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5G망 투자 예정 등 통신사 자금력 좋지 않아
딜라이브, 자회사 IHQ 분리매각 카드 꺼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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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정부가 33%로 제한한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규제 폐지를 추진해 딜라이브, 현대HCN, CMB 등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시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코로나 영향으로 실적이 위축된 이통3사에게 하반기 5G 투자 등 수조원의 자금 확보가 예정돼 매각가가 M&A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를 폐지하는 골자의 '방송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12일까지 이해관계인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이르면 연내에 국회 법안 제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9년 하반기 기준 국내 빅3 유료방송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은 1위 KT·KT스카이라이프 31.52%, 2위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91%, 3위 SK브로드밴드 24.17%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유료방송사업자 점유율은 딜라이브(5.98%). CMB(4.58%), 현대HCN(3.95%) 순이다.

CMB는 매각법률 자문사를 선임하며 연내 매각 방침을 공식화하고 딜라이브가 자회사 IHQ 분리매각을 추진하는 등 거래를 서두르고 있다.

CMB는 지난 1965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유료방송사다. 올해 창립 55주년으로 서울 영등포·동대문, 대전광역시·세종·충남, 광주광역시·전남, 대구광역시 동구·수성구 등 총 11개 방송 권역에서 약 150만 명의 방송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대전광역시와 광주광역시의 가입자수 점유율은 82.4%, 70.9%로 광역권역 내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어 광역권역 내 미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CMB가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해 채택한 8VSB 방식은 수익성이 낮은 반면 CMB 사용자의 90% 이상이 8VBS를 사용하고 있다. ARPU(가입자당 평균수익) 역시 3000원 대로 타 매체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5000억 원에 달하는 매각 희망가도 통신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CMB의 매각 대금을 4000억~5000억원, 딜라이브의 매각 대금을 7000억~9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CMB는 연내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프라이빗 딜(비공개 입찰) 형태로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매각 법률 자문사로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정하고 통신사들과 협의하고 있다. 인수자가 2021년 사업계획에 CMB 인수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딜라이브는 CMB보다 많은 가입자(약 233만명)를 가지고 있고, ARPU가 약 8000원으로 추정돼 수익성이 강점이다. 또 8VSB 가입자가 전체 23%로 디지털 전환율이 높다. 

하지만 높은 인수가, 부채 비율이 문제다. 딜라이브의 인수가는 약 1조원까지 거론되고 있고 부채 비율은 159.9% 에 달한다.

딜라이브는 자회사 IHQ 분리매각 카드를 꺼내 몸값 낮추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손자회사인 큐브엔터테인먼트를 인쇄기기 및 화장품 제조 업체인 VT GMP에 분리 매각하면서 한 차례 몸집을 줄인데 이은 조치다.

IHQ는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매니지먼트, 음반, 드라마 제작과 미디어 부문의 유료방송, 프로그램 공급, 광고 대행을 하는 업체로, 2분기 종속회사 연결기준 자본 부채총계 1613억원이다.

현재 KT계열의 KT스카이라이프는 현대HCN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다. CMB 매각과 관련해서도 KT, SK텔레콤 등이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하반기 이통3사 모두 5G망 투자, 주파수 재할당 등 수조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굵직한 이슈들이 예정돼 있어 자금력 부담을 안고 있는 모양새다.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규제 폐지가 되면 KT는 CMB, 딜라이브를 모두 인수하는 것 역시 가능해지고 부동 유료방송 1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대HCN 인수를 위해 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KT로서 이에 대한 부담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SK텔레콤은 CMB, 딜라이브 중 하나만 인수해도 유료방송시장 2위를 되찾을 수 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1조원에 달하는 딜라이브 보다 다소 몸값이 가벼운 CMB를 선택하는 게 부담이 적을 수 있다.

자금 확보 부담으로 앞서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비롯한 자회사 M&A 과정에서 지분 교환이나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로 자금 부담을 줄여왔던 것처럼 CMB 인수 과정에서도 FI 유치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기업공개(IPO)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케이블TV M&A 현안이 이전만 못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올해 초 박정호 사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자회사 IPO 추진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고, 윤풍영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원스토어와 ADT 캡스를 IPO 우선순위에 두면서 SK브로드밴드 상장 계획은 다소 힘이 빠진 상황이다. 

8000억원을 들여 LG 헬로비전을 인수, 시장 2위를 차지한 LG유플러스가 이들 모두를 인수했을 경우 KT를 조금 앞지르거나 비슷한 수준의 점유율을 보유하게 된다. 업계는 인수여력 등을 감안할 때 LG유플러스의 추가 M&A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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