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앞두고 진통…글로벌기업에겐 한국만 봉이었다?
미국, 47만5000명에 약 18조원의 배상급 지급
한국,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리콜 외 100만원짜리 정비 쿠폰 지급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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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경제신문=김성근 기자] 피해자가 50명 이상이면 앞으로 '모든 분야'에 집단소송을 낼 수 있는 이른 바 ‘집단소송제’와 피해액의 5배까지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올해 중 시행될 것으로 보여 찬반의 입장이 팽팽하다. 특히 법무부 제정안에는 소급적용 조항도 들어가 있어 지난 2015년 이른바 '디젤게이트'를 촉발한 아우디폭스바겐에겐 자칫 천문학적 배상 등 '최대 악재'가 될 전망이다.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입법예고한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에 대한 의겸수렴절차를 마무리했다.

집단소송제도는 피해자 중 일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소송제도로 현재 국내는 주가조작・허위공시 등 증권분야에만 한정돼 도입된 상태다.

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반사회적인 위법행위에 대해 실손해 이상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제도로 현재 ‘제조물책임법’ 등 일부 분야에 3~5배 한도 내에서 배상책임을 물릴 수 있는 제도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은 지난 2015년 아우디 폭스바겐 그룹의 배기가스 조작사건이 수면 위에 오르면서 한 몫했다.

당시 아우디 폭스바겐은 측은 디젤 차량을 만들면서 엔진 성능과 연비 효율화를 위해 배출가스(질소산화물) 저감장치 작동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달았다. 특히 ‘인증시험 모드’는 배출가스가 적게 배출됐지만 ‘통상주행모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중단되거나 작동률을 낮추는 수법이었다.

이같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디젤게이트’가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놨고, 당시 집단소송제가 일반화된 미국과 특별법으로 도입된 독일에서는 배상이 이루어졌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아우디 폭스바겐 그룹은 ‘디젤게이트’로 2016년 6월 미국 47만5000명 차주에게 약 18조원의 배상급 지급을 결정했고, 캐나다와 호주 소비자들과도 배상급 지급을 합의했다. 또 독일에서는 차주 26만명에게 합의에 따라 차 값의 15%(약 1조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라는 리콜 외에는 고작 100만원짜리 정비 쿠폰을 지급하는데 그쳤고, 그나마 지난 2019년 7월 서울지법이 소비자들이 낸 집단소송에서 ‘차 값 10%를 배상하라’로 판결했지만 여전히 재판은 2심에 계류중이다.

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시장의 배짱 영업 방식에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국내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이에 법무부는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으로 효율적 피해구제・예방이 이루어지게 되면서, 동시에 기업의 책임경영 수준이 향상되어 공정한 경제 환경과 지속 가능한 혁신성장 기반이 함께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법무부가 지난 9월 28일 입법예고한 제정안에는 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소급적용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어 아우디폭스바겐으로서는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최근 '디젤게이트'의 후유증을 극복하고 올해 1~10월 누적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아우디(1만9498대)가 179.6%, 폭스바겐(1만2209대)이 231.6% 증가하는 극적 반등에 성공했다. 이같은 실적은 같은 기간 벤츠(6만147대)와 BMW(4만7093대)에 이은 수입차 3, 4위로 다시 옛 영화를 완전히 회복했다.

다만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 필요성도 중요하지만 제도 도입 이후 소급 적용될 경우 기업 책임이 무한대로 커지는 만큼 위헌소송 등 각종 소송전에 시달릴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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