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부터 황금은 ‘부와 권위의 상징’

태양처럼 빛을 발하는 ‘황금’은 무한한 상상을 부르며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금’은 발견되자마자 인류와 역사를 같이 하며 부귀영화와 화려함의 극치로 선점하기 위한 세계적인 각축전이 벌어졌다. 부귀와 권위의 상징인 황금은 무역의 도구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등가물로서의 화폐 역할로 최고봉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와 페르시아 제국 그리고 로마에 이르기 까지 제국번영의 절대적인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역사의 이면에는 탐욕의 상징이자 허영의 도구라는 ‘과거의 비애’가 숨어 있다.

인간이 만든 지폐 앞에서도 언제나 리스크 회피와 인플레이션 헤지(Inflation hedge)기능을 발휘함으로서 ‘난세의 영웅’이자 ‘부의 수호자’임은 분명해 보인다.

인간의 욕망에 불을 댕긴 '골드러시Gold Rush)'

현대사학의 선구자 스타브리아노스(L.S. Stavrianos)는 1500년 이전과 이후의 세계사에서 르네상스, 종교 개혁, 신대륙 발견을 역사적인 3대 사건으로 꼽고 있다.

이 중에서도 신대륙 발견은 기존 세계의 경계를 허물어 서양 중심 역사의 출발 지점이자 탐욕에 사로잡힌 인류에게 신천지를 열어 주며 ‘골드러시’가 본격 개막 된다.

15세기 인도나 중국에서 향료나 비단 구입에 많은 황금이 소요되자 새로운 식민지와 부에 대한 갈망이 유럽의 대항해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기독교의 세계 전파가 명분이었으나 신대륙에서 황금이 발견 되는 순간, 복음은 사라지고 욕망은 타 올랐다.

애덤 스미스는 “탐험가와 정복자를 신대륙으로 이끈 것은 바로 ‘종교화된 황금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 설파 했다. 대항해의 선두 주자는 포르투갈이었으며 피비린내 나는 식민지 개척의 주역은 콜럼버스다.

1451년 이탈리아 출신인 그는 25살에 포르투갈에 입국하여 금을 숭배하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스페인 왕실의 지원을 겨우 받아내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자가 된다. 그러나 황금으로 자신의 영혼을 구해 내겠다는 희망은 이루지 못하고 스페인에게 부의 원천지를 안내하는 선에서 그치고 만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스페인의 황금시대

이후 스페인 국왕 찰스5세는 아메리카에서 황금을 발견하면 5분의 1만 상납하고 나머지는 모두 가져도 좋다는 유인책을 발동하여 1500년부터 1520년 기간 동안 수천 명의 탐험가가 달려들어 전설 속의 황금 국가임을 증명 한다.

마야인의 후예인 아스텍과 잉카 제국을 멸망시키고 남미 대륙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멕시코와 페루 금광까지 장악하고야 만다. 16세기 스페인은 유럽에서 천주교 국가의 절반을 통치했으며 필리핀을 정복하고 브라질을 제외한 아메리카를 모두 보유하는 신화를 만들어 낸다.

황금은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속속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1545년부터 1560년 사이에는 연 평균 금 5500킬로그램, 은 24만 6000킬로그램에 달할 정도로 세계 생산량 중 83%를 점유하기에 이른다.

약탈로 엄청난 황금이 유입되자 국민들의 소비심리만 자극 할 뿐 적극적인 생산 활동을 가로 막아 오히려 치명적인 ‘독’이 되었다. 당시 스페인 의회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이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라는 자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황금이 스페인을 침몰시키다

철부지 아이처럼 생필품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그저 금과 은으로 맞바꾸는 못난 졸부 행세만 하였고 군주는 세계의 패주가 될 망상에 사로 잡혀 부의 절반을 전쟁에 쏟아 부었다.

그러자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는 영국 상선에 스페인 상선 ‘약탈 허가증’을 내어 줌과 동시에 해적함대를 동원 하여 반격에 나선다. 심각한 생산력 부족과 장기 무역 적자에 시달리던 스페인은 결국 재기불능 상태에 빠져 해상 패권을 영국에게 넘겨주고 만다. 근대사에서 최초의 대국 스페인은 이렇게 깃발을 내리고야 만다.

그러나 ‘황금 중개기지’로서 서방 사회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황금이 순식간에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시장 물가가 오르면서 심각한 물가 파동과 화폐 수요의 증가로 경제 변혁의 시발점이 되는 결과를 초래 하여 ‘가격 혁명’의 발원지가 되었다.

스페인 문학의 자부심이자 르네상스 시대 가장 위대한 작가인 세르반테스를 기린 동상 「야윈 말을 탄 돈키호테와 하인 산초」는 특유의 모험 정신으로 가득한 스페인의 영예와 치욕 그리고 흥망성쇠를 한 눈에 보여주고 있다.

세계사에서 과연 ‘영원히 해가 지지 않는 나라’는 없는 걸까.

곽형두 머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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