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미지급임금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약속"
[증권경제신문=박제성 기자] 제주항공(089590, 대표 김이배)의 이스타항공(대표 최종구) 인수합병(M&A)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사업폐쇄)' 문제를 놓고, 양사 사장이 나눈 통화 녹취록 내용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주장과는 상반되는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6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공개한 6분35초 분량의 녹취파일에 따르면 지난 3월 20일 통화에서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는 최종구 현 이스타항공 대표에게 "지금 셧다운을 하면서 희망퇴직에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종구 대표는 녹취파일에서 "이스타항공의 국내선 슬롯에서 중요한 몇 개가 있는데 이런 것들이 없어지면 인수합병(M&A)의 실효성이 없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각오하고 저희가 국토부에 달려가서 뚫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스타항공 임직원의 중요 관심사인 ‘체불임금’에 대해 제주항공에서 책임지겠다는 언급도 이석주 대표를 통해 제기됐다.
최종구 대표는 "미지급된 이스타항공 직원들 급여를 제주에서 줬으면 좋겠다. 그것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하자 이석주 대표는 "딜 클로징(계약협상)을 빨리 끝내자. 그러면 그거는 저희가 할 것이다. 그 돈 가지고 미지급한 것 중에 제일 우선순위는 임금"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24일부터 코로나 19 장기화로 전노선 구간에 대해 셧다운(폐쇄)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매출은 4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체불액은 250억원을 넘어섰다.
최 대표는 "협력업체에도 임금미지급이 많다. 셧다운을 하게 되면,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일단 제 명의로 법에 저촉이 안 되는 수준으로 협조해달라고 레터를 보냈다, 이제 제주항공이 최대 주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니 협조해달라는 레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체불 임금 문제를 두고 이스타항공은 "계약 당시 이스타항공엔 이미 800억원 가량의 미지급금이 있었고, 셧다운도 제주항공의 지시를 따른 것이므로 4월부터 발생한 임금 미지급금에 대한 책임도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제주항공은 "작년 12월부터 조업비, 항공 유류비 등을 장기 연체해 이스타항공 경영진이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셧다운을 지시한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녹취파일이 공개된 데 대해 최 대표는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 모르겠으나 유감"이라며 "다만 통화 내용에 나오듯 딜이 완료되면 미지급 임금을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약속했고, 이외에도 수차례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7일 이스타항공과 관련한 통화내용 및 인수합병(M&A)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통화 녹취록 공개로 치달은 만큼 양사 간 M&A가 성사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