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허영인 회장 및 법인 고발조치…7년간 부당지원 사실 드러나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SPC그룹 계열사들이 SPC삼립을 장기간 부당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원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아울러 공정위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조상호 전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 및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 등 법인을 고발조치하기로 결정했다.

◇ 7년간 SPC삼립 부당지원…414억 이익 제공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SPC가 허 회장이 관여해 SPC삼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 방식을 결정하고 그룹차원에서 이를 실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7년간 지속된 계열사의 지원행위를 통해 SPC삼립에는 총 414억원의 이익이 제공됐으며, 밀가루·액란 등 원재료시장의 상당부분이 봉쇄돼 경쟁사업자,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기반 침해가 발생했다는 게 공정위 측 요지다.

SPC그룹은 실질적으로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총수일가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허 회장은 그룹 주요 회의체인 주간경영회의, 주요 계열사 경영회의 등에 참석해 계열사의 주요사항을 보고받고 의사결정을 했으며, 허 회장의 결정사항은 일관되게 집행됐다. 허 회장이 SPC삼립 지원을 직접 지시할 수 있었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계열사들이 SPC삼립을 지원하게 된 이유는 SPC그룹은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인 만큼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파리크라상의 총수일가 지분구조는 △허영인 63.5% △이미향3.6% △허진수 20.2%, △허희수 12.7%다.

SPC 내부 자료에 의하면 삼립의 주식가치를 높인 후 2세들이 보유하는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파리크라상 주식으로 교환하는 등의 방법으로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높일 수 있으므로,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립의 매출을 늘려 주식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SPC그룹 계열사들은 SPC삼립을 위해 부당지원을 장기간 이어갔고 그 기간 삼립의 재무상태는 인위적으로 강화됐으나 그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계열사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갔다.

계열사의 지원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샤니의 경우 판매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하고 SPC삼립이 샤니의 상표권을 무상 사용하게 했다. 기간은 2011년 4월1일부터 2019년 4월11일까지다. 이로 인해 SPC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1위 사업자가 될 수 있었고 SPC삼립과 샤니간에 수평적 통합과 함께 수직 계열화를 내세워 통행세 구조가 확립됐다.

두 번째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하던 밀다원 주식을 SPC삼립에 저가로 양도한 것이다. 이는 2012년 12월28일 발생한 일로 당시 정상가격(404원)보다 낮은 주당 255원에 SPC삼립에 양도함으로써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밀다원 주식을 매각함으로 인해 파리크라상과 샤니의 손실은 각각 76억원, 37억원에 이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손실을 보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지원을 한 것이다.

원재료 및 완제품 통행세 거래 구조 (표=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원재료 및 완제품 통행세 거래 구조 (표=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SPC삼립 끼워 넣어 통행세거래…피해는 소비자·가맹점주에게

마지막 지원내용은 파리크라상과 에스피엘 및 비알코리아가 2013년 9월1일부터 2018년 7월1일까지 생산계열사의 원재료와 완제품을 거치지 않아도 될 SPC삼립을 통해 구매하는 일명 ‘통행세 거래’를 한 것.

파리크라상, 에스피엘, 비알코리아(이하 3개 제빵계열사)는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가 생산한 제빵 원재료 및 완제품을 역할 없는 삼립을 통해 구매하면서 총 381억원을 지급했다.

또 3개 제빵계열사는 2013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밀다원이 생산한 밀가루(2083억원)를, 2015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에그팜, 그릭슈바인 등이 생산한 기타 원재료 및 완제품(2812억원)을 삼립을 통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3개 제빵계열사는 연 평균 210개의 생산계열사 제품에 대해 9%의 마진을 삼립에 제공했다.

SPC삼립은 △생산계획 수립 △재고관리 △가격결정 △영업 △주문 △물류 △검수 등 중간 유통업체로서의 실질적 역할 중 그 어느 것도 수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빵계열사들은 그룹 차원의 지시에 따라 삼립이 판매하는 생산계열사의 원재료 및 완제품을 구매해야만 했다.

특히 밀가루의 경우 비계열사 밀가루를 사용하는 것이 저렴함에도 통행세거래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의 경우 제빵계열사는 사용량의 대부분(97%)을 SPC삼립에서 구매했다.

결국 장기간 통행세거래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하고 주가도 상승했으나, 3개 제빵계열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높게 유지돼 3개 제빵계열사가 판매하는 제품의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 파리크라상은 2017년 통행세거래가 없었더라면 각 740원, 8307원에 구매할 수 있었을 강력분과 난황을 779원, 8899원에 구매했다. 특히 2017년 7월 통행세거래를 중단한 품목의 경우 파리크라상의 매입가는 낮아졌으나, 삼립의 이익감소분을 보전해 줌으로써 가맹점 출하가는 그대로 유지됐고, 소비자 가격에도 변동이 없었다.

예를 들어 레피시에 딸기잼을 직거래 전환으로 파리크라상의 매입가격이 3만648원에서 2만2850원으로 인하됐었으나 가맹점 출하가는 4만2240원으로 동일했다.  

삼립의 지원행위가 불러온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삼립이 속한 시장에서 공정거래저해성도 초래됐다. 계열사의 지원행위로 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경쟁사업자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갖게 되면서 사업기반이 강화됐고 시장점유율은 2010년 34.2%에 불과했지만 2012년 73%까지 올라가게 된다.

또한 통행세거래로 각 제빵 원재료 시장에 신규 진입하여 시장의 일정부분을 경쟁 없이 독점했고, 타 업체의 진입도 봉쇄했다. 특히 공정위는 액란 및 잼 시장의 주요사업자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서 봉쇄효과를 통한 경쟁기반 침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SPC그룹에 이번 불법적 행위에 대해 △파리크라상 252억3700만원 △에스피엘 76억4700만원 △비알코리아 11억500만원 △샤니 15억6700만원 등 총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통행세거래 등 대기업집단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는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통행세 구조로 인해 봉쇄되었던 SPC 집단의 폐쇄적인 제빵 원재료 시장의 개방도가 높아져 계열사가 아닌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정위의 고발조치에 대해 SPC그룹 측은 “판매망 및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에 대한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졌으며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삼립은 총수일가 지분이 적고 기업 주식이 상장된 회사로 승계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음을 충분히 소명했으나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며 “향후 의결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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