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가양동 부지 등 1조3000억 부동산 매각…내실다지기 나서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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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월드베스트 CJ’를 선언하며 공격적 M&A에 나섰던 CJ(001040, 회장 이재현)가 늘어난 차입금에 발목을 잡히며 대규모 부동산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무리한 M&A로 약 4년 만에 차입금 규모가 2배로 늘어난 CJ제일제당(097950, 대표 신현재)은 신용등급 하락위기에 빠지며 결국 가양동 부지마저 매각, 그간 기대를 모아왔던 ‘CJ 타운’의 꿈도 물거품이 돼 버렸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비상경영을 선포한 CJ제일제당이 최근 1조3000억원 가량의 부동산을 매각했다.

CJ제일제당은 서울 가양동 토지 및 건물(8500억원)과 구로구 공장부지(2300억원), CJ인재원 한동(528억원)을 재무건전성 강화 목적으로 매각한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총 1조1328억원으로 모두 차입금 상환에 쓰인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이 소유했던 강서구 가양동 부지는 몇 해 전부터 CJ가 그룹 계열사를 모아 랜드마크, 즉 ‘CJ 타운’을 조성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던 곳이다.

삼성그룹이 서초동에 삼성타운을 조성하고, 현대자동차그룹이 삼성동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설하고 있는 것처럼 CJ도 가양동에 CJ 랜드마크를 구축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기대감을 키워왔다. 하지만 이번 매각으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지난 2017년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회장이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위 등극’이라는 ‘월드베스트 CJ’를 선언하며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은 공격적인 M&A를 단행해 왔다.

2017년 6월 브라질 사료업체 ‘셀렉타’를 360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작년 11월에는 그룹 사상 최대 규모인 2조원에 미국 냉동식품 기업인 쉬안스컴퍼니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결국 CJ제일제당의 재무상황 악화라는 ‘독’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5년 5조원에 불과했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올해 3분기 9조4000억으로 4년 만에 2배 급증했다. 결국 지난 6월 한국기업평가는 CJ제일제당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하락 우려에 부동산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한 CJ제일제당은 이제 비상경영 체제로 돌아서며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으로 신용등급하락 위기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부터는 쉬안스컴퍼니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를 맞은 건 비단 CJ제일제당 뿐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이 ‘전례에 없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는 말들이 새나오고 있다.

CJ CGV(079160, 대표 최병환)는 2016년 진출한 터키 시장에서의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 부채비율이 치솟으며 해외 법인 지분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며,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 매각으로 부채비율은 크게 줄었으나 유일하게 흑자를 내던 브랜드를 매각함에 따라 향후 실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CJ ENM(035760, 대표 허민회)도 위기다. 최근 오디션프로그램 투표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며 관계자들이 구속된 데 이어 아직 수사를 받지 않은 나머지 프로그램에까지 의혹이 번지며 대중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CJ 타운은 그룹에서 계획하고 있던 사안이 아니며 부지 매각은 재무건전성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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