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롯데 지지 받는 신동빈 회장 지배력엔 영향 없을 듯…호텔롯데 상장이 숙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가운데)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뉴시스)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가운데)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장자 승계’를 지지했던 신격호 명예회장이 지난 19일 별세함에 따라 롯데그룹의 경영권 구도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형제의 난’ 이후 한·일 롯데 양측에서 지배력을 강화해 온 신동빈 회장 체제가 지속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나 신 명예회장이 남긴 1조원대 재산의 향방에 따라 형제간 갈등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단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지난 2015년 경영권 분쟁을 거친 후 현재 한·일 롯데그룹을 장악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이전까지는 신 회장이 한국 롯데를,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를 이끄는 구도였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2015년 1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전격 해임되면서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의 ‘원톱’으로 부상했다.

이후 신 전 부회장 측은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이어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신격호 명예회장이 공개적으로 ‘장남 승계’를 주장하며 힘을 보탰으나 한·일 롯데 사장단은 물론 노조도 나서 신동빈 회장을 ‘글로벌 롯데의 리더’로 지지하면서 힘의 균형이 신 회장 쪽으로 사실상 기울었다.

신동빈 회장은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인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등을 포함한 일본 경영진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2019년 2월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6월 열린 주주총회에선 이사로 선임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신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4%를 포함, 임원지주회·종업원 지주회·일본 롯데 계열사 등 총 57.9%에 달하는 우호 지분을 갖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29.7%보다 더 많다.

업계에서는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롯데지주 지분율이 3.1%로 미미한 데다 한국 내 지배구조가 이미 신동빈 회장 중심으로 재편이 완료된 상태여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KB증권은 “신격호 명예회장의 롯데지주에 대한 보통주 지분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3.1%이고 3남매의 보통주 지분율은 신동빈 11.7%, 신영자 2.2%, 신동주 0.2%”라며 “고 신격호 명예회장 지분의 상속이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신 명예회장의 세부 지분을 보면 일본 롯데 0.4%, 롯데제과 4.48%, 롯데칠성음료 1.3%, 롯데쇼핑 0.93% 등이다. 이 지분이 모두 신 전 부회장에게 넘어간다고 해도 신동빈 체제를 흔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최대 주주인 광윤사(28.1%)의 지분 50%+1주를 보유한 최대 주주라는 점은 여전히 신 회장에게 부담으로 남아있다.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를 지배하는 광윤사는 옥상옥 지배주주로 불린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국내에서 중간지주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광윤사 최대주주인 신 전 부회장의 지배력이 호텔롯데를 비롯해 호텔롯데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상사, 롯데캐피탈, 롯데지알에스 등 주요 계열사에도 미칠 수 있어서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이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산을 상속받아 지분을 매입,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신 회장은 지속해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진행해왔다. 롯데제과를 분할해 롯데지주를 설립, 지주사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그룹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을 각각 2017년과 2018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또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율을 희석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의 ‘원톱 체제’를 완성할 카드로 거론된다. 현재 신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상장 작업이 미뤄진 상태나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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