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 300개 외부스타트업 육성 계획
이재용 부회장 '동행 비전' 근간…"미래를 향한 도전"

삼성전자는 한국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을 제조하는 명실상부한 국내외 1위 기업이다. 특히 이들 품목에서 강자가 되기 위한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은 후발업체들의 추월을 불허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을 사실상 떠받들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라고 할 수 있다. 오너십과 전문경영인체제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모범사례로 외국인의 매수 1순위 기업도 삼성전자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외 위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평가는 박하다. 국내의 따가운 질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플레이어들과의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으로 삼성전자의 비상경영은 도저히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증권경제신문은 선제적인 혜안으로 국내 경제를 이끌어온 삼성전자의 현재 위상과 한국의 경제 현주소를 짚어보고 미래 한국과 삼성전자를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월 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C랩 갤러리'를 찾아 사내 스타트업들의 제품과 기술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증권경제신문=길연경 기자]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이재용)가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 인사이드'와 매년 상·하반기 총 2회 진행하는 'C랩 스핀오프 제도', 매년 하반기 선발하는 'C랩 아웃사이드' 등 국내 스타트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까지 사내에서 48개의 스타트업이 독립했으며, 사외로는 160여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해 경제활성화와 200여명 이상의 신규 고용 창출을 이뤘다. 이들 가운데는 미국 유통 기업과 4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 등 해외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 "새로운 것만 생각하자"…삼성전자의 엔진 'C랩 인사이드'

"미래는 꿈에서 시작된다. 지치지 말고 도전해 가자.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자. 오직 미래만 보고 새로운 것만 생각하자." 지난 7월 이재용 부회장이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C랩 갤러리'를 찾아 사내 벤처프로그램 'C랩'에 참여 중인 임직원들에게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C랩 인사이드는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도입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이다. 지난 4일 삼성전자는 C랩 인사이드의 3개 우수 과제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했다. 지난 5월 독립한 5개 팀에 이어 올해만 총 8개의 사내벤처가 스타트업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 독립하는 3개 스타트업은 최근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가정에서 활용 가능한 사업들이 주를 이뤘다. △AI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탈모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비컨' △체계적인 건강 관리를 도와주는 홈 IoT 소변 검사 시스템 '옐로시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IoT 기기와 플랫폼을 개발하는 '바이브존'이다.

'비컨'은 AI로 간편하게 집에서도 탈모 진단과 예방이 가능한 셀프 케어 솔루션이다. 전용 기기로 두피를 촬영하면 민감도, 각질, 머리카락 밀도 등 10가지 항목을 진단한다. 특히 '비컨'은 올해 1월에 열린 CES 2020에 참가해 간편한 사용성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 7월에는 '스마트 디바이스 쇼(KITAS 2020)'에 출품, 혁신 스마트 기기에게 수여하는 KITAS TOP 10에 선정돼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C랩 인사이드는 2016년 첫 CES 참가를 시작으로 5회 연속 참가하고 있다.

C랩 인사이드는 현재까지 298개 과제와 1223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임직원들이 개발하고 있는 C랩 과제를 전세계 유수 스타트업이 모인 유레카 파크에서 선보여 경쟁력과 시장 반응을 사전에 점검해 과제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삼성전자 C랩을 통해 창업에 나서는 5개 과제 참여 임직원들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 5월 삼성전자 C랩을 통해 창업에 나서는 5개 과제 참여 임직원들 (사진=삼성전자 제공)

◇ 개발·투자 유치로 이어주는 'C랩 스핀오프 제도'

삼성전자는 우수한 C랩 인사이드 과제들이 스타트업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C랩 스핀오프 제도를 도입해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5년 8월 처음 도입한 C랩 스핀오프 제도는 창업자들에게 초기 사업자금과 창업지원금을 제공하고 희망 시 스핀오프 후 5년내 재입사 기회를 부여하는 등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로 창업까지 도전할 수 있는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 결과 C랩 스핀오프 시행 만 5년 현재까지 171명이 창업에 도전해 48개의 스타트업이 독립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해외시장 공략도 본격화 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에서 2015년 독립, 스마트 인솔(깔창)을 개발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솔티드'는 지난달 19일 미국 골프용품 유통 기업과 40억원 규모의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아마존의 연례 할인 행사 '프라임데이'에서도 골프 스윙 트레이너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AI 뷰티 솔루션을 개발하는 '룰루랩'도 사업 확장을 위한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사진 촬영 만으로 피부를 분석하는 뷰티 기기로 창업한 룰루랩은 키오스크, 스마트 미러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2023년 코스닥 상장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에는 C랩 인사이드 출신의 스타트업들이 CES 2020에 독자적으로 참여해 기술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행사에 △링크플로우 △웰트 △링크페이스 △룰루랩 △모픽 △모닛 △아날로그플러스 △루플 등 8개의 스타트업이 세계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이번에 참가한 C랩 인사이드 출신의 스타트업 4곳은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수여하는 'CES 혁신상'을 받았다. 링크페이스는 소리 자극에 대한 생체 신호를 측정해 아동의 청각을 보호하는 헤드폰으로 '헤드폰·퍼스널 오디오'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웰트는 낙상 예방 알고리즘이 적용된 스마트 벨트로 '웨어러블 테크놀로지'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룰루랩은 2년 연속, 링크플로우는 3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해 기술력과 혁신성을 입증받았다. 링크플로우는 2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진=웰트 홈페이지 캡쳐)
(사진=웰트 홈페이지 캡쳐)

◇ 이재용 '동행' 비전의 실천…'C랩 아웃사이드'

이 부회장은 평소 삼성의 다양한 노하우를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과 나눠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지난해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는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사회와의 '동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 2018년 '180조 투자'를 발표하며 2019년 10월 사내 C랩 운영 노하우를 활용한 사외 벤처 지원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 운영 계획을 밝히고 국내 스타트업 활성화를 지원했다.

C랩 아웃사이드는 창업 5년 이내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 △착한 기술로 삼성전자와 함께 사회에 기여 하고 싶은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C랩 아웃사이드로 선발된 스타트업은 1년 간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 내 전용 사무공간 △삼성전자 전문가 멘토링 △국내외 IT 전시회 참가 △최대 1억 원의 사업지원금 등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8일 삼성전자는 C랩 아웃사이드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18개 신규 스타트업을 공개했다. 지난 8월부터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공모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진행했음에도 501개 스타트업이 지원해 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번에 선발된 스타트업은 착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부터 AI·헬스케어·딥테크·콘텐츠 서비스까지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선발됐다. 주요 스타트업은 △AI 기반 학습 데이터를 크라우드 소싱으로 수집하는 플랫폼 '셀렉트스타' △트레이너와 회원간 양방향 인터랙션이 가능한 라이브 홈트레이닝 서비스 '꾸내컴퍼니' △원격으로 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상담 플랫폼 '아토머스' 등이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배리어 프리 플랫폼 '와들' △음성·안구 패턴·촉각 분석을 통해 치매를 진단하고 예방하는 비대면 서비스 '실비아헬스'등 착한 기술로 사회에 기여가 가능한 스타트업 4곳도 선정됐다.

서큘러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큘러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또한 C랩 아웃사이드에 선발된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업 협력 방안 모색부터 사업 지원금, 투자유치, CES·MWC·IFA와 같은 세계적인 IT 전시회 참가 기회 제공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번 CES 2020에는 지난 1년간 지원을 받고 11월에 C랩 아웃사이드를 졸업한 3개 스타트업과 현재 육성 중인 1개의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C랩 아웃사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은 스타트업이 함께 CES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타트업들은 삼성전자가 마련한 C랩관에 C랩 인사이드와 나란히 제품을 전시했다.

4개 스타트업은 △인터랙티브 기술을 활용한 반려 로봇을 만드는 '서큘러스' △헬스케어 데이터 기반 ICT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트' △카메라를 통해 제스처로 사물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브이터치' △영상·음성·문자 채팅을 동시에 지원하는 다자간 영상통화 서비스를 지원하는 '스무디'이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C랩 아웃사이드 졸업식 격 행사 겸 투자 유치를 돕는 'C랩 아웃사이드 데모데이', 스타트업이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제안(아이디어)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사업 협력 방안도 모색할 수 있는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 페어' 등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C랩 아웃사이드 스타트업 페어는 매년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소규모로 열었지만, 올해부터 '모자이크'를 통해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행사로 확대됐다. 모자이크는 삼성전자 모든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토론하는 사내 집단지성 시스템이다. 

지난 7월 열린 스타트업 폐어에는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지원받고 있는 AI·교육·라이프스타일 등의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19개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매일 사무실에서 사용이 가능한 메디프레소의 '커피·차 동시 추출 머신' 개발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커피와 차향이 섞이지 않아야 하고, 기존의 커피 추출 머신 캡슐과의 호환성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을 제안했다. 또 QMIT의 '운동 선수용 코칭 서비스'에는 재활 운동, 다이어트 등으로 확장한 서비스도 제안됐다.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160여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외부 스타트업 300개 육성, 사내 임직원 스타트업 과제(C랩 인사이드) 200개 지원 등 총 500개의 사내외 스타트업 과제를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2018년 8월 발표한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증권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