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유동성 지원과 관련해 한국은행이 애써준 것은 감사하지만 문제의식이 안일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0일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은행권 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에게 했던 말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주요 선진국 뒤를 따라갔다는 점을 은근히 꼬집으면서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있어 한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이어 “산은은 전력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산은의 코로나19 피해 지원 행보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산은은 최근 수출입은행과 함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두산중공업에 1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두산중공업 자금 지원은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당초 이 회장의 발언 취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에 대규모 공적 지원금을 받을 두산중공업이 ‘과연 코로나19 피해로 인해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 이후 6년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다. 2018년 당기순손실 725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에도 500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다. 주가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 중이다. 2007년 16만5000원대 수준에 있던 두산중공업 주가는 최근 사상 최저가 수준인 2300원대까지 떨어졌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대규모 명예퇴직에 더해 일부 휴업까지 검토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세계 발전시장 침체 등으로 업황 부진이 지속된 탓이다.

두산중공업의 자금난은 자회사 두산건설 지원에 10년간 1조7000억원을 쏟아부은 것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장기간에 걸쳐 오너와 경영진의 경영실패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이다. 

근본적으로 두산중공업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근 급격히 도산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과는 상황이 전혀 다른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산은의 두산중공업 지원 시점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산은이 두산중공업의 부실 위험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이전 선제적으로 지원에 나섰더라면,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금융지원을 필요로 하는 다른 중소기업들을 도울 수 있었을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자금 수혈로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다만 경영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흔히 말하는 ‘이 시국에’,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에 전력을 다하겠다던 산은의 두산중공업 자금 지원이 과연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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