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이마트·롯데마트 가격파괴로 고객 유치 한창인데…노사 불협화음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 (사진=홈플러스 제공)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 (사진=홈플러스 제공)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임금 협상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홈플러스 노조가 결국 파업을 예고했다. ‘동행세일’ 기간을 맞아 오프라인 매장 고객 유치가 활발한 시점이라 회사 측 근심이 커지고 있다.

노사 갈등이 장기간 봉합되지 못할 경우 성장 정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그룹 차원의 지원을 얻어 각각 ‘쓱닷컴’과 ‘롯데온’으로 온라인 확장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파괴적인 가격으로 오프라인 집객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홈플러스로서는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파업이 더욱 뼈아플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민주노조연대(이하 홈플러스노조)가 실시한 쟁의행위 투표는 투표율 93.6%에 찬성률 79.8%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4일 간부파업을 시작으로 6일부터는 전조합원 등벽보 달기, 매장투쟁과 선전전, 부분파업·기습파업 등 다양한 쟁의행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 시국을 고려해 총파업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더불어 노조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2020년 임단협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폐점을 전제로 한 매각절차가 진행중인 안산점·대구점·둔산점에서 근무하는 조합원 200여명이 상경해 매각저지와 MBK 규탄투쟁을 함께한다.

앞서 홈플러스 노사는 지난 4월23일부터 총 7차례에 걸쳐 임단협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로 6월29일 최종 협상에 나섰으나 이마저 결렬됐다.

노사 양측은 협상 불발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조정회의까지 가서도 임금입장을 밝히지 않은 회사 태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중노위 조정위원들은 29일 조정회의 때 회사측은 임금입장을 제시하고 조합측은 수정요구안을 제시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회사는 2차 조정회의에 빈손으로 나와 끝까지 임금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 “조정위원들이 ‘임금에 대한 입장을 뭐라도 제시하라’고 호소했으나 이마저도 거부했다. 노동조합은 전향적인 수정안까지 준비했지만 허사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홈플러스는 “노조는 3700억원 규모의 임금요구 8개안과 138개 단협안을 요구했으며 ‘무조건적인 일괄타결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교섭의 의미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특히 노조 측은 7차 본교섭이 열리기 이틀 전인 6월16일부터 이미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1차 투쟁지침’을 하달하는 등 애초에 협상 의지를 내다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5300억원 넘게 적자를 낸 회사에게 370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로 부담시키겠다는 노조 측의 경제관념대로라면 벌써 9000억원 적자”라며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실적악화까지 감안한다면 노조 측 요구를 다 들어줄 경우 1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할 우려도 있다”고 호소했다.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시점이 ‘동행세일’ 기간이라는 점도 회사 측 고민을 키우고 있다. 국가 주도 할인 행사로 모처럼 소비가 활기를 띠는 시기여서다. 특히 노조 측이 집회를 예고한 이번 주말은 동행세일 기간 총 3회의 주말 중 유일하게 의무휴업이 없는 주말이다.

회사 관계자는 “파업으로 인해 직원들의 안정적 업무수행이 어려워지고 ‘대한민국 동행세일’이 한창인 시점에 고객의 쇼핑에 불편이 발생할 수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홈플러스 노조 설립 이래 역대 최저치인 79.8%에 불과했다. 20% 이상의 조합원들이 파업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결과로 조합원들 중에도 ‘이 시국에 파업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상당수 있다는 증거”라며 “노조는 위기와 갈등을 부추기지 않길 바라며 속히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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