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제빵 품질관리사 인사관리 부당"…"위기 때 약속 안지켜"

허희수 SPC그룹 전 부사장 (사진=뉴시스)
허희수 SPC그룹 전 부사장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국내 최대 제빵 기업이자 대형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나며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2018년 마약사건으로 경영에서 영구 배제시킨다던 허영인 회장의 둘째 아들인 허희수 부사장이 최근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는가 하면, 2017년 불거진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불법파견 문제는 합의했다 했지만 실상은 이로 인해 또 다른 ‘갑질’ 피해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허영인 회장의 둘째 아들인 허희수 전 부사장은 대만 등 해외에서 액상으로 된 대마를 몰래 들여와 흡연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SPC그룹은 허 전 부사장이 구속된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허희수 전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당시 SPC그룹은 3세 경영이 본격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는 시기였고, 더욱이 허희수 전 부사장은 쉐이크쉑 버거를 국내에 들여와 성공적으로 론칭 하는 등 회사 내에서 입지가 탄탄하다고 알려진 만큼 경영에서 영구배제 시킨다는 소식은 그룹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충격적으로 받아 들여졌던 사건이었다.

얼마간의 자숙기간을 가진 후 복귀시키는 여느 재벌 기업들과는 다른 단호한 대처에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는 것이 25일 KBS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KBS 보도에 따르면 SPC그룹이 이러한 입장문을 발표한지 불과 3개월 만에 허희수 전 부사장은 임원회의에 참석 했고, 이후 일주일에 두 번 회의를 주재하고 사업진행사항을 일일이 보고받았다. 경영에서 배제시킨다는 발표는 그저 말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SPC그룹 측은 허 전 부사장이 이전에 해외사업을 맡고 있었던 만큼 직접 제휴계약을 진행했던 해외브랜드와의 소통 과정에서 피치 못하게 관여해야 하는 일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직접 제휴를 진행한 해외 브랜드와의 소통 과정에서 전혀 빠질 수는 없는 상황인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SPC그룹의 이중적인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국내 최대 제빵 프랜차이즈 업체인 파리바게뜨는 제빵기사 5300여명을 협력업체를 통해 불법파견을 해 운영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고용노동부로부터 이들을 모두 직접 고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해당 지시를 어길 시 파리바게뜨는 최대 1613억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될 상황에 놓였고 결국 회사는 자회사를 만들어 이들을 모두 직접 고용함으로써 과태료를 피하게 된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SPC GFS는 고용노동부 주관 2018년 대한민국 일자리 으뜸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SPC그룹은 “근무환경 개선 등을 통해 고용의 양과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 힘쓰겠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위기 모면을 위한 보여주기 식 대응에 불과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불법파견 문제가 일단락된 후 오히려 파리크라상 본사 소속의 품질관리사(QSV)들이 부당한 업무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화섬식품노조 파리크라상 곽형석 지회장은 “2017년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불법파견 문제 때에도, 2018년 사회적 합의로 일단락된 후에도, 불법파견과는 또 다른 갑질 피해자들이 생겨났다”고 토로했다.

곽 지회장은 “불법파견 문제가 일단락된 이후 오히려 본사에 소속된 이들은 기존 업무와 무관한 업무에 동원되거나 20년 넘게 제빵관련 기술직에 근무해온 품질관리사를 영업직으로 전환시키는 등 납득되지 않는 부서이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품질관리사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또 있었다.

화섬식품노조 가광현 조직실장은 “불법파견 문제가 일단락된 후 사측은 본사 품질관리사를 당사자들과 논의 없이 매장으로 발령 내려는 시도를 지속해왔다”며 “과거 매장 제빵기사 경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승진을 해 현재 본사에서 품질관리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품질관리사들 입장에서 매장 발령은 강등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만큼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품질관리사노조는 현재 사측에 교섭을 요청하는 한편 조합원의 영업직으로의 부서이동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회사 측은 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SPC그룹 관계자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으나 회사 내 부서 이동은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인 만큼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동종업계 관계자는 회사 내 부서이동을 무조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술을 요하는 직군 특성상 근로 당사자와의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보긴 어렵지만 당사자와 논의 없이 제빵기술직에서 영업직으로의 부서이동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근로자 입장에서 부당하다고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회사와 이야기를 해서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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