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공적자금 8000억 투입 지분 10% 확보…조원태 좌지우지 가능성에 '국유화'논란

한진그룹 사옥과 조원태 회장 모습 (사진=뉴시스)
한진그룹 사옥과 조원태 회장 모습 (사진=뉴시스)

[증권경제신문=노지훈 기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한진칼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보유 지분을 담보로 내놓는 등 경영권 방어에도 명운을 건 모양새다.

27일 산업은행(은행장 이동걸) 등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진칼(180640) 지분 전부를 투자 합의 위반에 대한 담보로 제공키로 했다. 현재 조 회장의 보유 지분은 시가 총 2730억원으로, 기담보제공 채무금액 감안시 실질 담보가치는 주당 7만원(27일 현재 74500원)을 적용하면 약 1700억 원 수준이다.

특히 산업은행과 한진칼의 투자합의 위반 조항에는 통합추진 및 경영성과 미흡시 조원태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퇴진하기로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도 경영성과 등이 미흡하는 등 문제가 불거질 경우 언제든지 조 회장을 퇴진을 시킬 수 있다는 담보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이번 인수계약에 조원태 회장이 사실상 명운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산은은 윤리경영위원회를 통해 한진칼 및 주요 계열사, 계열주의 윤리경영을 감독하고, 이에 필요한 조사 및 조치 이행을 권고하고, 권고조치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합의 위반에 따른 위약벌 부과 및 퇴진을 요구할 수 있는 장치도 함께 마련한 상황이다.

이렇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고,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통합항공사는 세계 10위권 거대 항공사(2019년 기준시 화물운송 세계 3위 도약, 여객운송 세계 10위 도약 추정)로 탈바꿈되고, 내부적으로 산은은 한진칼 지분을 10% 보유한 주주가 된다.

표면적으로 양대항공사 통합에 따른 시너지로 노선 운영 합리화, 정비 자재 공동구매, 아시아나항공 외주정비비 내재화 등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의 재편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만, 한진그룹이 이미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인수 ‘목적’ 보다는 ‘절차’를 두고 갖가지 잡음이 속출하고 있다.

현재 한진칼 지분구도에서 조원태 회장 우호 지분은 41.14%(조원태 6.52%, 조현민 6.47%, 이명희 5.31%, 재단 및 친족 특수관계인 4.15%, 델타항공 14.90%, 대한항공 사우회 3.79%), 반면 3자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총 46.71%(KCGI 20.34%, 반도건설 20.06%,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31%) 수준이다. 예정대로 산업은행이 제3자 배정방식으로 5000억원 규모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기존주주들의 지분율은 3자연합 약 42%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 약 37%로 각각 희석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산업은행이 한진칼의 유상증자로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 약 10% 수준이 조원태 회장의 ‘우군’이 될 가능성이 커 조 회장은 유상증자로 희석된 기존 지분 37%에 산업은행 지분 10%를 더해 약 47%의 지분을 확보해 3자연합을 상대로 경영권 방어에 승기를 잡게 된다. 

이 같은 상황 조짐에 대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서 조원태 회장과 팽배하게 맞서는 3자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 이하 3자연합)은 “(인수에 따른 모든 자금은) 산업은행이 집행하는 공적자금과 대한항공의 일반주주들의 주머니에서 충당되는데 정작 조원태 회장은 자신의 돈은 단 한 푼도 들이지 않고, 한진칼 지분의 약 10%를 쥐게 되는 산업은행을 백기사로 맞이해 경영권을 공고히 하게 된다”고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와 함께 산은은 공적자금 투입과 한진칼의 사외이사 3명과 감사위원 선임권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성과 여부에 따라 총수를 퇴진을 시킬 수 있는 담보조건까지 포함된 것을 둘러싸고 국유화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상황에 따라 10%의 지분을 갖고 국책은행이 민간기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때문에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산업은행이라는 ‘우군’이 ‘선택적 우군’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남아있어 경영권 방어 승기에 마냥 미소를 띌 수 만은 없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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