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에···증권사 신용융자 이자율 '고금리 여전'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인하했지만,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여전히 고금리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거래융자란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 매수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들은 기간별로 금리를 설정해 개인투자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수익을 얻는다. 돈을 빌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도 높아진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28개 증권사 중 한달 동안 투자금을 빌렸을 때 가장 높은 이자율을 받고 있는 증권사는 키움증권(039490, 대표 이현)이다. 키움증권은 16~30일 동안 빌려주는 금액에 무려 9%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같은 기간 8% 이상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는 증권사는 △이베스트투자증권 8.8% △케이프투자증권 8.5% △유안타증권 8.3% △IBK투자증권 8.0% △유진투자증권 8.0% △부국증권 8.0% 등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이자율을 제공하고 있는 증권사는 상상인증권으로 4.6%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KTB투자증권 5.8% △유화증권 6.0% △현대차증권 6.0% 등도 비교적 금리가 낮았다.

기간을 6개월 이상 기준으로 보면 DB금융투자와 SK증권, 현대차증권이 11%로 이자율이 가장 높았다. △교보증권 10.9% △BNK투자증권 10% △메리츠증권 9.9% 등도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16일 한은이 ‘빅컷(1.25%→0.75%)’을 단행하며 사상 처음 0%대 기준금리 시대를 연 이후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조정한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와 SK증권, 하이투자증권 3곳에 불과했다.  

특히 IBK투자증권, NH투자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대우, BNK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한양증권 등 7개 증권사는 지난 2018년 말부터 단 한차례도 이자율을 변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증권도 2019년 1월 초 이후 이자율 변동이 없었다.

최근 증권사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금리를 줄줄이 인하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CMA는 하루 단위로 이자가 붙기 때문에 하루만 돈을 넣었다가 빼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증권사들의 매출 대비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19년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으로만 1333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2019년 전체 순이익(3628억원)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며, 전년과 비교하면 2.64% 증가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 1위인 키움증권이 이를 기반으로 한 개인투자자 대상 고금리 이자장사에 지나치게 치우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의 주식 가치가 하락하게 될 경우 반대매매를 통해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선 리스크 거의 없는 사업”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지나치게 높은 금리로 이자장사를 하는 것이 증권사의 주 수익원이 되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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