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의 민낯 - 애경] 장영신의 애경그룹, 가족끼리 '일감 몰아주기' 해소 시급
[공정경쟁의 민낯 - 애경] 장영신의 애경그룹, 가족끼리 '일감 몰아주기' 해소 시급
  • 한행우 기자
  • 승인 2020.10.16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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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가 100% 소유한 외부 회사를 통해 그룹 지배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시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18개 계열사 포함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64개 기업집단에 대한 2019년도 주식 소유 현황을 공개했다. 이 중 총수가 있는 55개 집단 내부지분율은 57%인 반면, 총수일가 지분율은 3.6%(총수 1.7%, 친족 1.9%)에 불과하다. 이는 총수가 매우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불편한 현실'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공정 경쟁’을 해치는 건 지배구조 말고도 ‘사익편취’ 문제도 있다. 때마침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와 국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꼼수’를 막겠다는 취지지만, 재계는 경영 효율성을 저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공정 경쟁’의 눈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내부거래 실태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애경타워 모습 (사진=뉴시스)
애경타워 모습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67년 역사의 애경그룹은 1954년 '애경유지공업'이란 화장비누업체로 출발해 국내 정상급 화장품·화학 그룹으로 성장했다. 1970년 창업자(고 채몽인)가 갑작스럽게 작고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부인 장영신 회장이 그룹을 키워왔다. 그러나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내부거래를 통한 가족경영에 의존한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적받고 있다. 

애경그룹은 2019년 5월 처음으로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새로 편입됐다. 홍대 신사옥 준공과 계열사 상장 등으로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기면서다.

대규모 기업집단에 지정되는 경우 적용 가능한 규제 개수는 크게 늘어난다. 외형 성장에 걸맞은 체질개선이 필수적인 이유다. 자산 5조원인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면 11개, 자산 10조원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무려 47개의 추가적인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애경이 새롭게 직면하게 된 규제 가운데서도 해소가 가장 시급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다.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초과하는 상장사, 20%를 초과하는 비상장사의 경우 연간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을 넘거나 연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거나 특혜성 거래기회를 제공하거나 총수일가가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하는 행위 등을 공정위는 금지하고 있다.

애경그룹은 장영신 회장의 아들··사위·올케까지 모두 그룹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전형적인 가족경영의 형태를 띠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그룹 내부거래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그간 ‘일감 몰아주기’ 규제망에서 벗어나 있던 만큼 자구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던 탓이다. 그 결과 애경그룹에서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계열사는 총 11곳에 달한다. 

이전까지는 애경그룹 계열사간 거래를 두고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정보공개’에 따르면 애경그룹에서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회사는 △애드미션 △에이텍 △비컨로지스틱스 △애경개발 △애경피앤티 △에이엘오 △AKIS(에이케이아이에스) △AK홀딩스 △우영운수 △인셋 △코스파 등 11곳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당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됐었던 애경 계열사 한국특수소재는 지난해 11월 코스파에 흡수 합병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게 됐다.

애경은 두 회사의 합병이 ‘경영효율성과 경쟁력 강화 차원’이라는 입장을 내세웠으나 재계 안팎에서는 내부거래 불씨를 없애기 위한 의도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한국특수소재는 2017년, 2018년 매출 전체를 코스파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코스파와 한국특수소재 합병으로 기존 두 기업에서 이뤄지던 내부거래는 사내부문간 거래로 변경된다.

규제대상의 자회사로서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에 해당하는 계열사도 △에이케이레저 △서림 △애경화학 △제주항공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에이케이에스앤디 △에이케이켐텍 등 7곳에 달한다.

국회에 계류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들 사각지대 회사까지 모두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 정식으로 공정위 감시망에 들게 되는 회사가 18곳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AKIS는 그룹 지배하는 '옥상옥'

재벌가의 경영권 세습에 예외 없이 등장하는 IT회사가 애경그룹에서도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애경유지공업은 2018년 10월 시스템관리업을 영위하는 IT계열사 에이케이아이에스(AKIS)를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AKIS로 바꾸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AKIS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자녀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장영신 회장은 남편이자 애경그룹 창업주인 고(故) 채몽인 회장과의 사이에 채형석 애경산업 총괄부회장, 채은정 전 애경산업 부사장(남편 안용찬 전 애경산업·제주항공 부회장),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지난 9월 프로포폴 상습 투약혐의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 등 4명을 자녀로 두고 있다.

AKIS 주주 구성은 최대주주인 채형석 부회장(50.33%), 채동석 부회장(20.66%), 채은정 전 부사장(13.23%), 채승석 전 대표(10.15%),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5.63%) 등으로 오너일가 100% 소유다.

이 회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영업수익) 729억원 가운데 약 508억원(69.6%)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나왔다. 2018년 IT 계열사를 끌어안은 만큼 기존 백화점 사업만을 영위할 때보다 계열사 일감이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AKIS는 지주사 밖에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회사다.

AKIS는 상반기 기준 애경개발(31.47%), 에이케이에스앤디(20.04%), 애경산업(18.05%), AK홀딩스(10.37%), 코스파(10.00%), 제주항공(1.74%)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총수 일가가 지주회사 체제 밖에서 지배하는 계열사는 모두 170개로 확인됐다. 특히 애경은 총수2세 회사가 지주회사체제 밖에서 지주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총수일가 사익편취 우려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주사 AK홀딩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오너회사 AKIS가 여기 해당한다.

당시 박기흥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전환집단의 체제 밖 계열사 중 절반 이상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거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은, 이들 회사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제력 집중 우려가 여전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체제 밖에서 지주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 지주회사 체제 안에 있는 회사들을 지배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주회사체제라는 투명한 구조와는 맞지 않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올케 소유 우영운수, 물류·시설관리 도맡아

장 회장 일가가 그룹 주요 사업을 맡고 있다면 김보겸 우영운수 회장 일가는 이를 측면 지원하는 업체들을 경영하고 있다. 김보겸 회장은 장영신 회장의 셋째 오빠인 고 장위돈 전 서울대학교 교수의 부인으로 알려져 있다. 장 회장의 손위올케가 된다.

김보겸 회장은 故 장위돈 교수와 사이에서 장우영 JSA 대표, 장지영 인셋 대표, 장대영 에이엘오 대표 등을 두었다. 장 회장에게는 조카가 된다.

우영운수와 비컨로지스틱스는 애경산업 등 계열사에서 생산한 제품 운송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에이엘오는 애경이 운영하는 AK플라자와 와이즈파크 등의 시설 유지·관리업무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세 회사의 공통분모는 김 회장과 그의 세 자녀가 지분 100%를 쥐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김 회장과 그의 세 아들, 그리고 며느리들로만 이사회가 구성돼 있다. 소유와 경영이 모두 김 회장 일가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 회사의 또다른 공통점은 매출을 애경그룹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상운송지원 서비스를 영위하는 우영운수 지분은 장대영(30%), 장우영(34%), 장지영(30%), 김보겸(6%) 등 김 회장 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8년 매출액(57억9000만원)의 97.13%인 56억2400만원을 애경산업 등과의 내부거래로 올렸으며 2019년에도 매출 17억원 중 애경산업과의 거래로 발생한 매출이 15억원에 달했다.

우영운수와 마찬가지로 육상 운송지원 서비스를 하는 비컨로지스틱스도 김보겸 회장의 세 자녀인 장우영(35%), 장대영(32.5%), 장지영(32.5%)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이 회사는 2018년 매출 51억9000만원 모두를 애경산업과의 거래를 통해 벌어들였다. 2019년에는 매출 17억6600만원가운데 17억6500만원이 애경산업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사실상 자생력이 없는 회사로 보여진다.

에이엘오는 김보겸 회장과 장대영·우영·지영 등 세 자녀가 지분 각 25%씩을 나눠 들고 있다. 2018년 매출 98억 중 절반 가까운 43억이 국내계열사 매출이었다. 2019년에는 변화가 생겼다. 계열회사간 상품거래가 전무한 대신 매출은 5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내부거래가 빠진 만큼 매출이 줄어든 셈이다.

에이텍 등 11개 회사 공정위 감시 대상

포장용기를 만드는 에이텍도 일감몰아주기 사정권에 들었다.

장영신 회장을 비롯해 채형석, 채동석, 채승석 등 오너 일가 지분율이 50%이면서 내부거래 규모도 상당하다.

2018년 총 매출액 632억원 중 49.8%인 315억원의 매출이 애경산업으로부터 나왔다. 2019년에도 매출 591억원 가운데 266억원을 애경산업과 애경P&T(애경피앤티)로부터 창출했다. 45%에 달하는 비중이다.

골판지 등을 제조·판매하는 애경P&T(애경피앤티) 또한 매출액 대부분을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이고 있다. 지분은 채형석(40%), 안용찬(10%), 장인원(5%) 등 오너 일가가 55%를 갖고있다.

2019년 총매출 176억원 중 148억원을 지배기업인 ㈜에이텍, 특수관계자인 애경산업 등으로부터 거둬들였다. 2018년에도 총 매출액 185억원 중 90.8%인 168억원을 애경산업 등과의 내부거래로 올렸다.

애경 계열사들로서는 내부거래를 줄이면서 회사의 자생력을 키우는 게 숙제다.

일례로 광고대행업체인 애드미션은 내부거래를 빠르게 줄여가면서 매출도 함께 줄었다. 애드미션은 장영신 회장의 사위인 안용찬 전 부회장이 78.58%, 딸 채은정 애경산업 전 부사장이 지분 6.6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2017년 애드미션은 204억원의 매출 중 절반에 가까운 97억원을 제주항공과 애경산업, AK홀딩스 등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그러나 2018년 계열사와의 내부거래액을 14억원으로 대폭 줄였는데 이때 매출액도 전년대비 반토막난 101억원에 그쳤다.

2019년에는 내부거래가 1400만원대로 내려앉았으며 매출도 82억원대에 머물렀다. 내부거래 축소와 함께 실적도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애경그룹 내 '사익편취 규제대상' 계열사 (2019년 감사보고서 참조)
  업종 매출 영업이익(손실) 지분율(20년5월1일 기준)
(주)애드미션  광고대행 82억원 (4억9300만원) 총수일가 85.25%
(주)에이텍 포장용 플라스틱 용기 제조 591억원 1억4289만원 총수일가 50%
비컨로지스틱스(주) 육상 운송 지원 서비스 17억원 5억7200만원 총수일가 100%
애경개발(주) 골프장 운영  174억원 9억8508만원 총수일가 68.54%
애경피앤티(주) 종이 상자 및 종이 용기 제조  176억원 (7억7797만원) 총수일가 55%
에이엘오(주) 사업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 51억원 (13억7900만원) 총수일가 100%
에이케이아이에스(주) 백화점  729억원 146억원  총수일가 100%
에이케이홀딩스(주) 지주사 3조7595억원(연결) 1313억원 총수일가 45.96%
우영운수(주) 육상 운송 지원 서비스 17억원 (5억9100만원) 총수일가 100%
인셋(주) 사업시설 관리 서비스  1500만원 (3억7300만원) 총수일가 100%
코스파(주) 플라스틱 발포 성형제품 제조 306억원  25억원  총수일가 28.05%

법개정 이후 AK켐텍 등 8개 회사 추가

현재 사익편취 규제 사각지대 회사인 AK켐텍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규제 대상이 된다. 개정안에 ‘총수 일가 지분 20% 이상 기업이 지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AK켐텍의 AK홀딩스 지분율은 81.36%다. 장 회장 일가가 AK홀딩스를 통해 AK켐텍을 간접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AK켐텍은 매년 수백억 규모의 일감을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받고 있다.

이밖에 △에이케이레저 △서림 △애경화학 △제주항공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 △에이케이에스앤디 등이 새로 추가될 전망이다.

18개 계열사의 수익구조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재계에선 내부거래를 줄이는 것보다 자산총액을 줄여 대기업집단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고육지책’성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내부거래가 다 문제가 되는건 아니다. 경영 효율이나 보안이 필요한 경우, 천재지변 등 긴급한 사태가 발생한 경우 등은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이 가시화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재계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 감독법 제정안)에 대해 공공연히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5일 경총회관에서 진행된 민주당과의 간담회에서 “지금 거론된 법안 내용들은 대부분 규제로, 규제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따져 봐야 한다. 규제가 손실을 가져온다면 이는 잘못된 규제이며 후회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정치권의 의지는 강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재계의 반대에도 불구, “경쟁력 있는 공정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예정대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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