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에서, 5년째 적자 수렁
M&A 우선협상자 선정, 새 주인 찾나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보일 수 있는 조직된 힘이자 공공성격의 ‘제재’다. 최근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고 불매로 응대한다. 증권경제신문은 [불매운동 기업, 지금은?] 기획을 통해 불매운동을 겪은 기업들의 과정과 현재를 살펴보면서 소비자 불매운동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MP그룹은 한때 대한민국 토종피자 신화로 불리던 정우현 전 회장이 세운 회사였지만, 갑질이 불러온 불매운동으로 업계 1위에서 바닥까지 추락한 상징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2015년 시작된 불매운동은 끝도 없는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고 결국 1990년 설립된 MP그룹은 설립 30년만인 2020년 사모펀드에 매각을 앞두고 있다. 1990년 ‘미스터피자’로 시작한 사명은 2009년 ‘MPK그룹’으로 변경됐다가 2017년 ‘MP그룹’으로 정해졌다.

◇ 2009년 피자업계 최초 코스닥 입성…2012년 전성기 누려 

‘미스터피자’는 본래 일본에서 재일 한국인 3세인 호소카와 요시키가 설립한 소규모 피자 전문점이었다. 1990년 정우현 회장이 일본 미스터피자의 상표권을 도입해 한국 ‘미스터피자’를 설립, ‘이화여대 1호점’을 열면서 국내 사업이 시작됐다.

이후 한국에서는 1999년 10년만에 100호점을 열고, 18년만인 2008년 도미노피자, 피자헛 등을 제치고 매출기준 명실상부 대한민국 ‘1등 피자’ 자리를 차지한다.

이렇듯 대한민국 내의 미스터피자 사업은 급성장한 반면, 원조인 일본 미스터피자는 창업주가 회사를 매각한 이후 쇠락의 길을 걷다가 결국 사업을 접었다.

2010년 일본 미스터피자가 사업을 접었다는 소식을 접한 정 회장은 미스터피자 상표권 보호를 위해 일본 상표권 등록말소 소송과 새로운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고, 2010년 회사설립 20년 만에 일본 미스터피자 상표권을 한국 기업의 것으로 재등록 하게 된다.

국내에서 미스터피자 성공 요인으로는 여성들이 선호하는 취향의 메뉴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실제 피자의 주 소비층인 20~30대 여성에게 특히 인기가 높았다는 점은 미스터피자의 주요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2009년 8월 우회상장을 통해 피자업계 최초 코스닥업계에 입성한 MP그룹은 커피&머핀 전문점인 ‘마노핀’을 론칭하고 글로벌 다이닝 ‘식탁’과 아메리칸 레스토랑 ‘래미스’를 오픈하며 사업을 확장한다.

상장 후 MP그룹의 전성기는 2012년으로 그 당시 MP그룹의 매출은 연결기준 1776억원, 영업이익은 89억5000만원을 기록했으며, 오히려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96억1400만원으로 더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미스터피자의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후 외식시장 트렌드 변화로 매출은 조금씩 하락세를 보였다. 2013년 1745억으로 매출은 소폭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31억60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난다. 2014년 매출은 1439억원으로 전년대비 17.5% 급감한다.

하지만 저가 피자들 사이에서도 미스터피자의 인기는 공고했다. 당대 최고 인기 스타를 모델로 기용했고, 신메뉴가 나오면 화제를 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하곤 했다. 저가 피자와 프리미엄 피자 시장 수요가 확연히 분리된다는 분석이 나왔던 만큼 미스터피자의 경쟁력은 분명했다.

2017년 7월 ‘치즈통행세’ 등 갑질 논란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정우현 전 MP(미스터피자)그룹 회장이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7년 7월 ‘치즈통행세’ 등 갑질 논란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정우현 전 MP(미스터피자)그룹 회장이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갑질’로 무너진 토종피자 신화…5년째 적자 기록

소비자들이 미스터피자에 등을 돌린 결정적 원인은 결국 ‘갑질 사건’ 때문이다.

2015년 미스터피자 본사의 부당한 횡포에 프랜차이즈를 탈퇴하고 개인 매장을 차린 전 가맹점주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어렵게 새로운 매장을 차린 전 가맹점주 매장 근처에 미스터피자 직영매장을 오픈해 가격할인 공세를 하며 ‘보복영업’을 한 탓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며 전 국민의 공분을 사게 됐고, 이 사건으로 그간 미스터피자가 피자 재료인 치즈를 가맹점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정우현 회장 친인척이 관여한 업체를 중간에 끼워 넣어 가맹 업체들에 비싼 가격으로 치즈를 공급하는 식으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듬해 4월 정우현 회장은 서대문구에서 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으로 또 한 번 물의를 빚게 된다. 당시 정 회장은 음주한 상태로 욕설을 하며 경비원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지며 세간에 비난을 받았다.

이 사건 이후 미스터피자 홈페이지에는 사과문이 올라왔지만, 무성의한 문구로 또 한 번 질타를 받았다. 아울러 이전에도 정 회장이 폭언을 일삼았다는 미스터피자 점주들의 증언이 더해지며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와 시민단체들이 함께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MP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같은 일들로 미스터피자에 대한 불매운동은 계속됐고 2015년부터 MP그룹의 적자는 지난해까지 5년째 지속되고 있다.

점주 자살 사건이 있었던 2015년 MP그룹의 영업이익은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특히 항상 연결영업이익보다 별도영업이익이 더 높았던 것과 달리 별도손실액이 더 커진 시기도 이 때 부터다.

2015년 별도손실액은 73억원, 연결 손실액은 48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폭행사건 후 적자폭은 더욱 커졌다. 그해 연결영업이익은 5억원을 올렸지만 별도손실액은 89억원에 달했다.

결국 2017년 6월 서초구 방배동 미스터피자 본사에서 정우현 회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다음달 정 회장은 1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았고 그해 별도손실액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434개에 달했던 미스터피자 매장은 2015년 411개, 2016년 367개, 2017년 311개, 2018년 277개로 점차 줄어 지난해 말 기준 262개만 영업 중이다.

다만 비효율 매장을 줄이고 외식 트렌드 변화에 맞춰 일부 매장을 리뉴얼한 결과 점차 손실폭은 줄여나가고 있다. 그 결과 2018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1198억, 영업손실 3억8000만원, 별도기준 손실액은 45억원으로 전년대비 손실폭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해 별도기준 손실액은 2억원으로 대폭 줄었으나 종속기업인 MP한강의 실적 악화로 연결기준 영업손실 25억원을 기록했다.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미스터피자 본사 사옥 (사진=이해선 기자)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미스터피자 본사 사옥 (사진=이해선 기자)

◇ ‘갑질’ 벗고 새로운 시작…3년만에 거래재개 기대도

MP그룹은 이제 ‘갑질’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다. MP그룹은 지난 22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티알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티알인베스트먼트 측은 배타적인 우선협상권을 갖고 앞으로 2주간 실사를 통해 1개월 내 최종 매매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매각금액은 총 350억원으로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외 5인이 보유한 1000만주(12.37%)를 150억원에 티알인베스트먼트에 양도하고, 신주 발행 방식으로 4000만주를 200억원에 유상증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주발행 비용 200억원은 특화매장 확대 및 매장개선 프로젝트 등 회사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티알인베스트먼트는 1대 주주로 지분 41.3%를 갖게 된다. 48.92%(3952만931주)였던 정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24.4%로 내려가 MP그룹 2대 주주로 남게 된다.

MP그룹은 당초 정 전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48.92%를 전량 넘기려다 인수 측의 부담을 줄이고 2대 주주로 남을 수 있는 구주 일부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MP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외식사업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매장수를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수익성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다”며 “아직 매각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이라 추후계획을 속단할 수는 없으나 최근 새로운 모델을 기용하는 등 마케팅에도 힘을 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MP그룹은 2017년 대주주의 횡령·배임 사실 발생 등의 사유로 3년째 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매각 이후 거래 재개가 될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수십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며,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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