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들은 사내일 뿐

남자와 여자 가운데 누가 더 투자성적이 좋을까? 바보 같은 질문이다. 투자의 성적은 성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 경제와 기업에 대한 지식과 확고한 투자철학, 투자성향, 경험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수익률이 결정된다. 여기에 운이라는 요소도 작용한다.

하지만 다른 요인이 동일하다면 남자와 여자 중에 누가 더 투자를 잘할까? 궁금하긴 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브래드 바버와 테런스 오딘은 「사내들은 사내일 뿐(경제학저널, 2001.2)」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6년 동안 3만 5천명의 거래계좌를 분석한 결과 도출된 중요한 세 가지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잉거래가 수익률을 낮춘다.

둘째, 남성이 여성보다 거래 횟수가 잦으며 이에 따라 수익률도 낮다.

셋째, 그 이유는 남성들의 지나친 자기과신 때문이다.

​요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자주 사고팔며’ 이에 따라 ‘더 낮은 이익 실현’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즉 남성들은 증권의 가치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판단이 남들의 판단보다 더 정확할 확률이 높다고 과신한다는 것이다.

과잉거래

데이트레이더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잦은 매매가 손실의 주요원인이 된다. 아무리 낮아졌다고는 하나 거래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증권사에 내는 수수료는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정부에 내는 거래세는 여전히 내야한다. 미국의 경우 손실이 나면 세금을 내지 않고 오히려 보전해주는 '세금공제손실(tax loss)'제도가 있지만 국내증시에서는 이익이 나든 손실을 보든 무조건 거래세를 내야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잦은 매매를 하는 이유가 투자한 기업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르면 사고 떨어지면 재빨리 팔아치워 손실을 잘라내야 한다. 수익이 나더라도 장기적 안목이 없으면 적은 수익에 만족하고 팔아 버린다. 결국 매매 횟수가 늘어나면 돈은 버는 사람은 ‘하우스(증권사와 정부)’뿐이다.

자기과신

남성들이 여성보다 잦은 매매를 하는 이유는 자신감 혹은 자기과신 때문이다. 행동경제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실제 자신의 능력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소송에 임하는 변호사들은 평균적인 승소확률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자신들이 이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운전자들의 75%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운전을 잘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고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주식투자에서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투자심리 분야의 전문가인 아모스 트버스키는 과신이 지나친 낙과주의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자기과신이 강하게 나타나는 이들은 낙관적이고, 자신의 성공확률을 과대평가하며, 자신의 지식수준도 과대평가한다.” -아모스 트버스키.

투자자에게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를 위한 거래를 해야지 결코 거래를 위한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

“가끔은 가만히 있는 것이 가장 공격적이며 적절한 행동이다. 거래를 위한 거래를 하지 마라. 겸손함을 연습하라.”-켄 피셔.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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