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당일 권고사직' 논란에 '공짜·장시간 노동 의혹' 휩싸여
펄어비스, '당일 권고사직' 논란에 '공짜·장시간 노동 의혹' 휩싸여
  • 길연경 기자
  • 승인 2020.03.26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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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인 대표 "인사 정책 빠르게 개선해 나갈 것"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지난해 일자리 창출로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펄어비스(263750, 대표 정경인)가 최근 신작 개발팀을 중심으로 10여 명의 권고사직이 무리하게 이뤄지면서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게임 업계 전반의 문제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0년 9월 설립된 펄어비스는 ‘릴 온라인’, ‘R2’, ‘C9’과 ‘검은사막’으로 유명한 국내 중견 게임 개발사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악덕 기업 펄어비스’라는 글이 올라오면서다. 특히 펄어비스에서 당일 권고사직이 횡행했다는 주장이다. 

모바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펄어비스 당일 권고사직 증언 글 캡쳐
모바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펄어비스 당일 권고사직 제보 (사진=캡쳐)

해당 글에서 익명의 제보자는 “요즘 시대 구멍가게 수준의 기업도 아니고 (펄어비스가) 당일 해고를 밥 먹듯이 한다”면서, “계약직으로 뽑고 계약 연장을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사람 피 말리다 하루 아침에 자르는 게 일상이다”고 성토했다.

이어 “한 두명이 아닌 팀 단위로 여러곳이 당일해고 당한 것 같다”며 “어제 회의한 동료가 다음날 없고 같은 팀 사우도 동료가 퇴사한 걸 모르는 회사”, “예전부터 오전에 당일해고 통보받고 오후에 책상이 사라지는 마법같은 회사라고 소문이 자자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익명의 게시자도 “주변에 오전에 출근하고 오후에 퇴사당한 사람 열명 넘게 봤고, 심지어 계약도 파견도 아니고 정규직 팀장급, 서비스 초기멤버 등등 그냥 자르는거에 임계선이 없는 회사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펄어비스의 지난 2019년 3분기 기준 평균 근속연수는 1.7년으로 주요 12개 게임업체 평균 3.7년과 비교해 짧은 편이다. 권고사직의 이유로는 ‘회사의 방향성과 맞지 않아서’, ‘리더 그룹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등등 불분명한 이유가 다수였다.

이와 관련 지난 24일 정의당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국회 소통관에서 ‘IT노동자 갈아 넣는 블랙 기업 펄어비스 디버그하겠습니다’라는 기자회견을 통해 펄어비스가 부당해고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3월 18일부터 중견 게임회사 ‘펄어비스’의 재직자와 퇴직자로부터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며 “일자리 창출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은 펄어비스가 권고사직이라는 이름으로 부당해고를 자행하고, 포괄임금제를 피해 재량근로제를 도입함으로써 노동자들을 공짜노동과 장시간 노동에 내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정의당에서 밝힌 제보 가운데서도 부당한 권고사직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다. 퇴직자들은 “겨우 승인받은 야근도 52시간을 초과하면 더 이상 기록할 수 없어요. 회사에서는 52시간을 넘지 않게 주의하라는데 주어지는 업무량은 야근을 하지 않고는 해낼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에 결국 기록 없이 일하게 됩니다. 이걸 따라가지 못하면 권고사직을 당하는 거예요”라고 비판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기준 펄어비스의 평균 근속연수는 1.7년으로 매우 짧다. 엔씨소프트는 5.3년, 넷마블은 4.2년이다”라고 밝혔다. 

펄어비스 측은 류 위원장이 “다른 게임사에 비해 계약직이 많고 근무연수도 짧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업력이 짧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반응이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게임의 글로벌 확장에 따라 2017년 공시 기준 대비 인원이 3배가 늘어나면서 대부분 직원의 근속 연수가 짧을 수밖에 없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크래프톤의 근속 연수는 2년, 스마일게이트는 2.3년, 게임빌은 2.5년으로 나타났다.

펄어비스는 지난 2017년 선도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정의당에 따르면, 재량근로제 등으로 여전히 장시간 노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증언에 따르면, “주 52시간제를 피하기 위해서 재량근로제를 도입합니다. 윗선에선 대상자들에게 '주말에도 나와라'라고 합니다. 저도 주 60시간을 넘겨 일했어요. 재량근로제를 거부하는 게 가능하지만, ‘그럼 재미없을 줄 알아라.’라는 식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개 직원이 거부하기는 힘듭니다.”라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재량근로제는 노동시간과 업무 수행 방식을 노동자가 재량껏 결정하여 근무하도록 하는 유연근로시간제다. 대통령령으로 정한 직무에 한해 적용할 수 있고, 시행 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대표의 합의가 필요하다. 

제보에 따르면 펄어비스는 재량권이 필요한 직무의 노동자가 아니라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 시행됐다. 또 재량근로제 도입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없는 펄어비스에서 근로자 대표 합의와 같은 적절한 조치를 밟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이달 들어 징계 해고와 10여명의 권고사직이 이뤄졌고 특정 부서에서 자진 퇴사까지 겹치며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퇴사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대표는 “업무 성과가 부진하거나 일하는 방식이 달라 회사와 맞지 않다고 판단되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빠르게 조직을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해왔다”며 “적절한 절차를 마련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사자가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절차를 개선하지 못한 것은 모두 경영진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인사 정책과 기업 문화에 대해 빠른 개선을 약속하며 “당일 퇴사 등의 프로세스에 대해 당장 개선할 것”이며 “(논란이 됐던) 신규 프로젝트는 중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펄어비스는 △퇴사 프로세스 및 관련 절차 준수 △저성과자 및 업무 방식 부적응자에 대한 관리 방안 마련 △권고사직 대상자에 대한 복지 혜택 중단 3개월 유예 등을 개선안으로 내놓았다.

한편 펄어비스의 부당 행위 여부를 떠나 류 위원장의 대리 게임 등 각종 논란이 있었던 터라 업계에서는 “정치적 접근이다”, “류 위원장이 게임업계 청년 노동자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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