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및 면세점 직원 대상 희망퇴직 진행
영업이익 2013년 수준으로 퇴보, 中 '사드 보복' 이후 성장 동력 잃어
'디지털 전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지 주목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증권경제신문=한행우 기자] 인력 구조조정으로 고강도 쇄신에 나선 아모레퍼시픽이 실적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성장세가 꺾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뒷걸음질 쳤다.

40대~50대 초반 임원진을 전면에 내세운 파격인사와 구조조정은 물론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며 변화를 예고하고 있지만 체질개선 효과가 언제쯤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20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6일부터 면세점 현장 인력인 ‘미엘’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근속연수나 직급에 상관없이 전체 인력 약 750명이 대상이다. 코로나19로 면세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용유지가 어려워진 탓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13일부터는 본사 15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창사 75년 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K-뷰티’가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16년 매출 정점을 찍었다. 2013년 3조원 대였던 그룹 매출은 2016년 6조7000억원(연결기준)까지 치솟았다. 같은 해 영업이익도 1조원을 넘어서며 순항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퀀텀점프’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2017년 사드 보복이 시작되자 성장 동력을 잃고 2019년까지 3년간 매출은 줄곧 6조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7000억원대(2017년) → 5000억원대(2018년) → 4000억원대(2019년)로 내려앉았다. 그룹 영업이익이 4000억원대에 그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었다.  

2020년 3분기까지 아모레퍼시픽그룹 누적매출은 3조6686억원이며 영업이익은 165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 4357억원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올해 4분기(10월·11월·12월)에도 3분기 영업이익(610억원)만큼을 벌어들인다고 가정하면 2020년 영업이익은 2000억원 초반에 그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을 일찌감치 내놨다. 경쟁사 LG생활건강이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는 실적을 내놓자 아모레퍼시픽이 비교적 위기관리에 취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룹 측은 지난 7월1일자로 주력 계열사 이니스프리에 새 대표이사를 앉혔으며 이달 12일에는 50대 초반의 김승환 부사장을 그룹 새 대표이사로 발령 냈다. 전임 배동현 대표이사가 65세인 반면 신임 김 대표는 51세(1969년 생)로 무려 14살이나 어리다.

김 대표의 승진과 더불어 40대 여성 전무의 발탁도 눈에 띈다. 라네즈 브랜드 유닛장(전무)으로 승진 발령난 정혜진 헤라 다비젼 상무는 1975년 생으로 만 45세다.

‘젊은 피’ 전진 배치로 급변하는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읽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은 또 알리바바, 네이버, 11번가, 무신사 등과 연달아 손잡으며 ‘디지털 전환’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다만 오프라인 로드숍과 방문판매 중심으로 오랜 시간 영업해온 탓에 온라인 트렌드 대응이 한발 늦었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뒤늦게 온라인으로 ‘급선회’하면서 가맹점주들과 마찰을 빚는 등 부작용만 두드러졌다.

글로벌 ‘뷰티 공룡’ 세포라, 신세계 시코르, CJ올리브영 등 화장품 편집숍·H&B스토어가 입지를 굳히는 동안 이에 맞설만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도 패착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이 성장하는 H&B스토어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야심차게 오픈한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 매장은 올 초 폐점했다. 라이브 매장은 타사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특화 매장으로 기획됐지만 강남, 명동 등 핵심 상권에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모두 자취를 감췄다.

관건은 면세점과 온라인에서의 경쟁력 회복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높은 면세점 회복이 실적 반등의 핵심”이라며 “순수 내수에서 뚜렷한 히트 브랜드가 없고 중국 사업에서 설화수는 매출 규모가 럭셔리 브랜드 중 아직 작은데 매출 규모에 비하면 성장률이 폭발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화수·헤라 등 럭셔리 브랜드와 온라인 전략이 매출 회복으로 이어져야 실적 개선 동력(모멘텀)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이 2020년 국내외 오프라인 채널 구조조정을 상당부분 진행하면서 올해를 정점으로 판관비율이 점진적으로 낮아질 것”이라며 “2021년 이후 고정비 부담이 줄어드는 시점에 벨류에이션(기업의 적정주가를 평가하는 기준) 제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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