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기업] 한미약품, 사회공헌 속 감춰진 부의 세습
[두 얼굴의 기업] 한미약품, 사회공헌 속 감춰진 부의 세습
  • 이해선 기자
  • 승인 2020.07.17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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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최초 'CSR위원회' 신설…최장기 '사랑의 헌혈' 캠페인도
임성기 회장, 미성년 손주 주식증여 1750억…'상대적 박탈감' 지적

기업들은 상반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모습은 대대적으로 홍보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어두운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한다.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직원들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 고객의 피해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는 기업들은 차고 넘친다. 증권경제신문은 [두 얼굴의 기업] 기획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호의 속 감춰진 양면성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한미약품은 임성기 회장이 지난 1973년 설립한 제약사로 2015년 사노피를 상대로 5조원 규모의 대규모 기술수출을 체결하며 국내 제약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또 인간존중, 가치창조라는 경영이념 아래 소외이웃, 보건의료, 문화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러나 창업주의 미성년 고액증여 논란, 늑장 공시 등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 40년째 헌혈 캠페인, 몸소 실천하는 사회공헌 

2017년 제약업계 최초로 ‘CSR위원회’를 신설한 한미약품은 제약업계 최장기 캠페인인 ‘사랑의 헌혈’과 ‘복지포인트 기부’ 등 지역사회 상생 및 사회적 가치 실현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1980년 결성된 사내 여직원 모임인 ‘청록회’는 매월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현재 전 사업장에서 임직원 모두가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봉사에 동참할 수 있도록 봉사촉진제도 및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역아동센터와 요양센터, 독거어르신을 위한 반찬봉사, 난민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임직원 뿐 아니라 임직원 가족모임인 한미부인회도 결성돼 매년 자선바자회를 개최하는 등 소외계층 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한미부인회 주최의 자선바자회는 매년 연말 열리고 있다. 지난해 벌써 11년째를 맞았다. 바자회를 통해 조성된 기금은 다문화가정 보육센터, 노숙자 보호시설 등 소외계층을 위한 각종 단체 및 기관에 전액 기부되고 있다. 또 한미부인회는 2017년부터 세계시민포럼을 통해 다문화가정 고향 방문 경비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한미약품은 보건의료계지원을 비롯해 글로벌사회공헌, 문화예술지원, 지역사회기여 등 다각도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모범이 된 것을 인정받아 지난해에만 산업자원부와 보건복지부, 서비스산업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적십자사, 한국메세나협회, 성동장애인복지관 등 총 8곳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바 있다.

특히 1981년 사내 캠페인으로 시작된 ‘사랑의 헌혈’은 한미약품의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매년 시무식 이후 한미약품 서울 본사와 경기도 동탄 연구센터, 팔탄·평택공단, 시흥 한미정밀화학 및 영업사원 교육장 등에서 진행되며, 헌혈 캠페인을 통해 수집된 헌혈증서는 긴급히 수혈이 필요한 단체 및 병원에 기증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사랑의 헌혈을 제약기업 최장기 공익캠페인으로 이끌어 온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적십자사로부터는 2012년 감사패를 받은데 이어 2014년에는 포상증을, 그리고 지난해에는 회장 표창까지 받았다.

올해로 40년째를 맞은 사랑의 헌혈 누적건수는 2020년 현재까지 총 8385회다. 이를 1인당 320cc기준 혈액량으로 환산하면 총 268만3200cc로, 최소 2만5313명에게 수혈할 수 있는 양이다. 기부한 헌혈증서만 총 2140장에 이르며 현재도 1941장의 헌혈증서를 보유하고 있다.

늑장공시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늑장공시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서울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 앞에서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 손주 고액 증여 논란, 늑장 공시에 주주들은 날벼락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을 이어가는 한미약품의 이면에는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의 미성년 손주들에 대한 고액 증여 논란이 있다.

현재 임성기 회장의 미성년 손주 8명(8~18세)은 한미사이언스 주식 총 488만8179주(16일 종가 기준 약 175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2003년생(18세) 1명이 71만2230주 보유하고 있으며, 2004년생(17세), 2006년생(15세), 2007년생(14세) 각 1명, 그리고 2008년생(13세) 3명이 각각 69만5684주씩 가지고 있으며, 2013년생(8세) 1명이 1845주를 보유중이다. 가장 많이 보유한 18세 손주와 가장 적은 8세 손주를 제외한 이들이 가지고 있는 평균 주식의 가치는 16일 종가(3만5700원) 기준으로 약 250억원이다.

보통 기업의 오너 일가가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증여하는 이유는 성년이 될 때 발생하는 배당금 및 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해 증여세 없이 부를 세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향후 주식의 가치가 오른 후 더 높아질 증여세를 줄이기 위한 방법인 셈이다.

임성기 회장의 경우 2005년 12월부터 꾸준히 미성년 손주에게 주식을 증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사이언스의 주식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떨어지긴 했으나 기술수출 이슈로 주식이 크게 오르기 전인 2015년 5월 26일 기준 이미 미성년 손주들이 가지고 있는 총 주식 보유량은 422만502주로 현재 주식보유량의 86% 수준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임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주가가 1만원대일 때 대부분의 증여를 마무리 한 것.

이 같은 미성년 주식증여는 부를 대물림 하며 국민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뿐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미성년자에 대한 주식 증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이 같은 일들은 시작점부터 다르다는 점에서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며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존경받는 기업의 모습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6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이전 계약파기를 통보받은 후 이 내용에 대한 ‘늑장공시’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례는 여전히 기업의 비윤리적 행동 사례로 꼽힌다. 

한미약품이 투자자들에게 비난을 받은 이유는 악재성 정보를 늑장공시 한데 고의성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회사와의 기술이전계약 체결과 파기 소식을 같은 날 시간차를 두고 통보받은 한미약품이 체결 소식은 당일에, 파기 소식은 하루 늦게 공시하는 덕에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이다.

실제 2016년 6월 29일 장 마감 뒤 올라온 ‘제넨텍’과의 계약체결 공시에 한미약품 주식은 30일 개장직후 5% 가까이 올랐으나, 이후 30분 만에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파기 소식이 알려지자 그날 한미약품 주가는 18.06% 급락했다.

29일 호재성 공시 이후 30일 계약파기 공시가 나오기 전까지 한미약품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본 셈이다. 최소한 30일 장 시작 전에만 계약파기 사실을 공시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피해였다.

이 일과 관련해 검찰은 한미약품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기술 수출 계약 파기 정보의 사전 유출 의혹을 조사했으나 결국 무혐의 조치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아직도 한미약품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해 한국거래소는 공시를 지연하면 최대 10억원의 제재금을 물게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시장 공시규정 개정안’을 명문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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