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 우려에 재벌 특혜 비판 잇따라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사진=KDB산업은행 제공)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제안하고 주도해온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국민 혈세로 재벌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강성부펀드)는 법적 소송까지 걸었다. 특히 독점 항공사 출현에 따른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동걸 산은 회장이 “빅2 경쟁 체제보다는 합치는 것이 국적 항공사와 운송업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반박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먼저 ‘재벌 특혜’ 논란은 산은의 자금 투입 방식에서부터 비롯됐다. 지원 자금을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에 직접 투자하면 될 것을 왜 모회사인 한진칼에 투자했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앞서 산은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 등으로 한진칼에 총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경우 산은은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진칼 지분 10.66%를 확보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입장에선 개인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국내 최대 항공그룹 회장에 올라서는 동시에, 산은을 백기사로 맞이해 경영권까지 방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부담이 있던 산은과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논란이 커지자 산은 측은 주주배정이 아닌 제3자배정 유증 방식을 택한 데 대해 “주주배정 유증의 경우 2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긴급한 자금수요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조 회장 측과 경영권 확보를 두고 대립해온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은 산은의 한진칼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현재 3자 연합의 우호 지분율은 46.7%,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1.4% 수준이다. 

한편에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국내 항공업계가 독점 체제로 재편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걸 회장은 “한때 우리나라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빅2가 경쟁하는 것이 유리하단 얘기도 있었지만, 변화된 환경 속에서 이는 유효하지 않은 명제”라며 “이제는 (두 항공사를) 합쳐서 최대한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우리 국적 항공사와 운송업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반박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회장은 재벌 특혜 논란에 대해선 “재벌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 항공업을 위한 특혜이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특혜”라고 말했다. 

그러나 독과점 문제는 경쟁이 사라지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산업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두 회사가 합병될 경우 계열사인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해 국내선 시장점유율 합계는 60%를 훌쩍 넘게 된다. 조 회장은 “구조조정 및 고객 편의 저하,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떤 이유로 변해갈지는 알 수 없다. 

참여연대는 “두 항공사 합병 시 독과점이 발생할 우려가 크고 이에 따른 소비자 편익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중복 노선 조정 등을 통해 운용 효율성과 소비자 효용이 증대할 것이라는 산은의 판단은 근거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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