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손잡은 네이버, 계열사 쇼핑몰 통합한 롯데, 홈쇼핑 흡수한 GS리테일 등 '합종연횡' 대세
아마존이 낙점한 11번가, 해외직구서 경쟁력 확보할 듯
분기 적자·흑자 반복…상장 위해 수익성 확보 관건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커머스포털’ 11번가와 손잡고 국내 진출을 예고했다. 11번가의 뒤에는 SK텔레콤이, 그 뒤에는 SK그룹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보여지는 것보다 더 큰 규모의 협력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롯데(롯데온), 신세계(SSG닷컴), 쿠팡·티몬·위메프,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CJ그룹과 손잡은 네이버, 홈쇼핑과의 대통합을 선언한 GS리테일 등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시장 선점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가운데 11번가 역시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보다 강력한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시장에서 비교적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11번가가 아마존과의 연대를 통해 이커머스 판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하 SKT)은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아마존과 협력을 추진하고, 자회사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11번가는 이번 협력으로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인지도까지 대폭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번가와 아마존은 구체적 서비스 내용에 대해서는 론칭 준비가 되는 대로 밝힌다는 계획이다.

SKT는 이를 통해 11번가를 ‘글로벌 유통허브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계산이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해 고객들에게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국내 셀러들이 해외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다.

SKT가 아마존이라는 공룡을 끌어온 데는 11번가의 생존을 위한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는 온라인으로 잰걸음을 옮기던 유통업계에 위기감을 부채질했다. ‘비대면’의 일상화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치명타를 안겼으며 온라인 시장의 폭발적 확장에 기여했다.

2013년 38조원이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8년 100조원을 넘었으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1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는 2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기업들로서는 시장 선점이 절박해진 셈이다. 굵직굵직한 유통 대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타사와 손을 잡는데 거침이 없는 이유다. 

편의점·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해온 GS리테일은 온라인 모바일 커머스에 강점을 가진 GS홈쇼핑을 흡수키로 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자산 9조원, 연간 취급액 15조원, 하루 거래 600만건에 이르는 초대형 온·오프라인 겸업 단일 유통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또 GS리테일은 디지털 물류 혁신을 위해 KT와 손잡겠다고도 발표했다. 업종의 경계를 넘는 협력이다. 

거래액 규모로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네이버쇼핑은 CJ와 손잡았다. CJ그룹과 네이버는 이커머스 혁신을 위한 e-풀필먼트(e-fulfillment) 사업 공동추진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 사업제휴를 맺고 6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4월 흩어져있던 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을 한자리에 모아 ‘롯데온(ON)’을 선보였다. 롯데쇼핑이 지난 2018년 이커머스 사업부를 만든 이후 2년간 공들인 프로젝트다. 롯데의 모든 계열사 제품을 한 번에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쿠팡은 수천억 적자에도 불구하고 인재를 과감히 끌어모으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강자의 위치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끊임없이 매각설에 휩싸이는 등 경쟁사에 비해 시장에서 뚜렷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지 못했던 11번가로서는 외풍을 견디며 함께 갈 파트너가 필요했던 셈이다.

나아가 SKT는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도 체결했다. 11번가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서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11번가의 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 받을 수 있다.

11번가는 상장을 목표로 수익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함으로써 몸값을 올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수익성이다. 11번가는 흑자경영 기조를 세웠지만 아직 분기 적자와 흑자를 반복하고 있다.

11번가는 “아마존과 함께 국내 고객들에게 독보적인 구매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아마존과의 원활한 협력으로 빠른 시일 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11번가는 우리의 ‘고객제일주의(Customer Obsession)’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아마존 상품을 쇼핑할 수 있는 차별적 경험을 제공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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