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연구개발비 역대 최대, "투자 계획 수정 없다"
시스템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1위 목표…투자규모도 천문학적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을 제조하는 명실상부한 국내외 1위 기업이다. 특히 이들 품목에서 강자가 되기 위한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은 후발업체들의 추월을 불허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을 사실상 떠받들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라고 할 수 있다. 오너십과 전문경영인체제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경영학적으로도 모범사례로 외국인의 매수 1순위 기업이 삼성전자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외 위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평가는 박하다. 국내의 따가운 질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으로 삼성전자의 비상경영은 도저히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증권경제신문은 선제적인 혜안으로 국내 경제를 이끌어온 삼성전자의 현재 위상과 한국의 경제 현주소를 짚어보고 미래 한국과 삼성전자를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은 2018년 이후 삼성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2018년 8월 '180조원 투자 4만명 채용'을 발표하면서 AI·5G·바이오·전장부품 사업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해 투자를 본격화했다. 2019년 4월에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가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앞서 차세대 스마트카 시대를 대비해 지난 2016년 80억 달러(약 9조4000억원)를 주고 하만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장사업에 뛰어들며 차량용 반도체,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오디오 등 전장부품 사업을 강화해 오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지난해 10월 차세대 프리미엄 TV 시장의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해 세계 최초로 'QD(퀀텀닷, 양자점 물질)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 역대 최대 R&D 투자…팬데믹에도 투자 이상無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올해 1분기 연구개발(R&D) 투자가 역대 최대 규모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연구개발비는 5조3600억원으로 집계돼 2018년 4분기에 기록한 분기 기준 최고치(5조3200억원)를 경신했다.

삼성전자의 분기별 연구개발비 지출을 보면 2017년 2분기(4조800억원)부터 2018년 3분기(4조5600억원)까지 6분기 동안 4조원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8년 4분기에 5조3200억원으로 5조원대에 들어선 이후 지난해 1분기 5조400억원, 2분기 5조900억원, 3분기 5조1600억원 등으로 4분기 연속 5조원대를 이어갔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으로 추락한 지난해 4분기에는 4조8200억원으로 4조원대로 내려섰다가 올해 1분기에 다시 5조원대로 복귀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9.7%로 지난해 1분기(9.6%)보다 소폭 오르면서 10%에 육박했다.

올해도 2분기부터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연구개발비 지출은 2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코로나19에도 계획된 투자를 차질없이 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4월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시스템 반도체 역대급 투자, 2030년까지 1위 목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180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3년간 AI, 5G, 전장용 반도체 등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국내에 130조원(연 평균 43조원)을 투자한다. 분야별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155조원, 인공지능(AI), 5G, 바이오에 25조원 등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에 비해 비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경쟁사보다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메모리 '설계도'를 그려야 할 'S급 인재' 채용에서도 인텔, 퀄컴, ARM, 중국 업체들에 밀려 고전했다.

미국 인텔, 퀄컴 등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설계 부문은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한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분야로 삼성,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비해 2배 더 크다.

이에 삼성전자는 반도체는 현재 PC, 스마트폰 중심 수요 증가에 이어 미래 AI(인공지능), 5G, 데이터센터, 전장부품 등의 신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에 대비해 평택 등 국내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올 6월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발표는 지난달 21일 평택캠퍼스에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조성하겠다고 밝힌지 열흘 만에 추가로 나온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투자 규모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으며,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잇단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2015년 단지 조성공사를 한 지 5년 만에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를 망라하는 반도체 복합 생산기지로 거듭날 예정이다.

2015년 당시 이 부회장은 1개 라인에 약 30조원이 투입되는 평택 반도체 단지 투자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용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선제적 투자에 힘입어 2017~2018년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기' 접어들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지난해 4월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 밝혔다. 이 사업은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이 들어가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 양성과 국내 설비·소재 업체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 들어 3나노미터 초미세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지난 2월엔 경기 화성사업장에 극자외선(EUV) 전용 V1 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난 4월에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D램 양산 체제도 갖췄다.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이미지센서 사업에서도 삼성전자는 기술력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세계 최초로 6400만 화소를 개발했고, 6개월 후에는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출시했다.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지난 7월 1일 충남 아산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에서 열린 'QD 설비 반입식'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환 가속화, 7년간 13조 투자

또 삼성전자는 세계 대형 LCD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생산 능력이 급증한 중국이 연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고부가·차별화 전략으로 퀀텀닷(QD)-디스플레이 사업화로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계획을 직접 발표했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도와 투자협약을 맺고 아산에 7년간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 밝혔다. 아산캠퍼스를 중심으로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신기술 전환 생산시설에 10조원 △R&D에 3조1000억원 등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1일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사업장에 'QD 설비 반입식'을 개최했다. 지난해 10월 투자 발표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는 TV용 LCD를 생산하는 L8라인의 일부 설비를 철거하고 QD라인을 구축하기 위한 클린룸 공사를 진행해 오다 최근 이를 마무리하고 8.5세대 증착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설비 셋업에 돌입한다. 올 하반기 생산라인 셋업을 마무리하면 내년부터 단계별 시가동을 거쳐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서울대가 14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산학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서울대 박찬욱(왼쪽) 총장 직무대리와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8.14. (사진=삼성전자 제공)

◇ 핵심 기술 개발의 모태, 산학협력 지원

삼성전자는 산학협력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국가 미래 과학기술 연구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10년간 1조 5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지금까지 기초과학 분야 201개, 소재 분야 199개, ICT 분야 201개 등 총 601개 연구과제에 7713억원의 연구비를 집행했다.

또 지난 13일 삼성전자가 반도체 미래 기술과 인재 양성을 지원하고자 설립한 '산학협력센터'가 출범 2주년을 맞기도 했다. 

삼성은 지난 2년간 산학협력센터를 통해 매년 전·현직 교수 350여명, 박사 장학생 및 양성과정 학생 400여 명 등을 선발해 지원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산학과제 지원 규모도 기존 연 400억원에서 2배 이상으로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올해 산학협력 기금 1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 밖에도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누적 특허건수 10만건을 넘었으며 매년 꾸준히 특허건수를 늘리며 미래 전략사업 확보 및 핵심사업 보호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만 5조4000억원의 R&D 투자를 통해 국내에서 1612개, 미국에서 2084개 총 3696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지난해 1분기 양국에서 취득한 특허 대비 49.4% 늘어난 수치다. 미국 특허정보업체 IFI클레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IBM에 이어 전세계 두번째로 미국 내에서 많은 특허를 취득했다. 지난 2006년부터 14년 연속 2위다.

또 기술뿐만 아니라 독자 디자인의 특허를 통한 보호에도 중점을 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에만 미국에서 123건의 디자인 특허를 취득했다. 스마트폰, TV 등에 적용된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디자인을 보호하기 위한 특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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