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ning the Loser's Game(패자게임에서 승리하기)

-찰스 엘리스 지음, 방동철 옮김, 도서출판 무한


이 책의 원제목은 「Winning the Loser's Game(초판 1985년)」이다.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워낙 유명한 책이고, 미국에서는 50만부 이상 팔린 스테디셀러로 현재는 개정 7판(2017년)이 나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패자게임에서 승리하기(2001, 무한)」, 「찰스 엘리스의 투자의 법칙(2002, 무한)」, 「나쁜 펀드매니저와 거래하라(2010, 중앙북스)」로 책제목이 번역됐다. ‘나쁜 펀드매니저와 거래하라’는 제목은 뜬금없어 보이는데 원래 저자가 전문투자관리자(펀드매니저)와 이들에게 자금을 맡기는 기업 임원, 기부금펀드 운용자를 대상으로 책을 썼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패자의 게임(Loser's Game)’인 투자에서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주제가 가장 관심 있고 핵심적인 내용이다. 따라서 「패자게임에서 승리하기」란 원제목에 충실한 제목이 가장 마음에 든다. 국내 번역서는 현재 모두 절판 상태다. 조만간 개정판이 나오리라 생각된다.

투자는 ‘패자의 게임’

투자는 ‘패자의 게임’이라는 것이 요점이다. 예전에는 기관투자자(전문투자관리자)에게 투자는 ‘승자의 게임’이었는데 지금은 환경이 변화하면서 ‘패자의 게임’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이먼 라모 박사는 「평범한 테니스 선수를 위한 특별 테니스」라는 운동 전략에 관한 저서에서 승자의 게임과 패자의 게임 사이에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테니스는 두 가지 종류의 게임, 즉 <프로선수나 기량이 뛰어난 몇몇 아마추어 선수들이 하는 게임>과 <그 밖의 모든 사람이 하는 게임>으로 나누어진다.

<고수끼리의 시합>에서는 승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정해진다. 테니스 게임에서 프로 선수는 오랫동안 신나게 공을 주고받다가 마지막에 어느 한 쪽 선수가 공을 강하게 때려 넣어 상대편 선수가 공을 받아 넘기지 못하게 하거나, 아니면 실수를 하도록 한다. 이 같은 게임에서 프로들은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

<아마추어의 시합>은 완전히 다르다. 아마추어들은 멋지게 공을 주고받는다든지 거의 살려내기 어려운 공을 받아넘기는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공이 네트에 맞거나 선 밖으로 나간다거나, 두 번 연속해서 서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게임에서 어느 한쪽이 이기는 까닭은 상대편 선수가 점수를 많이 잃기 때문이다.

즉, 프로 선수는 점수를 따고, 아마추어는 점수를 잃는다. 라모 박사가 전통적인 채점 방식이 아니라 ‘공격해서 얻은 점수’와 ‘실수로 잃은 점수’로 채점한 결과, 고수끼리의 시합에서는 총 점수의 80%가 얻은 점수인 반면 아마추어 시합에서는 총 점수의 80%가 잃은 점수였다. 승자의 게임에서는 승자의 우수한 실력에 의해 승패가 결정된다. 그러나 패자의 게임에서는 패자가 저지른 실수로 인해 승패가 결정된다.

“전략적 실수를 적게 저지르는 쪽이 전쟁에서 이긴다.” -모리슨 제독

“골프에서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토미 아머

 

기관투자자도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많은 기관투자가들은 시장 평균 실적을 초과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지만 실제로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1997년을 기준으로 과거 25년간의 기록을 보면 전체 펀드의 4분의 3이상이 S&P 500 평균보다 실적이 뒤떨어졌다.

기관투자가들에게 투자는 최근 수 십 년 동안 ‘승자의 게임’에서 ‘패자의 게임’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유는 경쟁 때문이다. 1960년대에는 뉴욕 주식시장의 90%가 개인이었다. 전문가가 드물었던 시절 기관투자가들에게는 곳곳에 돈을 벌 수 있는 사냥감들이 넘쳐 났다. 30년이 지난 지금 기관의 투자비중은 10%에서 90%까지 확대됐다. 이제 기관들은 다른 똑똑한 전문가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서로 이런저런 실수를 저지르면서도 상대방의 실책을 찾아내서 재빨리 덤벼든다. 하지만 그럴 듯한 투자기회는 자주 오지 않으며 어쩌다 오더라도 그리 길게 지속되지 않는다.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까

투자의 세계는 기관투자가들에게도 승자의 게임에서 패자의 게임으로 변화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투자가 원래부터 ‘패자의 게임’이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이 같은 패자의 게임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을까?

①상대방의 실수를 이용하라.

“시장을 공략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투자자들의 실수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다른 투자자의 실수를 발견해서 자기 것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1)시장 타이밍을 정확히 예측해서 대응하거나 (2)특정 주식이나 업종을 선정해 초과 수익을 내는 방법 (3)투자 포트폴리오의 구성이나 변화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방법 등이 있다.

②우량회사에 장기 투자하라.

“투자한 상태로 그냥 놓아두라. 그래야만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다. 위의 첫 번째 방법은 주로 시장상황에 따라 단기매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1940~1973년까지 가상 주식에 1,000 달러를 투자해서 다우지수의 방향에 따라 34년 동안 22번의 거래(11번의 매수와 11번의 매도)를 했다면 투자금액은 85,937달러로 늘어난다. 같은 기간 동안 한 종류의 우량업종에 1,000달러를 전부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28번의 매매를 통해 투자금액은 무려 4,357,000 달러로 불어난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는 비현실적이고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은 이 기간 동안 사고파는 전략을 통해 손실을 보았을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보면 주식시장은 매력적이지만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시장은 거의 믿을 만하며 예측이 가능하다. 매일 매일의 ‘날씨’와 ‘기후’는 다르다. 날씨는 단기적인데 비해 기후는 장기적인 현상이다. 집을 지을 시기를 생각할 때 지난주의 날씨만을 가지고 때를 정하지 않듯이, 마찬가지로 장기투자 계획을 세울 때 일시적인 시장상황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미스터 마켓(Mr. Market)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고 단기간의 주가에 신경 쓰지 않는 투자자는 우량 회사에 실질적으로 투자하여 수익과 배당금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전투자 원칙 스스로 세워야

‘투자는 패자의 게임’이라는 찰스 엘리스의 주장은 월가의 성공한 투자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내용이다. 투자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이밖에도 저자는 투자에서 시간과 위험의 개념 그리고 기관투자가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투자 정책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돈을 맡기는 개인이나 회사, 학교 등도 그저 관리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지 말고 자금위탁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승리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투자전략이 이론적인 것처럼 엘리스도 ‘장기투자’와 ‘인덱스 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개별종목으로 단기 대응해 초과 수익을 낼 수 없으니 ‘시장을 사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시장변화를 이기는 투자」에서 버튼 멜킬도 동일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어차피 시장은 이길 수 없으니 시장(인덱스펀드)을 사라는 것이다. 학자들의 날카로운 분석과 이론적 방법은 취하되, 실전 투자원칙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는 투자자 각자의 몫인 듯하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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