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공매도 규제 강화,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등의 카드를 꺼내들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6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손병두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증권시장상황을 점검하고 단기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위 사무처장, 자본시장정책관, 금감원 부원장보,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본부장증권·운용사 임원 4명, 증권·선물사 리서치 센터장 3명, 금투협회 전무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손 부위원장은 "금융시장에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지만 과도한 반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이미 마련된 컨틴전시 플랜을 활용해 시장상황에 맞는 조치를 적시에 시행해 우리시장의 회복력을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컨틴전신 플랜은 ▲증권유관기관 및 기관투자자의 역할 강화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등이다. 정부는 증시 수급 안정과 변동성 완화를 위해 시장 상황에 적절한 정책을 이중 선택해 대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손 부위원장은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순 없지만 비상 시에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규제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기법을 말한다. 공매도 투자자는 주가가 하락하면 해당 주식을 사서 공매도분을 상환해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주가가 많이 하락할 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인 셈이다.

그는 "공매도라는게 일종의 매도보고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라젠이 공매도가 없었으면 시총 2위가 아니라 거품이 더 크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었다"며 "그러나 비상 상황에서는 공매도의 일시적인 규제조치가 필요할 수 있어 상황을 봐가면서 필요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연기금의 역할 확대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연기금은 매수 여력을 가지는 가장 풍부한 주체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필요하다면 정부가 증시안정기금 등을 만들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에도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기업의 자사주 매입한도를 풀고,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국내 금융시장은 지난 2일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간소화 국가·백색국가) 한국 배제 발표 이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지난 5일 코스피는 3년1개월여 만에 1950선을 밑돌았고 코스닥은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7%가 넘는 하락세를 보인 끝에 570선 아래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3년5개월 만에 1200원선을 넘어 1215.3원을 기록했다.

금융위는 이러한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는 복수의 대외적 악재가 겹쳐 발생하면서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 일어난 측면이 크다고 해석했다.

 손 부위원장은 "어제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고 향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 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급변했다"며 "미국이 중국에 대해 추가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지난 2일 이후 2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3.5% 하락했고 주요국 및 아시아 증시도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주요국 증시 하락폭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3.5% 내려앉았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 일본 닛케이225지숭는 3.81%, 홍콩항셍지수는 5.31%, 미국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3.26%, 독일 닥스(DAX) 지수 4.81%,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4.76%,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68% 하락했다.

그는 "오늘 아침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는 발표로 미중 무역갈등이 통상문제에서 환율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주요국과 우리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적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손 부위원장은 "우리 금융시장은 그간 많은 외부충격을 받았었지만 양호한 대내외 건전성으로 이를 조기에 극복해 왔다"며 "우리 증시는 그간 글로벌 유동성 확대에 의존한 오버슈팅이 발생하지 않았고 글로벌 주식시장에 비해 기업의 순자산대비 주가비율(PBR)이 높지 않은 만큼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기준 주요 시장의 PBR을 보면 미국 3.36배, 일본 1.19배, 홍콩 1.24배, 싱가포르 1.24배, 영국 1.72배, 중국 1.54배, 대만 1.7배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0.84배에 불과하다.

그는 "전반적으로 PBR이 글로벌 위기인 2008년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저평가돼 있고 바닥을 다지는 것"이라며 "추가적인 하락보다는 업계의 가능성으로 보는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기업실적이 매우 안 좋은 나라라고 언더밸류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가가 부진한 것의 가장 큰 역할을 한다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외환시장의 경우 달러·위안 환율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시장의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면서 우리나라 원·달러 환율도 동반해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금융위는 분석하고 있다. 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이 위안화의 추가 약세를 막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업계의 분석도 전했다.

손 부위원장은 "현재 환율이 불안해 보이지만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이 위안화의 추가 약세를 막아 오버슈팅을 제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원화약세 요인을 제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우리 금융시장의 기초체력은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과도한 반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그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인해 당장 전반적인 금수조치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불안심리를 자제하고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불안요인이 지속될 경우 더 큰 시장충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시장참여자 모두 객관적인 시각에서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대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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