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장 약속 공염불

지난 2019년 9월 18일 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에서 열린 ‘바이오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협약식’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가운데 오른쪽)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가운데 왼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 18일 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에서 열린 ‘바이오산업 혁신생태계 조성 협약식’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가운데 오른쪽)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가운데 왼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셀트리온(068270, 회장 서정진)과 2000억원 규모의 바이오·헬스 육성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던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1년째 협의만 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내에서 운용 중인 바이오 및 헬스케어 관련 펀드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에 힘입어 수익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산은이 1년 동안 펀드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 의문이 제기된다.

앞서 산은은 지난 2019년 9월 18일 셀트리온과 바이오산업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최대 2000억원 규모의 바이오·헬스 육성 펀드를 조성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를 위해 협력하고, 2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를 조성해 9월부터 바로 운용을 개시하겠다고 했다.
 
당시 이동걸 산은 회장은 “두 회사의 활발한 상호 교류를 통해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향후 다양한 금융지원 확대를 통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고 국내 바이오산업 혁신생태계가 정착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여 시간이 지난 지금, 바이오·헬스 육성 펀드 운용은커녕 조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에 따르면 펀드는 아직 조성 전이며, 조성 계획도 확정된 게 없다. 

산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도 있었고 여러 가지 절차가 있어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며 “조성 계획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200억 규모의 동반성장 펀드는 운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영향 탓이라고 하기에는 의문점이 남는다. 최근 국내에서 운용 중인 바이오 및 헬스케어 관련 펀드들의 수익률이 코로나19 수혜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펀드별로 보면 지난 26일 종가 기준 KB자산운용의 KBSTAR헬스케어는 최근 1년 동안 115.71%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해당 펀드는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헬스케어·유한양행·셀트리온제약·씨젠 등의 종목을 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헬스케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도 1년 기준 109.77%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보유종목은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헬스케어·씨젠·알테오젠·신풍제약 등이다. 

삼성KODEX헬스케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의 최근 1년간 수익률 (사진=코덱스 홈페이지 캡처)
삼성KODEX헬스케어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의 최근 1년간 수익률 (사진=코덱스 홈페이지 캡처)

이외에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증권자투자신탁1호와 DB자산운용의 DB바이오헬스케어증권투자신탁제1호는 각각 1년 기준으로 100.14%, 55.62%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재현 미래에셋자산운용 팀장은 “앞서 2019년 코오롱티슈진·에이치엘비·신라젠 등 안 좋은 이슈들로 제약·바이오 종목들의 주가가 많이 빠져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환경이 작용을 한 것 같다”며 “각국의 정부 정책으로 풍부해진 유동성과 맞물려 코로나19 환경에서 글로벌적으로 헬스케어 산업이 부각되는 영향이 있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진단업체들이나 백신 및 치료제 관련 업체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산은이 국내 최대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과 바이오·헬스 관련 펀드 조성 협약까지 맺어놓고도 이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기회를 발로 걷어 차버린 셈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사와 기업이 협력해 펀드를 만든다고 하면 금융감독원 승인을 받고 하더라도 기획부터 출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3개월 이내면 된다”며 “이미 기획도 다 잡혀있는 상황이면 사실상 금감원 승인만 받으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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