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의 민낯-아모레퍼시픽] 서경배-서민정, '승계'와 '절세'의 변주곡…공정위 칼날 계열사 향하나
[공정경쟁의 민낯-아모레퍼시픽] 서경배-서민정, '승계'와 '절세'의 변주곡…공정위 칼날 계열사 향하나
  • 한행우 기자
  • 승인 2020.10.12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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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시 '사각지대' 10개 계열사 모두 사익편취규제 대상
내부거래 비중 커진 이니스프리 자력성장 등 과제
신형우선주 활용한 지분 증여 가능성에 업계 관심…편법 논란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64개 기업집단에 대한 2019년도 주식 소유 현황을 공개했다. 이 중 총수가 있는 55개 집단 내부지분율은 57%인 반면, 총수일가 지분율은 3.6%(총수 1.7%, 친족 1.9%)에 불과하다. 이는 총수가 매우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정 경쟁’을 해치는 건 지배구조 말고도 ‘사익편취’ 문제도 있다. 때마침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와 국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꼼수’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재계는 경영 효율성을 저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공정 경쟁’의 눈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내부거래 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지난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첫 번째 총수 일가 사익편취 사건인 아모레퍼시픽은 자회사 부당지원 혐의로 올 초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9600만원을 부과 받았다. 자회사에 수백억 예금담보를 무상으로 제공한 게 문제가 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100% 자회사 코스비전은 2013년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해 새 공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현금 흐름이 나쁜 데다 차입에 필요한 담보도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코스비전이 산업은행으로부터 600억원의 시설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우리은행의 750억원 상당 정기예금을 이 회사에 담보로 무상 제공했다. 그 결과 코스비전은 2016년 8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산업은행으로부터 600억원의 자금을 연 1.72∼2.01% 이자율로 다섯차례 차입할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담보 덕에 코스비전이 적용 받은 금리는 정상적 금리(신용조건 2.04∼2.33%)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저리 차입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1억3900만원으로 추산됐다.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제7호 등이 금지하고 있는 ‘부당 지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

모회사의 지원으로 600억원에 이르는 시설자금을 빌린 코스비전은 생산능력을 최대 50%까지 늘려 국내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시장 3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저리로 이익까지 보면서 공정 경쟁·거래 질서가 훼손됐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코스비전이 사익편취 규제의 칼날을 피해간 것은 총수일가 지분 기준 ‘비상장사 20% 이상’(상장사 30% 이상)이라는 조건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서경배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자들이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을 57.79% 보유하고 있는걸 고려할 때 코스비전 등의 계열사를 간접지배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음에도 현행법의 사각지대 덕분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신형우선주, '절세'와 '승계' 에 묘수

‘부당한 부의 대물림은 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이 담긴 일감 몰아주기 근절 방안은 승계 과정에서 절세 방안 마련이 필수적인 재벌기업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존재한다. 때문에 승계 작업을 잡음 없이 마무리하는 것은 족벌경영이 대부분인 국내 재벌기업들의 공통된 숙제인 셈이다. 

오너 2세의 지배력을 높이는 방법은 주로 비상장계열사를 이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기업가치 상승→기업공개→자금마련이라는 수순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선주 증여가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해 합법적 틀 안에서 절세가 가능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CJ그룹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9년 12월 자신이 보유한 CJ㈜ 신형우선주 184만주를 자녀인 이경후 CJENM 상무와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서는 보통주 대비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신형우선주가 경영승계에 이용될 것이라고 관측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은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가 유학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승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서씨는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를 보유해 서경배 회장에 이은 아모레퍼시픽그룹 2대 주주다. 이니스프리 지분 18.18%, 에뛰드 19.5%, 에스쁘아 19.52%를 각각 들고 있다.

서씨의 경우 비상장계열사 주식 활용과 우선주 증여, 2가지 방식으로 그룹 지배력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서경배 회장은 2006년 중학생이던 큰 딸 서민정씨에게 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 20만1448주를 증여해 일찍이 승계에 대한 밑작업에 착수했다. 서씨는 10년 후인 지난 2016년 이 신형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를 확보, 아버지에 이어 2대 주주로 자리잡는다. 

당시 아모레퍼시픽 신형우선주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잡아 증여세를 적게 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국세청은 2012년 150억원 규모의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서 회장 측은 과세 전 적부심을 통해 80억원으로 감면 받아 납부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또 한번 ‘우선주’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룹 측은 지난해 10월10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발행가액 2만8200원에 709만주의 전환우선주 발행 계획이다. 10년 후 보통주 1주로 전환 가능하다. 유상증자로 조달된 자금 2000억원 중 1600억원과 보유현금 400억원을 더해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추가 매입하고 400억원은 오설록 출자금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자회사 지분 확보를 통한 지배력 강화 목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지배구조 강화 목적’이라기엔 사실상 지분율 변화가 적어서다. 2000억원을 지분 매입에 쏟아도 지분 증가율은 2.3%에 그친다. 총수 일가 지분을 고려하면 아모레그룹(35.4%)의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지배력도 충분해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주식 취득기간도 2020년 12월11일까지로 단기간에 주가를 부양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당시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목적은 승계”라며 “우선주는 보통주 대비 30~40% 할인된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후계자 입장에서는 신형우선주를 싼값에 매입해 향후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만약 서경배 회장이 가진 신주인수권을 서민정씨에게 전량 양도한다면 서민정씨는 향후 3.4%(기발행 우선주 제외한 보통주+신형우선주 기준)의 아모레그룹 지분을 추가적으로 보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신형우선주의 단점이라면 10년을 기다려야만 보통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지만 아모레퍼시픽 경우와 같이 오너가 건재하고 자녀들의 나이가 비교적 젊은 경우 크게 문제될 게 없어 절세에는 최적의 방안으로 꼽힌다. 아울러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배당에 매우 유리하기 때문에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최근 재계에서 신형우선주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편법 논란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해 논평을 통해 “신형우선주 활용과 같이 승계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기상천외한 곡예와도 같은 편법과 탈법이 동원되면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각도를 더 심화할 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장녀 지분 많은 계열사 내부거래 많아

서씨가 지분을 보유한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의 성장도 회사로서는 중요하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그룹 화장품 계열사 중 아모레퍼시픽 다음으로 매출 규모가 큰 이니스프리는 승계의 핵심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수년째 매출이 뒷걸음질 치면서 자연스레 배당이 줄어든데다 지분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입지가 위축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지난 2016년 기준 매출 7679억원, 영업이익 1965억원을 기록하면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실적이 하락세다. 2016년 국내외 합산 매출이 1조원을 넘는다며 자축했지만 이듬해 본격화된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2017년 매출 6420억원·영업이익 1079억원 → 2018년 매출 5989억원·영업이익 804억원 → 2019년 매출 5518억원·영업이익 626억원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가 덮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6% 감소했다.

경영부진을 타개하고자 올 1월 서경배 회장이 ‘디지털 전환’을 선언하면서 가맹점주들과의 마찰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최근 20개월 동안 661곳이 폐점될 정도로 가맹점주들은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 등 특수관계인을 통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 서민정씨가 주요 주주로 있는 계열사 성장을 위해 일감을 몰아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에도 시달려왔다. 

실제 민정씨가 지분을 승계 받기 전인 2011년 이니스프리는 매출 1404억원 중 약 39억원이 내부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2.7% 수준이다. 지분을 넘겨받은 2012년까지도 매출 2294억원에 특수관계자매출은 47억원 선이었다.

그러나 2016년 들어서는 매출 7678억원 중 특수관계자매출은 1495억원(19.5%), 2017년에는 매출 6420억원 중 특수관계자매출이 1329억원(20.7%)까지 증가했다. 2018년에는 매출 5989억원 중 1056억원(17.6%), 2019년에는 매출 5519억원 중 1471억원(26.6%)이 내부거래로 발생했다.

에뛰드 역시 지난해 전체 매출 1799억원 중 약 17%에 해당하는 311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거둬들였다. 에스쁘아는 지난해 매출 467억원 중 14.7% 가량인 69억원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나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여부가 주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거래법 개정되면 규제 촘촘해져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사익편취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을 넘거나 전체 매출액의 12% 이상이면 총수일가는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부과나 검찰 고발과 같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비상장사는 20%)’만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분류했으나 개정안대로라면 상장·비상장사 구분 없이 지분율 20%인 경우 규제 대상이 된다. 총수일가 보유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하는 회사도 규제 대상에 추가한다.

이 경우 사각지대 회사가 모두 규제대상에 들게 된다.

서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에스쁘아는 모두 현행법상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에 속하는데 법 개정으로 정식 규제대상에 포함될 경우 수익구조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게 된다. 

지난 9월1일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 내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는 지주사 역할을 하는 ㈜아모레퍼시픽그룹 1곳이다.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 회사는 사익편취규제 대상 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분 50%를 초과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에뛰드 △이니스프리 △에스쁘아 △에스트라 △오설록 △아모스프로페셔널 △농업회사법인㈜오설록농장 △코스비전 △퍼시픽패키지 △퍼시픽글라스 등 10곳이다.

특히 화장품 제조 및 판매사업을 진행하는 코스비전은 지난해 매출 1758억원 전액을 아모레퍼시픽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퍼시픽패키지는 전체 매출액의 96%에 해당하는 525억원, 퍼시픽글라스는 75.6%에 해당하는 548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매출인 것으로 집계됐다. 에스트라도 전체 매출액 1111억원 가운데 약 73% 가량인 817억원을 계열사 일감을 통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코스비전, 퍼시픽팩키지, 퍼시픽글라스, 에스트라 등의 지분율을 50% 아래로 낮추거나 내부거래 규모를 12% 수준까지 줄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 사익편취규제 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 (2019 아모레 감사보고서 참조)
  업종 매출 영업이익(손실) 지분율 (20년5월1일 기준)
아모레퍼시픽그룹 지주사 6조2842억원(연결) 4982억원 총수일가 52.98%
이니스프리  화장품판매 5518억원 626억원 아모레퍼시픽 81.82%
에뛰드 화장품제조판매 1799억원 (185억원) 아모레퍼시픽 80.48%
코스비전 화장품 제조판매 1758억원 2억8000만원  아모레퍼시픽 100%
에스트라 건강식품 제조판매 1111억원 67억원  아모레퍼시픽 100%
아모스프로페셔널 두발용 상품 판매 834억원 168억원 아모레퍼시픽 100%
퍼시픽글라스 포장용 유리용기 제조 724억원  46억원 아모레퍼시픽 100%
퍼시픽패키지 인쇄 및 지기가공 제조판매 546억원  7727만원 아모레퍼시픽 100%
에스쁘아 화장품판매 467억원 5076만원 아모레퍼시픽 80.47%
농업회사법인(주)오설록농장 녹차 재배판매 194억원  35억원 아모레퍼시픽 98.38%
오설록 식료품 소매 129억원 (28억원) 아모레퍼시픽 100%

공정위는 계열사에 대해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특혜성 거래기회를 제공하거나 총수일가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가 현행보다 더 넓은 범위의 거래를 들여다 본다는 점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도입을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최근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이달 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재계 간담회에서 기업규제 3법 개정안 처리를 연기해달라 요구했다.

정부안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확대될 경우 경영상 필요에 의해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반면 시민사회는 ‘사각지대’ 회사들에게 오히려 사익편취가 허용 가능한 것처럼 작동하고 있어 현행 규제의 실효성이 퇴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미비점을 보완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의 의지도 강하다. 이낙연 대표는 경총과의 간담회에서 법 개정을 미루거나 방향을 바꿀 수는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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