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캡처:  youtube.com
화면캡처: youtube.com

제시 리버모어(Jesse Rivermore, 1877~1940)는 20세기 초반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한 전설적인 트레이더다. 작가인 에드윈 르페브르가 당시 월가의 큰 손이었던 리버모어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 진 이 책은 1923년에 출판됐다. 무려 96년 전이다. 한 세기가 지났고 자본시장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버모어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파란만장만 투자자로서 그의 일생이 충분히 흥미롭기 때문이다. 리버모어는 아버지 몰래 시골집을 떠나 15세부터 주식매매를 시작하여 성공과 파산을 여러 차례 겪으면서 월가의 최고 트레이더 자리에 올랐다. 범상치 않은 죽음도 주목을 끈다. 그는 64세의 나이에 권총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리버모어가 공매도를 통해 대공황 같은 약세장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것도 세상 사람들의 화제 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투기꾼으로 비난받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확고한 원칙을 따라 개인투자자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소설의 형식으로 저술된 이 책을 읽다보면 투자자로서 리버모어의 파란만장한 일생과 20세기 초반의 미국 금융시장 상황 그리고 그의 투자방법들을 재미있게 따라 갈 수 있다. 리버모어가 투자자인지 아니면 투기꾼이었는지에 대한 논란은 「월스트리트 최고의 투기꾼 이야기(도서출판 새빛)」번역자 김병록이 서문에 적어 놓은 다음의 내용이면 충분하다.

“수익이라는 목표 앞에서 투기와 투자의 구분은 쥐를 잡는 데 휜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를 구분하는 것과 같다. 투자와 투기는 경계가 모호할뿐더러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다. ‘현명한 투자’와 ‘어리석은 투기’뿐 아니라 ‘어리석은 투자’와 ‘현명한 투기’도 있다. 리버모어는 스스로 ‘현명한 투기’의 방식을 고안하고 자신이 발견한 투기의 원칙을 평생 고수한 인물이다.”


◆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

(Reminiscences of a Stock Operator)

-에드윈 르페브르 지음, 박성환 옮김, 이레미디어.


거대한 돈더미를 삽으로 퍼 담는 법(추세)

리버모어를 이야기 할 때 늘 따라다니는 단어는 ‘공매도’ 혹은 ‘약세장 투자자’이다. 하지만 그가 언제나 주가하락에 기대어 돈을 번 것은 아니다. 그는 강세장일 때는 철저히 강한 주도주를 매수해 수익을 챙겼다. 그리고 시장이 약세로 접어들면 과감하게 태도를 바꾸어 매도 포지션을 취했고 역시 돈을 벌었다. 사실 강한 종목을 따라 잡아 수익을 내는 추세매매 전략을 가장 먼저 실천한 투자자가 바로 제시 리버모어다.

리버 모어는 매매에 있어서 장세판단을 가장 중요시 여겼다. 15세에 투자를 시작해 20대까지는 초단타매매로 돈을 벌었지만 몇 차례 성공과 실패의 터널을 지나면서 시장의 큰 흐름에 따라 매매하는 원칙을 세웠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은 전체적인 상황들에 대해 평가를 잘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도 현재 시장이 어떤 국면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시장의 큰 흐름을 따라야만 한다.”

주도주를 매매하라(주도주)

◇1등 주식을 사라

리버모어는 유망산업의 핵심주를 주로 매매했다. 2등주나 3등주는 아무리 헐값이라고 사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하락 중인 주식을 사지 않았고 반대로 반등 중인 주식을 공매도하지 않았다.

“각광받는 업종의 주도주를 거래하라. 1등 주식을 사야 한다. 주도주는 시장의 선지자다. 주도주를 매수한 후 포지션을 처분해야 할 적당한 이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수익에 전념하라.”

“신고가는 주식이 모든 매물부담을 이기고 다시 매집되기 시작하여 추세선을 강하게 상향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척후병을 먼저 보내라(주식매수 피라미딩 기법)

리버모어는 주식을 매수할 때 척후병과 지원군, 본진을 내보내는 순으로 순차적으로 주식을 분할 매수했다. 그 이유는 해당 주식이 주도주로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 목적이다.

피라미딩 기법이라고 불리는 매수기법은 다음과 같다. 1단계-작전장교가 척후병을 보내서 적진을 정찰하고 정보를 수집하듯이 본격적으로 매매하기 전에 정찰대를 먼저 보내라. 2단계-매수 후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 추가적으로 매수해 매수포지션을 강화한다. 3단계-주가가 조정 후 재상승하면 나머지 분량을 매수해 포지션을 완성한다. 처음에 전체포지션의 20%를 매수하고, 두 번째로 20%, 그리고 세 번째로 다시 20% 매수한다. 그리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 40%를 매수한다.

“만일 500주를 거래하려한다면 한 번에 전부를 거래하지 말라. 그것은 도박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주식시장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충고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과감한 손절매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매수 후 주가가 상승하면 적당히 수익을 실현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추가적으로 매수해 매수단가를 낮춘다. 그러나 리버모어는 반대다. 매수 후 주가가 상승하면 계속 사고 하락하면 미련 없이 매도한다.

“이길 경우에만 투자금액을 늘리고 질 경우에는 오직 소규모의 실험용 자금을 잃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어느 주식에서든 내가 허용하고 싶은 최대 손실은 10%다.”

매매에 관한 생각들

정리하면, 시장의 방향에 따라 강세장에서는 과감하게 주도주에 베팅하고 약세장에서는 무자비하게 공매도하는 것이 리버모어의 투자원칙이다. 그 밖에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다.

‣당신이 돈을 걸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나에게 있어 자신의 견해가 옳고 그름을 증명하는 방법은 돈을 거는 것이다.

돈을 잃었다면 내가 틀린 것이고 벌었다면 내가 옳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투기이다.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돈을 투입하고, 매매를 기록하고, 실수를 분석하는 것이다.

‣무조건 잃어봐야 한다.

무조건 잃어봐야 한다. 그래야만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를 배울 수 있다.

만약 돈을 잃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면, 승리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매일 매매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다.

어느 분야에나 항상 바보 같은 짓을 하는 멍청이는 있기 마련인데, 주식시장에서 바보는 항상 자신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 누구도 매일 자신이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해야할 합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챠트쟁이들

증권시세표시기를 통해 거래하는 사람들, 흔히 ‘챠트쟁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잘못되는 이유는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특수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융통성 없이 챠트에만 집착한다면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챠트는 그것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읽은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에게 보탬이 된다.

​‣군중과 프로의 투자심리

투기시장에서는 사물을 보는 방법이 돈을 벌거나 잃게 만든다. 군중은 자신의 노력에 대해 아마추어와 같은 견해를 지니고 있다. 자기를 지나치게 과장하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은 깊이가 없거나 소모적이다. 전문가들의 경우에는 돈을 버는 것보다 자신의 행동이 올바른가에 관심을 가진다. 일에 전념한다면 수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비밀정보 다루는 법

비밀정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인가? 사람들은 그것을 얻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기를 갈망한다. 나는 절대로 정보에 의존하지 않는다. 비밀정보에 끌리는 이유는 탐욕으로 눈이 멀었다고 하기보다는 어떠한 생각도 하려들지 않는 게으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유연한 사고

강력한 강세장이 오면 최대한 수익을 거두라. 다만 강세장이나 약세장에 영원한 충성을 맹세하지 말 것이며,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죽음이 갈라놓기 전까지는 시장의 한쪽과 함께하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하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