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만명 이상 참가한 47년 전통의 임신육아교실
2013년 시작된 전국민 불매운동 아직도 '진행중'

기업들은 상반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모습은 대대적으로 홍보된다. 그러나 기업들은 어두운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한다.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직원들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 고객의 피해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 등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는 기업들은 차고 넘친다. 증권경제신문은 [두 얼굴의 기업] 기획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호의 속 감춰진 양면성을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남양유업 사옥 (사진=이해선 기자)
남양유업 사옥 (사진=이해선 기자)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1964년 홍두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남양유업은 국내 최초의 국산 조제분유 ‘남양분유’를 출시한 회사다. 업의 특성을 살린 임신육아교실, 태교음악회 등 사회공헌을 꾸준히 펼치고 있지만 2013년 발생한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지금까지 “남양이 남양했다”라는 말을 만들어 내며 소비자 ‘불매운동’의 중심에 서 있다.

◇ 업(業)의 특성 살린 사회공헌 이어가

남양유업을 대표하는 사회공헌 활동은 47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남양분유 임신육아교실’을 꼽을 수 있다.

‘남양분유 임신육아교실’의 시초는 1971년 시작된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로 아기들의 건강과 체격 향상을 위해 마련된 사회공헌 활동이었다. 이 대회가 1983년에는 출산을 앞둔 예비 산모들에게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남양분유 임신육아교실’로 발전했다.

35년간 전국에서 총 8000회 이상 개최됐고, 265만명이 넘는 임산부가 참여한 남양유업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부터는 소통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써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산부인과 전문의와 전문 MC를 발탁해 예비 산모와 즉문 즉답하는 소통형 임신출산 토크쇼를 새롭게 도입했다. 또 행사 시작 전 비상대피 교육을 통해 예비 산모의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상업적인 강제 제품 홍보를 없애는 등 산모의 불만사항을 개선했으며, 클래식하고 차분한 공연 위주에서 벗어나 풍선쇼, 마술, 재즈 공연 등 산모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소통형 문화체험 프로그램들을 확대하여 예비 산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남양유업은 소수의 난치성 뇌전증 환아를 위해 2002년 세계 최초 액상형 케톤 생성식 ‘남양 케토니아’를 개발한 이후 16년간 누적 106만개(180ml 기준)를 생산해 특수의료 용도식품 개발 및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2010년 10월에는 형편이 어려운 환아들이 ‘남양 케토니아’를 무상 공급받을 수 있도록 세브란스 어린이병원과 협약식을 체결해 8년째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소외계층을 위한 ‘모아사랑 태교음악회’도 9년째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0년 5월 국제 구호 개발 NGO인 월드휴먼브릿지와 ‘모아사랑(산모아 아기사랑)’ 지원 협약식을 맺고 매년 취약계층 산모 2000여명에게 모아사랑 태교 음악회를 비롯, 임신과 출산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해오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부터는 사회복지법인 한국펄벅재단과 다문화가정 지원 협약식을 맺고 결혼이민여성 및 다문화 자녀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가정 건강지킴이 프로젝트로 매년 4000여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공부방 및 행사에 간식을 지원하고 있으며, 년 1회 이상 100여명의 다문화 가정 아동과 남양유업 임직원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활동교류를 통해 다문화가정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있다.

전국 대리점주와 본사 임직원이 함께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11년째 진행해온 ‘사랑 나눔 연탄봉사’는 2013년부터 남양유업 전국대리점협의회 소속 대리점주와 남양유업 본사 임직원 50여명이 함께하는 상생 봉사활동으로 발전했다.

서울지역 뿐 아니라 세종시 등 전국 주요 지역 사업장을 중심으로 매년 2만장 이상의 연탄 나눔을 목표로 지역 사회 이웃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돕고 있다.

2013년 5월 9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남양유업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당시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본부장급 임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3년 5월 9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에서 열린 남양유업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당시 남양유업 대표이사와 본부장급 임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대리점 갑질로 시작된 불매운동 여파 아직까지

남양유업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게 된 사건은 2013년 발생한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앞서 2006년 남양유업은 밀어내기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사례가 있었지만 그 당시에는 해당 대리점에 대해서만 시정명령을 내려 문제가 커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2013년에는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으며 강제로 밀어내기를 한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까지 공개되며 전 국민의 공분을 샀고,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을 당하게 된다.

이 일로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며 근절을 약속하기까지 했으나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거셌고, 그해 남양유업은 174억5000만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남양유업의 논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정위 제재 이후에도 남양유업피해자모임은 남양유업이 여전히 불공정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모임이 주장하는 것들은 △밀어내기 △대형마트 판촉여사원 임금 떠넘기기 △일방적 결제 △농협수수료 인하 △상우회(슈퍼조합) 등 이다.

이밖에 이물질 논란도 이어졌다. 2018년 남양유업 분유 ‘임페리얼XO’와 ‘아이엠마더’에서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피해사례가 수차례 맘카페에 올라온데 이어 2019년 1월에는 어린이용 쥬스 ‘아이꼬야’에서 대량의 곰팡이가 발견되며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이렇듯 각종 논란과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던 남양유업은 최근 또 한 번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홍보대행사를 고용해 경쟁사에 고의적인 비방 댓글을 달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남양유업이 경쟁사 비방 댓글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남양유업은 2009년과 2013년에도 경쟁사를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에 유포해 경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다.

이번 사건으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소환조사까지 받았다. 경찰은 홍 회장을 소환해 비방 댓글 작업을 직접 지시했는지 등을 물었고, 홍 회장은 홍보대행사에 돈을 전달한 것은 맞지만 경쟁사 비방 댓글을 달게 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내부적으로 달라지려는 노력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라며 “한번 소비자들이 가진 이미지가 잘 바뀌지 않는 것도 사실인데 이번 댓글 논란 역시 기업 입장에서 매우 부담 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이 댓글로 문제가 됐던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과거에도 경쟁사 기사에 악성 댓글을 올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를 받고 의혹이 명확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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