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성향 임의 변경하고 초고위험상품 안전하다 속여
투자 안하겠다는 고령자에 지속 권유하기도

(사진=KB증권 제공)
(사진=KB증권 제공)

[증권경제신문=김하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KB증권(대표 박정림·김성현)에 투자자 손실의 60~70%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인 30일 KB증권의 라임펀드 판매와 관련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개최하고, 투자자 3명에 대한 손해배상비율을 60~70%로 결정했다. 나머지 피해자에 대해서도 40~80%의 배상비율로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KB증권은 지난 2019년 1월부터 3월까지 580억원 규모(119개 계좌)의 ‘라임AI스타1.5Y’ 펀드를 판매한 바 있다.

금감원 분조위는 펀드 판매사이면서 총수익스와프(TRS)를 제공한 KB증권이 더욱 강화된 투자자보호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이를 소홀히 해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켰다고 봤다. 이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55%)보다 높은 수준으로 기본배상비율을 60%로 책정했다.

분조위는 KB증권이 투자자성향을 먼저 확인하지 않고 펀드가입이 결정된 후 공격투자형으로 사실과 다르게 변경했거나, 전액 손실을 일으킨 TRS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고 초고위험상품을 오히려 안전한 펀드라고 설명하는 등 부의된 3건 사례에 대해 적합성원칙 위반 및 설명의무 위반을 적용해 모두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특히 KB증권은 상품 출시 및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보호 노력을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KB증권은 상품 출시 과정에서 해당 펀드를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메가히트 상품으로 매월 1~2회 출시하기로 하고 2019년 주요 목표달성 전략에 포함시키는 등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이후 TRS 한도가 모두 소진됐는데도 해당 펀드에 대해서만 별도로 한도를 부여했다. TRS 레버리지비율도 예외적으로 확대해 결국 전액손실을 초래했다.

직원교육 과정에서도 WM상품전략위원회에서 TRS의 위험성이 충분히 설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는데도 투자자 다수에게 교부된 요약제안서 등에는 TRS의 구조나 위험성이 미기재됐다. 또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투자 대상의 일부인 사모사채가 주로 무등급인 것을 알았음에도 A등급에 투자되는 것으로 기재된 제안서를 그대로 활용했다.

분조위는 금융투자상품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60대 주부와 투자를 꺼리는 고령자에게 안전하다며 지속해서 권유한 경우에는 각각 70% 배상을 결정했다. 또 전액손실을 초래한 TRS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60%를 배상하라고 했다.

이번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KB증권이 조정안 접수 후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는 경우 성립된다.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는 분조위 배상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분쟁조정은 펀드 손해율이 확정돼야 착수할 수 있으나 금감원은 손실 미확정으로 피해자 구제가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정손해액 기준 사후정산 방식으로 신속한 분쟁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KB증권은 라임사태 이후 손실 미확정 상태에서 진행된 첫 분쟁조정 사례다. 금감원은 다른 금융사들도 동의할 경우 2021년 상반기 중 사후정산 방식 분쟁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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