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대웅제약 거짓말,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는데 의미"
대웅제약, 美 수출금지로 인한 천문학적 손해배상 소송 예상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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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2016년부터 5년간 이어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톡스 전쟁’ 승자가 메디톡스로 결정됐다.

일명 ‘보톡스’라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두고 수년간 갈등을 빚어온 두 회사는 국내외 소송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고, 결국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가서야 이 싸움이 일단락 됐다.

이에 따라 메디톡스는 국내 민형사 소송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반면 대웅제약은 허가취소, 미국 수출금지 및 천문학적 소송 등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ITC 행정판사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10년의 수입 금지명령을 ITC 위원회에 권고했다.

이날 진행된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예비 판결에서 ITC 측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불공정경쟁의 결과물이며 미국시장에서 배척하기 위해 10년간 수입을 금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ITC 행정판사의 예비판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은 보호되어야 하는 영업 비밀이다. △메디톡스와 엘러간은 각각 영업비밀에 대해 보호되는 상업적 이익을 갖고 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했다.

대웅제약 "ITC 오판" vs 메디톡스 "대웅제약 거짓말 밝혀져"

이번 판결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ITC 측의 과학적 감정 결과가 메디톡스 측 전문가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인용했거나, 메디톡스가 제출한 허위자료 및 허위 증언을 진실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이라는 게 대웅제약 측의 주장이다. 

대웅제약은 “이번 결정은 미국의 자국산업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서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는 대로 이를 검토한 후 이의 절차를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 관할권 및 영업비밀 인정은 명백한 오판임이 분명하므로, 이 부분을 적극 소명해 최종판결에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디톡스는 그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음이 이번 판결로 명백히 밝혀졌다는 입장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대웅제약이 수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 고객들에게 균주와 제조과정의 출처를 거짓으로 알려 왔음이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영업비밀 도용이 확인된 미국 ITC의 예비판결은 번복된 전례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이번 예비 판결은 최종 결정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대웅제약·메디톡스…끈질긴 ‘보톡스’ 악연

사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양사 모두 국내에서 ‘보톡스’를 처음 시작했다는 타이틀을 가진 회사기도 하다.

대웅제약은 1997년 미국 엘러간의 ‘보톡스’를 수입해 국내에 보톡스라는 의약품을 처음으로 소개한 회사며, 메디톡스는 2006년 국산 보톡스 ‘메디톡신’을 처음 출시한 회사다.

대웅제약이 자체개발한 보톡스 제품 ‘나보타’를 선보인 건 2014년이다. 나보타는 2010년 출시된 휴젤의 ‘보툴리눔’에 이은 세 번째 국산 보톡스인 만큼 출시부터 미국 수출을 준비한다고 밝혀왔고, 이후 국산 보톡스 제품 중 가장 먼저 미국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 출처 논란이 시작된 것은 2016년부터다. 나보타 균주 핵심부분이 메디톡신 균주와 100% 일치한다는 점에서 메디톡스가 기술도용 의혹을 제기한 것.

메디톡스는 이 같은 이유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불법 취득해 개발됐다 주장하며 공개토론 등을 요구했지만 대웅제약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여러 가지 정황 증거를 바탕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메디톡스가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대웅제약은 미국수출을 위한 준비를 이어갔고, 2017년 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메디톡스는 국내와 미국 법원에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불법 도용했다고 제소했지만 미 법원은 ‘자국에서 해결하라’고 판결을 유예했고 국내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대웅제약은 미국 출시에 성공했다.

국내소송이 길어지며 지지부진해 지는 듯 했던 양사의 보톡스 전쟁은 지난해 메디톡스가 ITC에 제소하며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포함한 그간 국내 소송에서 거부됐던 모든 자료가 제출됐고 결국 오늘 메디톡스의 승소로 결론났다.

물론 예비판결이지만, ITC는 통상적으로 판결을 번복하지 않기 때문에 예비판결이 확정 판결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확정 판결은 오는 11월 6일 나오며, 이것이 발효되기 위해서는 미국 대통령의 사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1월 초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대웅제약 타격 불가피…천문학적 손해배상 전망

이번 판결은 향후 대웅제약 나보타 수출금지 뿐 아니라 국내 상황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먼저 대웅제약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먼저 닥칠 문제는 미국에서 판매를 담당하는 에볼루스와의 손해배상 문제가 될 것이다. 그 금액은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한 것이 확인된 만큼 국내 허가당시 서류에 기입된 균주 출처 역시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허가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

반면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의 국내 민형사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함과 동시에, 메디톡신으로 실추된 신뢰도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행정판사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이유는 바로 두 균주 간의 유전자 데이터가 기원 상 동일하다라는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메디톡스는 알 수 없는 사유에 의해 많은 이슈들이 발생하면서 주가는 폭락했으나, 이들이 그 시련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그 과학에 대한 신뢰와 적어도 그 데이터만을 놓고 판단을 받는다면 충분히 승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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