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갑질 사태·오너리스크' 끝없는 불매운동
외형유지 위한 무리한 프로모션에 수익성 악화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보일 수 있는 조직된 힘이자 공공성격의 ‘제재’다. 최근의 소비자들은 기업의 부당함에 침묵하지 않고 불매로 응대한다. 증권경제신문은 [불매운동 기업, 지금은?] 기획을 통해 불매운동을 겪은 기업들의 과정과 현재를 살펴보면서 소비자 불매운동의 가능성과 한계를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사진=이해선 기자)
(사진=이해선 기자)

[증권경제신문=이해선 기자] 1964년 설립돼 50여년간 국내 분유 및 유제품 제조 선두기업 자리를 지켜오던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기점으로 성장 동력을 잃었다. 소비자 불매운동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치지 않았고 그 사이 경쟁 업체와의 상황은 역전됐다. 주가는 곤두박질 쳤고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 ‘대리점 갑질’ 전국민 공분…불매운동의 시작

남양유업의 불매운동의 발단은 2013년 발생한 ‘대리점 갑질 사건’이었다.

정확히 영업사원이 대리점에 강제로 물량을 밀어내는 상황에서 대리점주에게 욕설까지 퍼붓는 갑질을 한 녹취 파일이 공개되며 전 국민의 공분을 사게 된 것이다.

이 일로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 등을 당하게 됐고,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며 근절을 약속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거셌고, 그해 남양유업은 174억5000만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남양유업의 논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정위 제재 이후에도 남양유업피해자모임은 남양유업이 여전히 불공정행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모임이 주장하는 것들은 △밀어내기 △대형마트 판촉여사원 임금 떠넘기기 △일방적 결제 △농협수수료 인하 △상우회(슈퍼조합) 등 이다.

이밖에 이물질 논란도 이어졌다. 2018년 남양유업 분유 ‘임페리얼XO’와 ‘아이엠마더’에서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피해사례가 수차례 맘카페에 올라온데 이어 2019년 1월에는 어린이용 쥬스 ‘아이꼬야’에서 대량의 곰팡이가 발견되며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오너리스크 또한 비켜가지 않았다. 창업주인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혐의로 체포되면서 남양유업이 또 구설수에 오른 것.

당시 남양유업은 “황씨가 회사 경영과 전혀 무관하며 지분관계도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과거 사태까지 다시금 회자되며 남양유업의 불매운동의 불씨가 되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더욱이 남양유업은 지속적인 실적악화로 긴축경영을 실시하는데도 불구하고 홍원식 회장의 연봉은 해마다 인상되고, 올해 91세인 노모가 지난 1986년 3월부터 현재까지도 등기임원에 올라있는 등 오너일가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며 책임 있는 경영자의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렇듯 각종 논란과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던 남양유업은 최근 또 한 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홍보대행사를 고용해 경쟁사에 고의적인 비방 댓글을 달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소환조사까지 받았다.  경찰은 홍 회장을 소환해 비방 댓글 작업을 직접 지시했는지 등을 물었고, 홍 회장은 홍보대행사에 돈을 전달한 것은 맞지만 경쟁사 비방 댓글을 달게 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종업계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처음 문제가 생겼을 때 빨리 인정하고 해결했어야 했다”며 “갑질 사태 이후 내부적으로 달라지려는 노력을 많이 한 것도 알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윗선의 생각이 달라지지 않는 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에 남양유업 우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대형마트에 남양유업 우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 외형유지 위한 무리한 프로모션…영업이익 ‘뚝뚝’

대리점 갑질 사건이 있기 전 2012년 연결기준 매출 1조3600억원, 영업이익 630억원을 올리던 남양유업은 2013년 전년보다 10% 떨어진 1조2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다. 하지만 17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다.

이후 1조원대 외형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프로모션을 펼치며 수익성 악화를 이어가던 남양유업은 2013년과 2014년 영업적자에서 2015년 흑자전환에 성공한다. 2016년 영업이익은 400억원대까지 올라오는 듯 했지만 2017년 중국의 사드보복 등으로 인해 수출이 급감하며 수익성 높은 분유제품 판매가 줄었고, 영업이익은 다시 5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그리고 2018년 하반기 이물질 사건과 2019년 황하나 마약 스캔들이 연달아 터지며 지난해 갑질 사태 이후로는 역대 최저 실적인 연결기준 매출 1조300억원을 기록한다. 영업이익은 4억원에 불과했으며 별도기준으로는 1억6000만원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는 1조 매출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경쟁사 비방댓글 혐의로 홍원식 회장이 경찰조사를 받으며 구설에 오른데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며 대내외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남양유업은 연결기준 전년 1분기 대비 7.8% 떨어진 2315억원의 매출과 2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경우 1분기 매출액 3582억원, 영업이익 204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6.1%, 3.8% 신장했다. 즉, 1분기 남양유업의 실적하락 원인이 업계의 공통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2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개학시즌에 맞물려 국내 상황이 심각해 진데다 급식에 들어가는 우유 물량이 2분기 매출에서 빠지는 만큼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미 1분기에 전년대비 매출 하락을 겪은 남양유업이 2분기 더 큰 폭에 실적 하락이 우려되는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경우 급식에 들어가는 우유물량이 많아 실적에 타격이 클 것”이라며 “남양우유 제품의 30% 가량이 공공입찰을 통한 급식물량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사업이 불매운동으로 인해 실적악화가 지속되자 남양유업은 신사업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핵심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차남인 홍범석 본부장이 이끌고 있는 디저트 카페 브랜드 ‘백미당’이다.

백미당은 지난달 3일 국내 업체 최초로 상해 디즈니 리조트에 위치한 디즈니 타운에 매장을 오픈했다. 중국 상해 디즈니 리조트는 연간 방문객이 1000만명이 넘는 ‘핫 플레이스’로 많은 브랜드들의 입점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백미당은 지난해 12월 31일 최종 입점 브랜드로 선정되며 국내 업체 최초로 경쟁에서 승리했다.

백미당은 상대적으로 국내에서도 남양유업의 이미지가 적은 브랜드로 해외에서는 국내보다 높은 가격대로 고급화 전략을 펼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2014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 1호점을 연 이후 현재 전국에 매장수는 87개로 올해 국내 매장수 100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해외에는 2017년 홍콩 침사추이에 1호점을 선보인 후 현재 5호점까지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의 신사업이 위기돌파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너지가 나오기 위해서는 자사제품 판매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백미당에서는 남양유업과의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제품은 전혀 판매되지 않는다”며 “원료 소진 부분에서 도움이 아예 안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결국 최대한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 역시 불매운동으로 인해 막힌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진출 역시 외식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대기업이 하기에도 쉽지 않은 만큼 남양유업이 해외진출에 얼마나 투자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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