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피셔(Ken Fisher)는 필립 피셔(Phillip A. Fisher)의 아들이다. 투자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투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와 필립 피셔의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바이블과 같은 책이다.

시장이 오를지 내릴지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좋은 기업을 발굴해 인내심을 가지고 보유하는 전략, 성장주 투자의 시조, 기업탐방이란 걸 처음으로 시작한 존경 받는 투자자 필립 피셔.

그의 아들이 월가에서 성공한 펀드매니저(피셔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책을 읽어 보면 아들은 아버지 보다 적극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아버지가 혼자 자기 길을 가는 외로운 투자자였다는 점과 대조적이다.


◆3개의 질문으로 주식시장을 이기다

-켄 피셔, 제니퍼 추, 라라 호프만스 저 / 우승택, 김진호 역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식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 별 의미 없다는 인식은 부자간에 공통된 인식인 듯하다. 켄 피셔는 죽 끓듯 변덕을 부리는 주식시장을 TGH, '위대한 능멸자(The Great Humiliator)'라고 명명한다.

시장은 투자자들을 흥분에 들 떠 소리 지르게 하기도 하고 자신감을 가질 만하면 뒤통수를 쳐 가진 것을 다 빼앗기도 하는 존재다. 워렌 버핏은 이 같은 표리부동한 시장의 속성을 변덕스런 동업자에 비유해 '미스터 마켓(Mr. Market)'이라고 표현 한 바 있다.

피셔는 이 '위대한 능멸자(TGH)'에 대항하기 위해 세 가지 질문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사실일까

첫 질문은 "우리가 잘 못된 것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다.

우리가 투자에 관하여 학교에서 배운 것, 상식적으로 믿고 있는 것들, 뉴스를 통해 상식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정말 사실이냐는 질문이다.

우리가 교육을 받고, 앞서 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매일 뉴스를 보는 이유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타인의 경험과 사회현상에 대한 인과관계를 간접적으로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셔는 '그게 정말 사실이냐' '너가 직접 해 봤냐'고 질문한다.

일반적인 투자에 관한 생각들에 대해 직접 검증을 해 보니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시장(혹은 종목)은 PER이 낮은 시장(혹은 종목)보다 위험하다'는 인식에 대해 실제 검증을 해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규모 재정적자는 경제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생각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규모 재정적자가 있은 후에 시장은 평균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 혹은 상식이 정말 사실인지 다시 질문해보고 가능하다면 직접 자료를 가지고 검증해보라.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남들과 다른 결론과 시각을 가질 수 있고 거기에 투자의 기회가 있다.

"미친 사람처럼,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가져라."

나만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두 번째 질문은 투자를 위한 세 가지 질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지만 당신만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대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모르는 정보나 뉴스, 예를 들면 M&A나 대규모 수주 혹은 신약개발성공 같은 것을 떠 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런 정보는 우리가 알 수도 없고 알아도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접하는 방송이나 뉴스는 이미 세상 사람 모두가 알고 있는 공포된 사실이다. 회사관계자 혹은 지인에게 당신만 알고 있으라고 받은 정보도 이미 회사관계자와 그들의 친구들 그리고 이를 통해 주식을 미리 사놓은 기관투자자들에 비하면 늦어도 한 참 늦은 것이다.

설령 이 정보가 사실이고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사고파는 시점을 정확해 예측해 수익을 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기자들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지만 투자에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피셔가 이야기하는 바를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다른 사람은 간파하지 못한 것 중 당신이 간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다. 다시 말해 먼저 받은 정보나 뉴스가 아니라 주식의 가치를 발견해내는 일종의 '기법 혹은 패턴'이라 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많은 투자자들이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같은 지표를 투자에 활용할 때 피셔는 주가매출액비율(PSR)이라는 지표를 스스로 만들어 투자에 활용했고 좋은 수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남들이 모르는 이 같은 투자의 기회 혹은 패턴을 간파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질문을 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한다.

"여러분이 더 많이 질문할수록 더 많이 볼 수 있다."

나는 제대로 행동하고 있는가

세 번째 질문은 "지금 내 두뇌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지?"

라고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 보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행동경제학의 주장과 같다. 우리 뇌는 가만히 놔두면 수익이 났을 때의 자기도취와 손실이 났을 때의 지나친 후회 등으로 좋지 않은 투자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위적으로 혹은 시간이 날 때마다, 투자의 결정을 내릴 때마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내 안의 또 다른 나에게 질문하여 잘못을 사전에 교정하라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석기시대 때부터 '긍지를 쌓고 후회를 피하는 방법'을 통해 생존해 왔는데 지금시대에는 이러한 행동들이 투자에서 실수를 일으킨다.

행동경제학의 범주에서 들어보았겠지만 긍지와 관련된 '지나친 자신감'은 투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후회와 관련해서는 '손실회피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결국 높은 가격에 사고 낮은 가격에 팔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두되는 육체적 생존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지, 재무적 생존을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님을 명심하라."

"긍지를 피하고 후회는 쌓아야 한다. 여러분이 보유한 주식이 많이 올랐더라도 자신을 천재라고 생각하지 말라.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하라. 보유주식이 많이 떨어지면 후회를 피하려고 하지 말라. 후회를 받아들이고 분석하고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하라."

예민수 증권경제연구소장(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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