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 사상최고치, 한국증시는 횡보세 '디커플링 심화'
기업이익 늘어날 때 까지는 격차 해소 어려워

현대중공업 제조 선박(현대중공업 홈페이지)
현대중공업 제조 선박(현대중공업 홈페이지)

한국증시 2000선 에서 12년째 횡보중

1975년에 우리 주식시장은 73으로 시작했다. 지금이 2100 정도니까 45년만에 29배 오른 셈이다. 상승은 철저히 계단식으로 진행됐다. 1976년에 주가가 처음 100에 근접했지만 이 지수를 벗어나 새로운 상승 추세를 만들어지기까지 9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1000 돌파는 더 힘들었다. 1989년 처음 1000을 넘은 이후 주가가 더 이상 1000 밑으로 내려오지 않는 상황이 될 때가지 17년이 걸렸다. 그리고 지금 2000에서 다시 12년째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45년간 우리 주식시장은 ‘장기 횡보-2~3년간 급등-또 다시 장기 횡보’의 형태를 계속해 온 것이다. 그 때문에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을 기록한 햇수는 9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36년은 횡보하거나 하락하거나 아니면 회복하는 기간이었다.

주식 투자가 대중화된 1990년 이후 기록을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1990년 첫날에 1천만원을 주식, 채권, 서울지역 아파트에 투자했을 경우 지금 남아있는 금액은 각각 2400만원, 8152만원, 4061만원이 된다. 주식투자 수익률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기 때문에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 전락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증시 대세상승 원동력은 '기업 이익'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2003년에 주가가 1000을 넘어 대세 상승에 들어간 원동력은 이익이었다. 분기당 8~10조 수준에 머물던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이 구조조정 효과와 중국 특수 덕분에 2004년에 20조로 늘었다. 이런 변화가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는 기반이 됐을 뿐 아니라, 2007년에는 2000까지 오르는 힘이 됐다.

이 추세는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2010년 이후 영업이익이 30조에서 18조로 줄면서 주가가 2000을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주가가 횡보하는 동안 우리 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익이 줄어 들어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지금 우리 시장이 미국은 물론 다른 어떤 선진국에 비해 특히 부진한 이유도 이익 때문이다. 작년 200조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올해는 140조를 넘지 못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꺾이는 상황에서 이익까지 줄어드니 주가가 견뎌낼 재간이 없는 것이다.

투자부진으로 기업이익 둔화 추세

기업은 이익 창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1000을 넘을 당시 우리 기업들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평균 6% 정도였다. 매출 규모뿐만 아니라 형태도 좋아지고 있었다. 외환위기 이전 박리다매형 매출 구조가 하나를 팔더라도 많은 이익을 남기는 고급형으로 바뀌고 있었다. 기업 스스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2004년부터 이익이 급증했다. 최근 상황은 2004년에 못 미친다. 노동 생산성 증가율이 2010년 4.9%를 정점으로 낮아지기 시작해 최근에 1.2%까지 떨어졌다. 매출액 증가율 역시 2012년 5%대 에서 현재는 2% 증가로 변했다.

기업의 효율성은 짧은 시간에 획기적으로 향상되지 않는다. 2004년에 시작된 이익 증가는 이전에 대규모 IT와 시설 투자 덕분이었다. 이런 토대가 있었기 때문에 매출 증가의 몇 배가 되는 이익 증가율이 나온 것이다. 지난 10년간 투자가 극히 부진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보수적이 변했기 때문인데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낮아진 이익 창출 능력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산업을 발굴해야 한다.

주가 상승하려면 새로운 성장산업 필요

지난 몇 년간 우리 주력 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의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조선, 건설, 철강, 운송 등이 그 예인데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던 비중을 감안하면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유지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 공백을 화장품을 비롯해 게임. 엔터테인먼트 같은 컨텐츠 산업, 최종적으로는 바이오가 메워 왔는데 지금은 이 흐름이 끊긴 상태다.

종합주가지수 1000은 경공업이 우리 산업의 중심일 때 올라 갈 수 있는 최고 지수였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2000은 중후 장대형 산업구조로 오를 수 있는 최대치다. 기존 산업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주가를 만들어 내기 힘들었다. 과거 업종 대표주는 경기가 아무리 둔화되더라도 주가가 최고치 대비 50%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시장이 일정한 완충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는데 더 이상 이런 흐름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 구조상 이 산업들이 이미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가가 오르려면 기존 산업에 의해 생긴 공백을 새로운 산업이 메워야 한다.

한미 주가 격차는 구조적 요인, 쉽게 해결 어려워

미국 시장이 작년 1월에 고점을 기록한 이후 1년 반 동안 옆걸음질 하고 있다. 고점이 조금씩 높아지기는 했지만 차이가 크지 않아 그냥 옆으로 누워있었다고 보면 맞다. S&P500지수의 고점이 2872->2930->2945->3014로 높아지는 동안 코스피 고점은 2598->2355->2248->2130으로 낮아졌다. 첫 번째 고점을 기준으로 보면 미국 시장이 3% 오르는 동안 우리 시장은 18% 넘게 하락해 둘 사이의 격차가 20%로 벌어졌다. 우리시장이 미국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고점을 기록한 시점만 같을 뿐 상승률을 포함한 속내용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 시장이 상승해도 코스피가 그만큼 오를 수 없다.

우리 시장이 상대적으로 약한 건 내부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작년에 비해 이익이 35% 넘게 줄었지만 여전히 감소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2분기 이익 발표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한달 전에 비해 이익 전망이 3% 가까이 줄어들었다. 지난 10년간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융완화정책이 진행돼 온 관계로 금리 인하도 큰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미래 전망도 좋지 않긴 마찬가지다. 금리가 너무 낮아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렸지만 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정부 재정 투입이 성장률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반도체 업황을 고려할 때 기업 이익 증가도 쉽지 않다. 지금은 우리 시장이 미국보다 왜 약하냐고 조바심을 낼 상황이 아니다. 둘의 격차가 벌어진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때다.

이종우 주식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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