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스 파브라이의 '새로운 가치투자법'
단도투자법으로 사업을 하듯이 투자하라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책 제목은 평범해 보인다. 그런데 저자도 내용도 꽤 특이하다. 모니스 파브라이(Mohnish Pabrai)는 인도계 미국인 사업가이자 투자자로 파브라이 인베스트먼트 공동 대표다. 미국에서 모텔사업을 통해 성공한 인도인들이나 인도기업 미탈 스틸의 락슈미 미탈 회장 등 인도와 관련된 내용이 언급되는 것이 그 이유다.

파브라이는 워렌 버핏이나 그의 동업자 찰리 멍거와 개인적인 친분이 없음에도 버핏이 13년간 운영했던 버핏 파트너십(1957~1970)의 운용철학을 그대로 벤치마크한 <파브라이 펀드>를 운용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파브라이는 버핏과 멍거를 정신적 스승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는 가치투자자다.

다만 ‘단도투자’라는 방식을 가치투자에 접목해 자신만의 독특한 투자철학으로 발전시켰다. 생소한 단어인 ‘단도투자’란 무엇인지. 파브라이가 이야기 하고 있는 가치투자는 어떤 것인지 간단히 내용을 소개한다.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단도 투자법)

(The Dhandho Investor: the low risk value method to high returns)

-모니시 파브라이 지음, 김인정 옮김, 이레미디어


단도투자란 무엇인가?

단도는 인도 구자라트 지역의 말이다. ‘단(Dhan)’은 ‘부’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다나(Dhana)'에서 비롯되었다. 단도를 직역하면 ‘부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고, 일반적으로 ‘사업’을 의미한다.

사업은 사업인데 미국 내 모텔의 절반을 소유할 만큼 성공한 인도인 파텔가문처럼 위험은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업을 말한다. 즉, 단도는 ‘사실상 위험을 전혀 부담하지 않으면서 부를 창출하려는 노력’이라고 저자는 정의하고 있다. 이를 투자에 적용하면 단도투자란 위험은 매우 적으면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방법을 말한다.

단도투자의 9가지 원칙

위험은 매우 적으면서(저위험) 높은 수익(고수익)을 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다. 문제는 이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인데, 파브라이는 단도투자의 9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1)새로운 사업보다 기존 사업에 투자하라

투자란 기본적으로 사업과 같다. 주식은 단순한 종잇조각이 아니고 사업체의 일정지분에 대한 소유권이다. 몇 개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는 것은 부를 축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투자대상으로서의 사업은 이미 검증된 사업이 신규창업보다 위험이 훨씬 적다

2)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라

단도는 한마디로 단순함이고 바로 단순함에 단도의 힘이 있다. 주식을 사고 나면 머리 속에서 신경전이 벌어진다. 이 치열한 전투에 임할 때 가장 강력한 무기는 위험은 적으면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근거를 단순한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기업을 매수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이러한 논리를 종이에 적는다. 내용이 한 단락을 넘어가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엑셀 프로그램까지 동원해야 겨우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투자에서 손을 떼라는 강력한 경고다.”-모니시 파브라이

3)침체된 업종의 침체된 사업에 투자하라

‘효율적 시장이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다. 미스터 마켓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이 주가는 늘 변동한다. 침체된 업종, 침체된 기업으로 투자 후보군을 좁히면 내재가치보다 싸게 살 수 있다. 시장은 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투자기회를 제공한다.

“시장이 항상 효율적이라면 나는 깡통을 차고 거리를 헤매는 부랑자가 되었을 것이다.”

-워렌 버핏

4)견고한 경쟁우위 ‘해자’를 갖춘 사업에 투자하라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에 투자하라. 대다수 기업에는 다양한 해자가 숨어 있거나 일부만 드러나 있다. 기업의 해자를 파악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해자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특정 기업이 어떤 경쟁우위를 확보했느냐 보다 그 우위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자를 채운 물은 거의 모두 증발하기 때문이다.

“경쟁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사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해자에 둘러싸인 사업을 원합니다. 그 중심에는 고귀한 성이 자리해야 하고, 성을 책임지는 성주는 아주 근면하고 유능해야 합니다.” -워렌 버핏

5)확률이 높을 때, 가끔씩, 큰 규모로 집중 투자하라

투자는 도박과 같다. 결국 확률의 문제다. 저평가된 투자기회를 찾고 확률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때 크게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부를 창출하는 열쇠다. 단도 원칙은 결국 소수의 종목에 큰 규모로 가끔씩 투자하는 것이다. 다수의 종목에 작은 규모로 빈번하게 투자하는 사람들의 투자 내역을 검토해보면 성적은 예상대로 보잘 것 없다.

“현명한 사람들은 세상이 기회를 줄 때 가진 돈을 잔뜩 겁니다. 확률적으로 유리할 때 크게 베팅하는 겁니다. 그 밖에 다른 때는 베팅하지 않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찰리 멍거

6)차익거래 기회를 활용하라

차익거래는 작은 것을 지불하고 큰 것을 얻는 투자기회다. 분명한 ‘차익거래 스프레드’가 존재한다면 손실이 발생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가치투자와 장기투자의 대가인 워렌 버핏도 차익거래를 통해 안전한 수익을 거두었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 밤 이 자리에 어머니가 안 계시니 고백하자면, 저는 사실 차익거래를 해왔습니다.”

-워렌 버핏

7)항상 안전마진을 추구하라

이익 가능성을 고려하기 전에 손실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내재가치 대비 크게 할인된 가격에 자산을 매수하면 설령 미래가 예상과 달리 나쁘게 전개되더라도 자본에 영구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 안전마진의 본질적 기능이다.”

-벤저민 그레이엄

​8)위험은 적고 불확실성은 큰 사업에 투자하라

책에서 언급한 파파 파텔, 마닐랄, 브랜슨, 미탈의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그들이 모두 저위험 사업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이들이 투자한 사업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모두 ‘위험은 적고 불확실성은 큰 사업’이었다.

“월가에서는 때때로 위험과 불확실성을 혼동한다. 월가는 불확실성을 혐오하고, 혐오는 해당 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린다. 투자자는 이런 혼동을 이용해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파브라이

9)혁신 사업이 아닌 모방 사업에 투자하라

맥도날드 창업자 레이 크룩은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에서 맥도날드 형제가 운영하던 햄버거 식당의 사업모델에 반해 상호와 영업노하우에 대한 권리를 사들였고 고스란히 차용해 사업을 확장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시애틀 컴퓨터라는 작은 회사가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계인 Q-DOS와 관련된 모든 권한을 5만 달러에 사들여 MS-DOS를 만들었다.

크게 성공한 기업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위대한 실천가가 많은 부분을 차용하고 확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공개주식시장에서 투자대상을 찾는다면 혁신기업은 무시하라. 차용과 확장을 되풀이하며 능력을 입증해 온 사업을 찾아라.

파브라이의 가치투자

파브라이는 가치투자의 대가인 워렌 버핏을 그대로 모방해 펀드를 만들고 자산을 운용하는 가치투자자다. 따라서 내재가치의 측정과 안전마진, 경제적 해자 등의 개념은 기존의 가치투자자들의 생각과 기본적으로 같다.

다른 점은 그 만의 방법으로 버핏의 가치투자를 최적화시켰다는 것이다. 그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단도투자 원칙’을 통해 위험은 적지만 기다리면 큰 수익이 나는 주식에 사업가처럼 투자한다는 것이다. 폴 오팔라가 이야기 한 것처럼 ‘기업가처럼 투자하는 것’은 특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매우 훌륭한 투자방법이다.

둘째 가치투자자들의 고민인 “언제 까지 기다려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평가 된 자산을 매수했지만 시장은 바로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 가치투자자들의 방법은 계속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여기에 대해 저자는 2~3년 이라는 기간을 제시하고 있다. 경험상 2~3년 이면 가치와 가격의 괴리는 사라지고 주식이 제 값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다만 3년이라는 꽤 충분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면 거기서 빠져나오라고 말한다.

세 번째로 유용한 내용은 가끔씩 투자하면서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투자하라는 것이다. 이 원칙은 찰리 멍거가 이야기 한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누구라도 열심히(?) 투자해 이익을 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투자는 열심히 즉, 자주 매매한다고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다. 수수료로 증권사의 배만 채워줄 뿐이다. 자주 사고팔고 싶은 ‘탐욕’은 멀리하고, 남들이 모두 도망갈 때 가끔씩 ‘공포’를 사는 것이 현명한 투자방법이다.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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