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재테크 서적 ‘임원경제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재테크 서적이라 할 수 있는 실학서가 처음으로 완역되었다. 대표적 실학자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실용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가운데 ‘예규지(倪圭志)’가 그것이다.

성리학 중심의 조선 사회에서 재산 증식은 금기였을 것이라는 편견을 깬다. 성리학은 성(性)이나 이(理)를 논하는, 철학적 이론의 학문으로서 유학사상의 주류를 이루었다. 좁은 의미로는 이학(理學) 또는 도학(道學)이라 불리는 주자학이다.

자연이나 우주의 문제보다 인간의 내면적 성정과 도덕적 가치의 문제를 추구하던 학문에서 ‘돈’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재산증식의 기본 가운데 이미 복리개념을 도입하고,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부업, 더구나 실학자 박지원의 소설인 ‘허생전(許生傳)’에 나오는 매점매석까지도 안내한다.

예나 지금이나 ‘장사가 최고’

무엇보다 먹고 살려면 장사를 해야 하고 상인은 공정과 성실이 으뜸이라 절대로 속이는 장사는 철저히 금한다. 재산을 금은보화로 쌓아 놓지 말고 잘 운영하며 자손에게 재산을 골고루 나누어 주라고 한다. 결론은 돈에 대한 인간의 본원적 욕망을 먼저 인정하고 돈을 잘 벌고, 저축하고, 소비하는 방법으로 재화의 담론에 불을 지폈다는 점이다.

다만 선조들은 현대의 사람들처럼 돈에 대한 욕망이 하늘을 찌르지는 않았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우는 것을 경계하고 대의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중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안온함을 지키고 너그럽게 감쌀 줄 아는 ‘연잎 같은 마음’으로 재화를 상대하고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자의 사전적 의미는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뜻한다. 이는 협소한 해석에 불과하고 재물의 과다를 떠나 ‘넉넉한 마음’에 돈에 따라온다는 것이다. 장자(莊子)의 덕전(德全)과 맞아 떨어진다. 우리들이 덕을 이지러지지 않게끔 즉 덕이 온전해야만 참 부자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한 말이다.

깨끗하게 모으고 아낌없이 베풀어라

최근 식물도 친족을 알아보고 배려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생면부지 남 옆에서는 뿌리를 한껏 뻗어 영양분 확보 경쟁을 벌인다. 반면 친족과 함께 자라면 상대도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공간을 양보하고 그늘이 지지 않도록 잎이 자라는 방향까지 바꾼다고 한다. 그러면 꽃가루받이 곤충이 더 많이 찾아와 후손 퍼뜨리기에 유리하고 그 결과 꽃이 더 많이 피어 별도의 비료나 농약 추가 없이도 생산성은 아주 높아진다는 이론이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방한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는 육체라는 수단을 빌려서 영혼을 발전시키기 위해 살아가는 존재여야 합니다.” 라는 말을 남겼다. 물론 육체도 가꾸어야 하지만 항상 내면이 물 흐르듯 하고, 과잉에 이르지 않도록 영혼의 면모도 매일 수염을 깎듯 가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마음을 올곧게 다지며 고집스럽게도 철저한 도덕률에 기반한 정도경영과 충실한 사회적 자본의 가치 구현에 귀감과 전통을 남겼다.

널리 알려진 경주 최부자 집은 말할 것도 없고 미천한 신분을 극복하고 천신만고 끝에 제주도의 거상이 된 최초의 여성 CEO 김만덕. 그들은 하나같이 한 가운데의 바른 길을 걸어왔다. 나와 가족과 함께 이웃까지 깊이 배려하는 마음에서 비롯하여 소위 동업자 정신에 입각하여 공정한 룰을 스스로 지켜냈다. 가뭄이나 흉년으로 백성들이 곤궁에 처했을 때는 아낌없이 구휼하고 깨끗하게 재물을 모아 국익에 큰 보탬이 되었다.

덕이 돈을 번다

선조들의 돈 이야기는 현대사회에서 판을 치는 ‘슈퍼스타 경제학’ 즉 ‘승자독식의 머니게임’에 경종을 울린다. ‘돈이 돈을 번다.’는 그릇된 상식을 배척하고 땀이 묻어 있지 않은 돈은 진정 자신의 것이 아니고 ‘덕이 돈을 번다.’는 가르침에 철저하게 따랐던 것이다. 단숨에 큰돈을 움켜쥐려는 탐욕과 삿된 마음을 버리고 진정한 체험과 밑바닥 정신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부를 쌓았다.

무엇보다 마음을 맑게 가지고, 위기를 당해서는 용감하게, 성공했을 때는 담담하게, 실패했을 때는 태연하게 행동하는 지혜를 배울 때다.

곽형두 머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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