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은행의 한 직원이 자신의 가족 앞으로 76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막대한 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얘기다. 정부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국책은행 직원은 은행 돈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선 것이다.

기업은행 A 차장은 2016년 3월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가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과 개인사업자 등에 총 75억7000만원(29건)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줬다. 사실상 ‘셀프 대출’이었다. 그는 대출을 활용해 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 등 29개 부동산을 사들였고,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십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최근에야 이를 적발했다. 기업은행 측은 해당 직원을 면직 조치했으며, 대출금 회수와 형사고발 등의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원교육과 제도개선 등을 통해 재발방지에 힘쓰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가장 기초적인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의구심이 남는다. 대다수의 다른 은행들은 가족 대출과 관련해 자체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담보평가나 신용등급 등에 특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수년 동안 반복적으로 특혜 대출을 받았음에도 은행 측에서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직원의 셀프 대출이 가능했던 데는 기업은행의 시스템적 ‘허점’이 있었다. 직원 본인의 대출 업무는 처리할 수 없지만, 가족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대출 업무 처리는 가능했던 것. 또 상급 결재권자인 지점장이 이 같은 비리를 사실상 방치해왔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 정책을 쏟아내며 집값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사이,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허술한 시스템 관리로 직원의 특혜성 셀프 대출을 방치해왔다는 사실은, 대다수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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