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22일 진행된 배터리데이 국내외서 혹평 "혁신 기술 없었다"
증권가, 국내 기업들에 호재로 판단하는 보고서 다수
완성차업계의 배터리 내재화는 고민할 문제

테슬라 '배터리 데이' 유튜브 중계 갈무리
테슬라 '배터리 데이' 유튜브 중계 갈무리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2~3년 내 ‘반값 배터리’를 선보이겠다는 테슬라의 계획이 국내 배터리업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는 ‘배터리 데이’ 행사에서 2022년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직접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향후 자체 생산 배터리 비용을 56% 낮추겠다는 게 핵심이다.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 기대했던 혁신기술은 없었다는 게 국내외 공통 평가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배터리 자체 양산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국내 배터리3사가 가까운 미래에 주요 고객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 외부에서 ‘배터리 데이’ 행사를 열었다. 투자자 240명이 현장에 참석했고 온라인 생중계가 이뤄진 유튜브 채널에 약 27만명의 동시접속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배터리’가 공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과 달리 테슬라의 이날 발표는 그간 밝혀온 전략을 재차 확인하고 향후 계획을 밝히는 수준에 그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다만 배터리 가격 절감 계획은 국내 업체들에게도 원가절감에 대한 고민을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이날 행사에서 차세대 전기차에 쓰일 원통형 배터리셀 ‘4680’을 소개했다.

그는 “이 배터리셀은 기존(2170)보다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 크고 주행거리는 16% 늘릴 수 있다. 가격은 지금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러 공장에서 자체 생산해 본격 양산하면 다른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며 그 시기를 2022년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2년 이후 전기차 출하 물량 증가로 배터리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 생산을 2022년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 3TWh(테라와트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은 배경이다. 회사 측은 배터리 생산공정을 단순화하고 공장의 효율성을 높여 같은 면적 대비 두 배 가량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 생산 비용을 지금보다 56% 낮추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거래처와의 협력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머스크는 배터리 데이 행사를 하루 앞둔 지난 21일 “우리 스스로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에는 배터리 공급사들이 최대한의 속도를 내더라도 2022년 이후에는 중대한 물량 부족이 예상된다”면서 ”파나소닉과 LG화학, CATL 같은 협력사로부터 배터리 구매물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테슬라의 배터리 데이가 국내 완성 배터리업체(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자체 배터리 용량 조기 확대나 중국 CATL과의 협력 강화 등 그 동안 (국내 시장이) 우려한 부분은 언급이 없었고 향후 배터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임을 확인한 수준”이었다며 “이는 국내 배터리 업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날 보고서에서 “기술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을 위협할 내용은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며 “이번 배터리데이는 테슬라의 장기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으나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던 이벤트의 소멸”이라고 평가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 하락이라는 2차전지 산업의 발전 방향성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치는 이벤트였으며 우려했던 테슬라의 대규모 내재화 역시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오히려 행사 전일 일론 머스크가 SNS를 통해 파나소닉, LG화학, CATL 등의 업체들로부터 배터리 구매를 늘리겠다고 밝힌 이유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 2차전지 업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이날 테슬라의 발표처럼 배터리 내재화에 나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외에도 폭스바겐·GM·토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에 투자하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생산에 성공하면 배터리 공급사들이 가까운 미래엔 대규모 수익원을 점차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증권가가 국내 업체들에 유리한 분석을 대거 내놓았지만 배터리 데이 당일 국내 배터리3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 23일 LG화학은 1.41%, 삼성SDI는 2.24%, SK이노베이션은 1.99% 각각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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