%, 여기에 11번가를 더하면 35%를 확보할 수 있다. G마켓과 11번가를 인수하는 경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따라서 가장 최소의 비용으로 MS를 높이기 위한 전략은 메이저 2개 회사와의 합병이다. 즉 일정 지분을 나누어 주고 합병하는 방식이다.

합병이 성사될 경우 소프트뱅크의 지분율은 떨어지겠지만 대주주의 자격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합병이 되면 판매가격 인상과 배송료의 정상화, 구매력(대량구매)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설 것이다. 다음 단계는 상장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2018년 기준 합병회사(가칭 X몰)의 거래액 32.8조원(추정)에 글로벌 유통업체들의 평균 PSR 4.6배를 적용할 경우 41조원에 달한다.

소프트 뱅크의 지분율이 30%까지 하락한다고 가정하면(현재 60%로 추정) 지분가치는 12원이 된다. 투자금액을 5조원(기존 3조원+추가 2조원 예상)으로 예상하면 소프트뱅크는 6년 동안 5조원을 투자해 7조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연말 추가 출자로 지분율을 70~80%까지 끌어 올린 후 합병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쿠팡 홈페이지 화면
쿠팡 홈페이지 화면

식품 온라인 시장 급성장

최근 온라인 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식품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세이다. 그 가운데서도 새벽배송으로 불리는 신선식품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공산품과 달리 신선식품은 상품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특징과 함께 대규모의 산지 소싱네트워크(sourcing network) 확보,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콜드체인과 저장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위 세 가지 조건을 갖춘 국내 식품 업체는 이마트가 유일하다.

X몰(쿠팡의 합병법인, 쿠팡+이베이+11번가)의 가장 큰 고민은 식품온라인 사업에 대한 방향성 정립이다. X몰의 물류인프라는 공산품 위주로 되어 있어서 식품온라인에는 잘 맞지 않는다. 식품을 보관할 저장고도 없다. 따라서 현재는 식품의 당일 입고 후 곧바로 배송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식품온라인 전문기업인 마켓컬리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물류센터와 콜드체인시스템을 갖춘 냉장탑차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저장 인프라의 한계로 재고를 가능한 적게 가져가야 한다. 상품을 상하기 전에 빨라 판매/배송해야 하는 한계상황을 오히려 새벽배송이라는 마케팅으로 탈바꿈시켰다. 다만 물류센터의 규모나 제한적인 피킹(picking)시스템으로 인해 매출규모가 늘어나는데 한계가 있다.

반면 이마트몰은 김포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이미 갖추고 있으며 2019년 11월 김포 제2물류센터 가동, 2020년 말 동북 물류센터까지 가동하면 서울 전역을 당일 배송권에 두게 된다. 이마트몰은 CA저장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량의 재고를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보관할 수 있다. 피킹자동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결론적으로 신선식품 온라인 사업은 이마트몰이 압도적 우위에 있다. 실제 신선식품 매출규모는 이마트몰이 연간 3,500억 원에 달하는 반면 마켓컬리와 쿠팡은 각각 500억 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마트몰 홈페이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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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몰 탄생의 영향

1)중소형 온라인 유통업체의 구조조정

백화점이나 TV홈쇼핑, 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쇼핑에서 확고한 시장지위와 캐시카우를 가지고 있는 기존 업체들은 생존이 가능하다. 다만 위메프, 티켓몬스터 등 다른 사업기반을 가지고 있지 못한 중소형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2)새벽배송시장의 위축

마켓컬리에 대한 전망은 회의적이다. 구조적으로 새벽배송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구조다. 새벽배송은 팔수록 적자가 증가하는 사업이다. 마켓컬리는 차별화된 ‘상품’을 판 것이 아니라 차별적인 ‘시간대’를 팔아서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마켓컬리를 비롯한 새벽배송 시장은 X몰이 탄생하면 가격정상화에 따라 시장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3)네이버 쇼핑의 영향력 감소

그동안 네이버 쇼핑이 검색과 가격비교로 업체에 연결시켜주면서 광고마케팅 수익을 취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온라인 시장이 파편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검색과 쇼핑은 분리되어 있다. 네이버 쇼핑은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의 재편과정에서 나타난 임시시장이다. X몰이 생겨나면 네이버 쇼핑의 의미와 지위는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4)이마트의 회복: 식품 온라인 경쟁력 부각

가격정상화는 살아남은 유통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인 소식이다. X몰이 홈플러스(오프라인 할인점) 인수 등을 통해 식품 온라인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한다면 가격정상화 시기는 좀 더 지연될 수 있다. 반면 현재수준의 식품온라인 수준에서 사업을 전개한다면 수익성 제고 시기는 앞당겨질 것이다. 이 경우 식품온라인 시장의 강자인 이마트의 수혜가 예상된다.

5)온라인 판매가격 상승

현재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손실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후생 증가분으로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유통시장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 가격 정상화(가격 인상)가 예상된다. 1만원도 안 되는 가격의 우유와 샐러드를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아침 7시까지 무료로 집 앞까지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다시 보기 어려워 질 것이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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