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대출 회수에 운용사 도미노 위기···20여개 운용사 2조원 영향권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최근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알펜루트자산운용에서도 펀드 환매 연기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28일 ‘알펜루트 에이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이하 에이트리)’와 ‘알펜루트 비트리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이하 비트리)’, ‘알펜루트 공모주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호(이하 공모주 펀드)’ 등 3개 펀드의 환매 연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에이트리 펀드의 설정액은 567억원, 비트리의 설정액은 493억원, 공모주 펀드의 설정액은 48억원으로 모두 합치면 1108억원 규모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극단적인 최대값을 가정할 때 2월 말까지 환매 연기 가능 펀드는 (환매 연기를 결정한 3개 펀드를 포함해) 26개 펀드이고 규모는 1817억원”이라며 “3개 펀드 외 나머지 개방형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변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환매 연기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자산 보호를 위해 일정 시간 동안 환매를 연기하는 것이 급매, 저가매각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 방지의 측면에서 다수의 고객을 위한 더 좋은 대안이라는 생각으로 환매를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이번 환매 연기 조치가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연기 사태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개방형 펀드에 사모사채나 메자닌 등 자산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무역금융과 부동산금융 등을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또 소수의 모(母)펀드를 설정하고 이와 연계해 자(子)펀드를 운용하는 ‘모자형 펀드’ 구조를 취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이 이번 환매 연기를 결정하게 된 건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갑자기 대출 회수를 요청하면서다. 라임 사태가 커지자 알펜루트자산운용 사모펀드에 투자한 증권사들이 투자금 회수를 결정했고, 이에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킬 수 있어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증권사가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이 자금을 돌려주고 다른 자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겪을 경우 펀드 전체의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앞으로 증권사들이 앞다퉈 TRS 계약 해지에 나선다면 추가적인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알펜루트자산운용처럼 많은 운용사가 TRS 계약을 통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TRS 계약으로 자금을 대준 운용사는 20여 곳이며, 해당 자금 규모는 총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