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기업] 오리온, 제식구엔 情 없었다
[두 얼굴의 기업] 오리온, 제식구엔 情 없었다
  • 이해선 기자
  • 승인 2020.07.20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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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가적 재난사태에 지원 베풀어 탄탄한 입지 다져
직장인 괴롭힘법 시행 1년 첫 특별근로감독 '불명예'

기업들은 상반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모습은 대대적으로 홍보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어두운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한다.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직원들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 고객의 피해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는 기업들은 차고 넘친다. 증권경제신문은 [두 얼굴의 기업] 기획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호의 속 감춰진 양면성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제공)
오리온 본사 전경 (사진=오리온 제공)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고(故) 서남 이양구 회장이 1956년 풍국제과를 인수하며 동양제과라는 사명으로 창립한 오리온은 국내 1위 제과업체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는 오리온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까지 정(情) 문화를 전파하며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너일가의 불법행위 전적과 각종 논란을 비롯해 최근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직원사망 사건 역시 오리온의 또 다른 모습이다.

◇ ‘초코파이’ 매개체로 ‘정(情) 문화’ 전파

오리온은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를 매개체로 ‘정(情)’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사회봉사활동 역시 ‘정(情)’을 테마로 시행하고 있다.

본사 및 각 사업장이 속해있는 지역구 내 지역 아동센터를 대상으로 아동 정서함양 및 꿈 찾기를 위한 체육교실, 문화체험 등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별 환경이슈를 고려한 친환경 사회봉사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제품 기부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지역사회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오리온 제품을 공인기관과 협력해 매년 지속적으로 기부 및 후원하고 있다. 사회적 재난 상황이 발생할 시에도 기부를 진행함으로써 오리온의 정을 나눈다는 가치를 꾸준히 실현해 나가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리온은 지난 2014년부터 지속해온 윤리경영을 해외법인으로 확대하며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따뜻한 ‘정(情) 문화’를 국내 뿐 하니라 해외까지 전파하고 있다. 

작년 7월에는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과 협약을 맺고 중국·베트남 300여개 학교 총 8만 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조화롭고 안전한 학교 환경 만들기 캠페인을 후원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베트남 감자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농기계 및 농업 효율성·생산성 향상을 지원하는 베트남 고향감자 지원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이미 국내보다 매출 규모가 큰 중국에서의 성공 배경에도 사회공헌 활동이 밑바탕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이 국가적 재난상황에 놓였을 때 이를 적극 도왔던 점이 주효했다.

지난 2003년 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근)사태 당시 중국에 진출했던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과 매장을 폐쇄하고 직원들의 출근을 자제 시켰던 것과 달리 오리온은 베이징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공무원과 병원 종사자들에게 충분한 물적 지원을 제공했다.

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발생했던 대지진 사태 때도 상당한 금액의 성금과 더불어 전사적인 지원팀을 꾸려 복구를 도왔으며, 2010년 지진 발생 때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같은 오리온의 노력은 중국인들의 지지로 돌아왔고 지난해 중국의 대표 브랜드 평가기관이 발표한 ‘2019년 중국 종합 브랜드 가치 경영대상’ 분야에서 오리온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중국 고객 추천지수(C-NPS)와 중국 브랜드 파워지수(C-BPI) 파이 부문에서 오리온은 모두 1위에 선정됐으며, 중국 고객 만족 지수(C-CSI)에서도 4년 연속 1위 자리에 오르며 식지 않은 중국 소비자들의 애정을 확인 받았다.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오리온 익산공장에서 사망한 A씨 사건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리온 익산공장 청년노동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모임'이 지난 5월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직원 사망…오너부부 횡령 ‘불명예’

국내 뿐 아니라 해외까지 아낌없이 정을 나눴던 오리온은 공교롭게도 제 식구 챙기기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달 30일 ‘익산공장 직원의 사망 사건’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에 대해 “공장 내 존재하는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혁해 가겠다”고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3월 오리온 익산공장에 다니던 직원 A씨가 ‘팀장과 직원이 회사에 다니기 싫게 만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지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된다.

사회 초년생인 A씨가 업무시간 외에도 상급자에게 불려 다니고 시말서 작성을 강요당하며 온갖 유언비어에 시달리며 괴로워했다고 방송은 폭로했다. 

고인이 작성한 유서에는 ‘오리온이 너무 싫어’, ‘돈이 뭐라고’. ‘이제 그만하고 싶어’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A씨의 죽음이 회사와 무관하지 않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오리온은 해당 사건이 회사와 무관한 직원 개인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고용노동부의 판단은 달랐다. 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자 그제서야 오리온은 고개를 숙였다.

사건 발생 후 세 달 넘게 이어진 진실 공방 끝에 오리온 공장 내에서 벌어진 직장 괴롭힘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지역 사회에서의 비난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A씨의 고향인 전남 구례를 시작으로 불매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노동부는 이번 사건으로 지난 6월 오리온 익산공장에 근로감독관 10명을 파견, 이달 1일까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직장 괴롭힘 방지법 시행 뒤 전국에서 처음으로 특별근로감독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 2018년 9월 담철곤 회장이 200억원 횡령혐의로 서대문구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소환돼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18년 9월 담철곤 회장이 200억원 횡령혐의로 서대문구 경찰청 특수수사과로 소환돼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있다. (사진=뉴시스)

오리온의 불명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은 오리온 경영 전면에서는 물러났지만 회장직과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과거 횡령으로 수차례 법정에 선 전적이 있다.

2017년 이화경 부회장은 미술품 횡령 혐의가 적발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며, 2018년에는 200억원 가량의 회삿돈으로 개인 호화별장을 짓는데 사용한 혐의를 받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당시 경찰은 이 부회장 남편 담철곤 회장의 경우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 

이후 이 부회장과 담 회장은 검찰에서 개인 별장이 아닌 회사 연수원 목적으로 사용 중이라는 점을 소명, 이를 인정받아 무혐의로 불기소처분을 받으며 사건이 마무리 된다.

그보다 앞서 담 회장은 2011년 법인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매입해 자택에 두는 등 약 30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난 뒤, 2013년 대법원에서 이를 확정 받은 바 있다.

담 회장의 논란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집행유예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비슷한 의혹에 휘말렸으며, 오리온 임직원들로 하여금 경조사비,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허위전표를 작성해 회삿돈을 횡령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울러 최측근이었던 조경민 전 사장과는 2017년부터 40억원대 가구 약정금을 둘러싼 소송전을 벌였는데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재판만 총 10차례 진행됐다. 소송은 오리온 오너일가의 승소로 끝났지만 지속적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상처뿐인 승소로 남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전 사장은 1심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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